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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책을 읽어야 아이가 책을 읽는다(EP04)

엄쓰아더(엄마가 쓰고 아빠가 더하다) 2 - 앨빈의 독서나무

by TsomLEE 티솜리

아이(앨빈)가 곧 초5가 될 때였다. 아내(풍뎅이)는 새삼 깨닫는다. 내가 책을 읽어야 아이도 책을 읽는 것임을.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란 것을.


2014.07.16.JPG 파주 출판도시 지혜의 숲에서 엄마와 아들 (출처: 우리집 사진첩, 2014.7)


1. 아내(풍뎅이)의 글 (2013년 1월)


2013.1.21~2013.1.27


방학하고 네 번째 주. 별 일없이 가장 열심히 몰입했던 한 주였습니다. 피아노, 축구, 미술, 그리고 금욜 오후 모임(이사 와서 알게 된 8년 친구들인 엄마와 아이들)만.


이웃님들 중에 좀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앨빈은 독서광은 아닙니다. 책 보다 노는 걸 더 좋아하고 만화책을 더 좋아합니다. 영어책도 혼자 좋아서 읽는 거 아니고 한글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다행히도 읽자고 하면 싫다고 하는 아이는 아니고 아직 사춘기도 아니어서 아이는 잘 따라와 줍니다.


책 읽기는 습관인 듯합니다. 읽다 보면 그 맛을 알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냥 재미난 취미가 아니죠. 활자를 읽는다는 건, 원서를 읽는다는 건, 인내심도 필요하고 노력도 필요합니다. 리딩트리 올리는 이유는 그래서입니다. 블로그를 하는 이유 중 하나이죠. 노력에 의한 변화, 그 과정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그냥 지나가 버리기에는 안타까운 소중한 하루하루 이니까요^^


어느 순간 저에게서 벗어나 혼자서 일어설 날이 있겠죠. 그날을 기다립니다. 당연히 그날이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마흔이 넘어서 책 읽기가 얼마나 재미난 지, 삶의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지 요즘 깨닫고 있네요. 다시 청춘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그 시절에 내가 많이 읽었었다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내내 들어요.


시험 공부한다고 참고서에만 파묻혀 중학생 시절을 보내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젤 중요한 그 시절에 책을 읽는 재미, 세상 구경하는 재미를 느꼈으면 합니다.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iPhone_0.jpg 초4, 2013.1.21~2013.1.27 독서나무 (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3.1)


시공주니어책들은 작년 봄인가 구입했는데 이제야 읽기 시작합니다. <먼나라 이웃나라> 2년 전인가 구입했는데 다 읽었네요. 이번 겨울방학 때 제일 기억에 남는 한글책입니다(꼬옥 읽었으면 했거든요. 이런 아이의 변화가 넘 즐겁습니다.^^)


<철학자 이야기>는 제가 읽어 주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들려주는 상대성이론 이야기>는 어렵다고 무료강의를 들었구요. <세계사 법정>은 과학공화국이 끝나서 그다음 타자로 읽었습니다.

책몰입 겨울방학으로 보내야지 라는 생각이지만, 이제는 한 권당 거의 한 시간이 걸려서 권수는 그리 많지 않네요. 철학자들은 읽는데 두 시간이 더 걸려요. 주로 저녁 먹고 한글책은 읽게 되구요. 원서책들은 오후에. 그림자매 리딩으로 다섯 챕터를 읽는데 상당히 오래 걸립니다. 두 시간은 더 걸리는 것 같아요. 역시 해리포터는 내용을 아니 더 수월하게 읽은 게 확실합니다. 그러나 해리포터의 의미성은 상당하죠. 두꺼운 원서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계기가 되는 듯요 ㅎㅎ


iPhone_1.jpg 영어 원서들 (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3.1)


이틀에 한 권씩 <그림자매> 리딩. 좀 무리이긴 한데, 방학이고 긴 호흡으로 읽게 하고 싶었습니다. <더 기빙 트리(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넘 유명한 책이라 원서로 읽어 보았구요. 집에 있는 if 시리즈의 원서 <the danger zone>은 소리로 함께 들었어요. <더 스토리 오브 더 월드>를 읽는 후 보니 이해가 더 잘되네요.

..........

부모마다 가치관과 교육관이 다르다고 봐요. 어느 것이 올바르냐 좋으냐도 다 다르구요. 틀린 건 없어요. 분명한 건, 아이는 부모의 영향을 받고 자란다입니다. 아이가 책을 보니, 저도 책을 본 건 아니네요. 제가 책을 보니 아이도 책을 보는 것 같아요. 함께 책 읽기. 5학년, 6학년... 그리 보내고 싶습니다. 제가 해 줄 수 있는, 함께 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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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4 겨울방학, 집에서 책 읽기 (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3.1)


2. 남편(티솜리)의 덧말(2025.01.16)


도구적 조건형성이라는 행동주의 심리학을 정립한 심리학자 스키너가 생각난다. 스키너는 적절한 조건과 강화가 주어진다면 어떤 아이라도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Give me a child and I'll shape him into anything."). 미쳐야 미친다고도 하지만 극단적 사고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스키너의 단언은 너무 나갔다. 그럼에도 스키너의 행동주의 심리학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환경은 중요하다. 아이의 성장에 있어 부모의 영향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아이를 키워 본 부모는 다들 아는 진실이다. 어릴 적 아들의 행동에서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흠칫 흠칫 놀랬다. 책 읽는 아이를 원한다면 부모가 책을 읽으면 된다.


파주에는 여러 출판사가 모여 있는 공간인 파주출판도시가 있다.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카페가 많았고, 5월이면 아이들을 위한 북소리(Book 소리) 축제도 열렸다. 우리 가족은 별일 없는 주말이면 파주출판도시에 갔었다. 2014년에는 그곳에 ‘지혜의 숲’이 개관하였다. 우리 아이 초6 때였다. 책의 무덤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우리 가족은 그곳을 우리의 별장처럼 자주 이용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행복한 가족의 기억을 담아 둘 수 있었다.

2015.05.05 (7).JPG 파주 출판도시 지혜의 숲에서 아빠와 아들 (출처: 우리집 사진첩, 2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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