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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나무의 시작(EP01)

엄쓰아더(엄마가 쓰고 아빠가 더하다) 2 - 앨빈의 독서나무

by TsomLEE 티솜리

아내(풍뎅이)는 아이(앨빈)와 함께 책을 읽는다. 앨빈이 일주일 동안 읽은 책을 독서나무(독서트리)로 블로그에 본격적으로 올리기 시작한 것이 2012년 1월, 앨빈이 곧 초4학년이 되는 시점이었나 보다. 아이의 엄마는 독서, 독서의 힘을 믿고 있었다.



1. 아내(풍뎅이)의 글 (2012.1.10)


앨빈이 이제는 11살. 방학이 끝나면 4학년이 된다.


정말 말로만 하고 실천하기 어려운 것은 독서와 독서록. 일기도 있는데 다행히 이번 겨울방학엔 하루도 빠짐없이 잘 실천하고 있다.(역쉬 엄마의 의지력이 젤 중요...으음...)


4학년이 되려 하니 엄마들이 대부분 독서모임은 하나 둘 시키는 분위기네. 특히, 역사책 읽기도... ㅠㅠ 평범한 엄마인 풍뎅이도 흔들리기를 몇 번. 함 시켜볼까 고민을 하고 남편에게 물어보면 돌아오는 질문은 하나.


"독서록 써? 일기 써?"


그려, 기본도 충실히 못하면서 뭘 독서모임이냐. 기본에 충실하자, 기본에. 책 읽기와 일기 쓰기와 독서록!!!!!!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책을 읽는 것이고 글을 써 보는 것. 일주일에 한 번 꾸준히 일주일 독서진행글을 올려 보자. 아이의 독서습관도 알게 되고 읽을 책들도 제시해 줄 수도 있다. 논술을 잘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고 인생에서 책 읽기와 글쓰기를 습관화하는 것. 잘 쓰는 걸 먼저 바라기 보다 읽기와 쓰기가 습관이 되도록 하는 것.


아이가 더 자라기 전에 2012년 4학년 목표이다!!!!!!!!


도!!!!!!!!!!!!!!!!!!!!!오!!!!!!!!!!!!!!!저!!!!!!!!!!!!!!!언!!!!!!!!!!!!!!!!!!!!!!!


첫 주에 읽은 책들 - 살아남기 시리즈, 마법천자문, 초등과학뒤집기, 수학대전. 39클루스1권 등(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2)



책 읽을 시간(2012.3.8)


앨빈은 4학년. 지난 겨울방학은 책 읽을 시간을 주자는 거였다. 그러면서도 또 놓지 못한 게 있었는데 다이어리 쓰기와 독서록 쓰기. 매일 두 개를 쓰려하니 책 읽을 시간이 또 부족. 그래, 책 읽을 시간을 주자는 거라면 다시 욕심을 덜어내야 함을. 저녁 먹고는 함께 책 읽는 시간이다.


‘아이가 책을 안 읽어’가 아니라 아이에게 책 읽을 시간을 주어야 함을. 돌고 돌아서 가장 쉬운 원리를 올 겨울에서야 깨달았다. 아침 눈을 뜨면 영어책 집듣(집중 듣기)을 하는 게 당연하듯이 저녁을 먹고 나면 서로의 책을 본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지나 함께 책을 읽는다. 영어책과 울나라책. 영어책은 서로 나눠서 역할극을 하며, 울나라책은 서로 생각을 느낌을 나눈다. 어제는 <히로시마/사계절>에 관한 책을 함께 읽었다. 아이가 함께 읽은 후 히로시마에 대한 일기를 쓴다. 원자폭탄이 얼마나 끔찍한지 타임머신을 타고 60년 전으로. 그리고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을.


아이와 함께 책 읽기(출처: 아내 블로그, 2012)


습관이 되어 있지 않다라면 오락이 더 재미있다라면 먼저 습관 들이기. 그래서 그런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과감히 정리하고 저녁엔 리딩타임을 정해야 한다. 그래 풍뎅이도 읽는다. 놀기 좋아하는 나도 요즘엔 책 읽는 게 재밌다. 아들 녀석 때문에 영어도 책 읽기도 내 삶의 일부분이 되어 버렸다.


이사 오면서 가장 염두에 둔 건 책 읽기 환경이었다. 풍뎅인 요즘엔 거의 티브이를 보지 않는다. 왜냐면 그 보다 재미난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이책을 찾아보고 내 책을 찾아보고 아이의 하루하루 생활을 들여다본다. 아이에게 올인하면 나중에 후회한다고 하지만 지금 행복하면 나중에 후회하던 안 하던 그게 뭐가 중요하나. 지금 행복하면 되지.


아이의 책 읽는 모습은 참 예쁘다. 책이라는 친구를 만나 세상을 만난다. 아이로 인해 나도 그런 세상을 알아 가는 중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엄마를 희생하는 것이 아님을.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해 본 사람은 사랑의 대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랑할 수 있는 그 순간이 소중함을. 흘러가는 시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과거가 되어 버린다.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지금 이 순간에 행복을 느끼자.

먹으면서 Why? 책 보기(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1)



2. 남편(티솜리)의 덧말(2024.12.23)


초4 시작 즈음에 시작된 일주일 독서나무(독서트리)가 중3까지 거의 매주 쭉 이어진다. 그동안 우리 아들이 이런 책을 읽었구나. 엄마가 권해주고, 때때로 스스로 선택해서 읽어왔던 책들을 보며 나는 또다시 감격한다. 아내가 참 무던히도 노력을 많이 했음에, 아이도 그런 엄마의 마음을 즐거이 잘 따라주었음이 새삼 고맙다.


나는 초4학년이 되는 아들의 독서모임은 추천하지 않았구나.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었나보다. 아이의 독서(토론)모임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 이전에 먼저 읽는 습관, 글쓰기 습관을 길러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었겠지. 내가 글쓰기 전문 작가는 아니지만 아내가 내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초딩때부터 꾸준히 써왔던 일기의 힘이 클 것이라 믿는다. 늦어도 초5부터 였을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때까지는 거의 매일 일기를 적었으니까. 대학때도 틈틈이, 그리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몇 년간은.


인생은 결과가 아니고 과정이며,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아내에게도 그런 고민이 늘 있었음을 느낀다. 아이 교육은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관심,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으로 이루어진다는 농담은 농담일 뿐이다. 아내의 블로그 글에 간간히 내가 등장하기는 한다. 일에 바쁘다는 그 흔한 핑계는 내게도 다반사였음을 반성한다. 더 좋은 아빠일 수 있었겠지만, 그런 아빠의 빈틈을 잘 메꿔주었던 아내의 노력에 다시 감사한다.


2013년 파주출판도시 북잔치 때 구입했던 책과 함께(출처: 내 사진첩,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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