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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지 못한 말들의 기록
감정을 제때 소비하지 못하면 속으로 곪기 마련이다. 이를 깨달은 순간, 생각이 많아질 때면 말을 했다. 친구들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고, 내 이야기를 들어 달라 글을 올리고, 메시지를 보냈다. 좀 크고 나니 내 속깊은 이야기를 하는 게 부담스러워져서 혼자 글을 써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홀로 무수한 메타포를 적어 내는 습관이 생겼다. 감정을 쏟아 냄과 그럴 듯한 말로 정제하며 동시에 갈무리하는 이 행위는, 우스워질 뻔한 내 상황을 마치 시인의 하루로 포장해 주었다. 내 메모장은 케케묵은 감정의 소비 장부가 되었다.
한 달 전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작가라는 호칭 하나로 내 혼잣말의 흔적이 남는다니…. 누군가에게 닿을 거라는 게 설레고 낯부끄러우면서도, 이 넓은 공간에 내 글이 발견되지 않을 거라는 소망 아닌 소망이 공존한다. 나의 글에는 일상과 비일상이, 현실에 대한 한탄과 미사여구 투성이의 문장이 뒤섞여 있다. 부르는 사람에 따라 산문집, 혹은 에세이가 될 수도 있는 공개적인 일기에 불과한 말들. 이 공간을 새로운 장부로 삼아 닿지 못할 말들의 기록을 이어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