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쓰아더(엄마가 쓰고 아빠가 더하다) 2 - 앨빈의 독서나무
아내(풍뎅이)는 아이(앨빈)에게 밥상을 차려 주듯이 책상을 차려준다. 아직은 초4, 초등학생이 스스로 책을 찾아서 읽기는 어렵다. 초4 여름을 보내며 아내는 생각한다. ‘이제 여름이 끝나간다. 여름방학 시작할 때는 함께 신나게 책 읽을 기대로 설레었고, 가을이 시작하는 지금은 낙엽을 밟으며 책을 읽을 수 있음에 설렌다. 그렇게 우리는 또 다른 희망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가는구나.’
1. 아내(풍뎅이)의 글 (2012.06.05)
한 주 빼먹고 올리는 리딩이다. 가장 큰 이유는 뭐 게으름이겠지. 책 좀 읽는다고 운동 좀 한다고 등도 이유지만, 뭐니 해도 나태해짐. 그래도 이렇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으니, 관성의 법칙인가???!!!!!
지난 일주일 동안 읽은 책들. 역시 시간을 좀 내면 읽기가 가능하다. 넘 욕심을 내지 말고 매일매일 되도록이면 읽는 습관을 들이도록 환경조성을 해 주자. 읽은 책들을 살펴보면, 이번 주 만화책으로는 판타지수학대전을 쭈욱 읽어 주셨네. 앨빈의 만화책 습성도 영어원서 집듣(집중듣기)이랑 비슷하다. 쭈욱 세트로 읽는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앨빈의 사랑은 <why?> 시리즈 ^^
언니네에서 물려받은 너무나도 유명한 <앗!> 시리즈. 요 시리즈는 빼서 읽을 생각을 안 해서 정말 내가 입에까지 먹여 주었다. 읽지 않으면 도서관에 기증하겠다고 하니 읽어 본다고 읽더니 "ㅋㅋㅋㅋ" 하고 웃는 거다. 역시 아이들도 좀 맛을 보라고 떠밀어야지 되나 보다.
간혹, “앨빈은 참 책을 잘 읽으니 좋겠어요”라고 하시는 이웃님들이 계시는데, 정말 그게 아니고요!!!!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물론 만화책들은 정말 잘 본다. 유일하게 나의 잔소리에서 벗어나 있는 ㅎㅎ
책 읽기의 중요성을 모르는 엄마들은 없다!!! 다만 젤 중요한 건 환경조성이란 걸 너무나도 절실히 깨닫는 요즘이다. 백점 못 맞아도, 미술 좀 못해도, 글쓰기 좀 못해도, 수학 문제 좀 못 풀어도, 아이에게 책 읽을 시간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엄마의 역할은 좋은 책을 찾아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 좀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학교에서의 아침 읽기라는 책에서 이런 구절을 보았다. 소박한 4원칙.
"모두 읽어요, 날마다 읽어요, 좋아하는 책을 읽어요. 그냥 읽기만 해요"
그냥 읽기만 해요가 너무나도 와닿는다!!!!!!!!!!!!!!!!!!!!!!!!!!!!!!!!!!!!!!!!!!!
2012.6.29 목
(초4-2 기말) 시험 끝나고 영어학원 다녀 온 앨빈에게 나가서 밥 먹고 서점 가자고 했더니 바로 존댓말 써 주시며 이 세상에서 젤 착한 고양이가 된다 ㅋㅋ 시험결과에 상관없이 책 사러 가자고 하니 싱글벙글이다.
"열심히 노력했으니, 그 과정으로서 되었다”라고 말해주니,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한 줄 아냐”며… (뜨앗!) 가는 길에 종알종알 거리는 아이의 모습. 세상에서 젤 행복한 아이와 엄마가 된다.
저녁 먹고 서점에 들러서 구입한 네 권. 시험이 네 과목, 책도 네 권. 오잉?? 이번엔 만화책을 고르질 않네?? 웬일이냐. 만화책 고르면 속으로 부글부글인데 ㅎㅎ
베다수학이 뭐 길래 사고 싶었던 책이라며 골랐다. 아무래도 판타지수학 같은 수학만화책에서 본 것 같다. 집에 들어온 남편에게 칭찬도 들었다(과정 어쩌구저쩌구 앨빈에게 해준 얘기 하니 ㅋㅋ). 네 권의 책을 보여 주니 남편도 베다수학을 아네. 나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난 전혀 모르겠는데. 남편이 사려고 했던 책이라며 무지 반가워한다. 푸하핫!!! 남편이 사려고 했던 책을 아들이 사다니 좋다, 좋아~~ 얼씨구
요즘 학교에서 유희왕카드가 유행하는가 보다. 친구들이 줬다고 한 뭉텅이 가져와서 카드에 푹 빠져 있는 앨빈. 하나 고르라고 했더니 어떤 걸로 살지 20분을 고민.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 주었다(나란 사람 많이 변했어, 변했어ㅋㅋ). 남편이 늘 하는 말, "구입하기 전엔 충분히 고민해도 좋지만 결정을 했으면 후회하지 말 것!!"이라고 앨빈에게 한 마디만 해 주고. 남편이 나에게 하는 말인데, 물건 구입하고 바꾸기 상습범인 나에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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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많이 변했습니다. 짠순이인 제가 책 사는 데는 주저하지 않습니다. 특히 아이 책은요. 이전에는 책이 참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그 가치로 따지자면 돈으로 매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 남편의 영향입니다. 책을 살 때 과감한 남편 따라 저도 이제는 그런 모습으로.
2012.7.2 월욜
언제부터인가 아이와 도서관을 함께 가지 않고 나 혼자 대출해 왔다. 이유는 딱 하나. 아이가 만화책을 보려고 해서. 한 마디로 만화책이 무서워 방사하지(?) 못하고 케이지(?) 독서를 해 보려는 음모를 ㅠㅠ 쫌 케이지안에서 독서사육을 해서 면역력이 생기면 독서방사를 해야지라고.
그런데 어느 순간 왜 아이에게 책을 읽히려고 하는가, 좋아하는 만화책을 즐겁게 읽고 싶은 아이의 행복을 뺏으려고 하는가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우선 아이에게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추억을 주고 싶어서 일찍 수업이 끝나는 월욜에 학교도서관에서 만난다.
앨빈이 골라서 읽은 세 권의 만화책. 내가 골라 준 창작책 한 권을 읽었다. 학교도서관에서는 학부모용으로도 책들이 배치되어 있다. 두 시간 동안 내가 읽은 책. 아이는 아이대로, 난 나대로 같은 공간에서 그렇게 나란히 앉아서 책을 읽었다.
책은 참 좋다. 아이와 엄마의 징검다리 같다. 서로를 연결해 주는. 아이가 갓난아기였을 땐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했고, 아이가 아주 어릴 적엔 아이는 아이책을 나는 내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했다. 4학년인 지금은 같은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또 다른 행복을 꿈꾼다.
2. 남편(티솜리)의 덧말(2025.01.13)
독서. 책을 읽는다는 것, 구태여 강조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나는 아직까지 내가 멘토로 모시고 싶은 사람 중에 나보다 책을 적게 읽는 것 같은 사람을 알지 못한다. 인간이 유한한 삶의 시간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방법은 책 읽기 외에는 없다. 사색도 좋기는 하지만 그조차 독서가 가능하지 않을 때, 혹은 독서를 내면화할 때 사용할 방법일 뿐이다.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이해된다는, '독서백편의자현 (讀書百遍義自見)'이라는 고사성어를 좋아한다(<논어>에 나올 것 같지만 <삼국지>에서 유래했다). 나는, 그리고 내 아들은 타고난 지능지수가 인간 ‘전체 평균’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쪽이기는 하지만 슈퍼급은 아니다. 사실 좀 많이 노력해야 하는 쪽이다. 나는 초등 때 구구단도 참 힘겹게 외웠고, 고교 때 교과서 대신 참고서로 진행된 물리 수업은 분명 뉴턴 역학인데도 중등 물리와는 차원이 다르게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극복할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읽고, 읽고, 또 읽는 것이다.
밥은 매일 먹는다. 먹기 싫을 때도 있겠지만 엄마는(아빠는) 매일 아이를 위해 밥상을 차린다. 독서는 습관이다. 아이 때는 아이가 밥상을 스스로 차려먹지 않듯이 책상도 스스로 차리지 않는다. 그 역할은 부모의 몫이다. 내 아내 풍뎅이가 우리 아이 앨빈에게 독서 습관을 키워주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던 독서나무의 기록을 읽으며 또다시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