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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타임(EP03)

엄쓰아더(엄마가 쓰고 아빠가 더하다) 2 - 앨빈의 독서나무

by TsomLEE 티솜리

아이(앨빈)의 초4-2학기. 초등학생이 이렇게 시간이 부족해도 될까? 우리도 아이를 학원 뺑뺑이 속에 몰아넣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아내(풍뎅이)는 언제나 고민하고 갈등한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 연습 없이 모든 것이 단 한 번뿐인 실전이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다. 시간이 곧 생명이다.

03.어바웃타임1.JPG 여름, 선풍기, 그리고 책. 초4 어린이(출처: 우리집 사진첩, 2012.8)


1. 아내(풍뎅이)의 글 (2012년 가을)


2012.9/10~9/16


책을 읽기 위해서는 마음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함을 느낀 일주일이었다. 학교정규시간이 오후 3시에 끝나는 날이 화, 목, 금. 영어학원 화, 목에 가면 그날은 책 한 권 읽기 정말 빠듯하다. 월욜, 수욜은 그나마 4교시인데 피아노를 가니 6교시랑 거의 비슷하고. 숙제하고 축구하면, 참 시간내기가 쉽지 않다. 지금 앨빈에게 가장 필요한 하나가 무엇인가?이다. 읽을 시간과 읽을 책. 시간을 만들어 주고 책을 제공해 주고.


03.어바웃타임2.jpg 시간을 만들어 주고, 책을 제공해 주고 (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2.9)


이번 주에 읽은 책들. 그나마 새로 낀 책들이 시공주니어 <네버랜드시리즈>. 당분간 도서대여 없이 집책으로 쭈욱!!!(그러면서 밥은 집밥이 아니고 외식으로 ㅋㅋㅋ)


03.어바웃타임3.jpg 초4 2012.9월 주에 읽은 책들 (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2.9)


<대런섄>은 넘 재미있나 보네. 바로 아침학교 등교에도 가져갔다. 그랴 그랴, 그리 책에 풍덩 빠져 보는 기야. 그럼 만화책보다도 재미난 그날이 오겠쥐. 글밥 많은 <먼 나라 이웃 나라>도 좀 봐 주시공. 요런 만화 같으면 괜찮제. <이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이야기>와 <탈무드 111가지>는 자기 전 읽어 주는 책들(감사하게 남편이 읽어 주기도 한다 ^^).


<해리포터> 다시 시작. 다시를 붙인 이유는 작년 겨울 1권과 2권 좀 보다가 중지. 하드커버로 사서 2권부터 하루에 두 개 정도씩 집듣(집중 듣기). <마빈레드포스트>는 읽기용으로 두 권 읽었다. 해리포터는 집듣으로 당분간. 읽고 싶다고 하면 읽기는 그때.


03.어바웃타임4.jpg 초4 때 읽는 영어 원서들 (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2.9)



2012.9/17~9/23 리딩트리


아이가 책을 어떻게 하면 보나요?


정답은 넘 간단합니다. 읽을 시간을 주세요. 좋아할 책들을 가까이 두세요. 함께 읽으세요. 엄마도 책을 읽으세요. 그걸 누가 모르냐 굽쇼? 방법은 젤 1순위(아이의 must list)면 됩니다.


무슨무슨 학원을 보낼 거냐 말 거냐의 유혹에 빠지면(저두 그런 우를 범했는데 ㅠㅠ) 실을 따지지 못하고 득만 따지죠. 그리고 보내지 않았을 때의 실 때문에 조마조마.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보냈을 때의 실을 따져 보는 것이죠. 울 아이 4학년이 되어서야 어렴풋이 터득했어요. 얻을 것보다 정말 잃을 것을 따져 볼 것!!!!!!!!


요즘 앨빈이 사교육으로 하는 건 폴리 영어 일주일에 두 번, 피아노 일주일에 두 번(4교시 끝나고 바로 가니 시간절약되네요), 축구 수욜 늦은 오후, 토욜 미술(9월부터 남편의 강력한 요구로), 금욜 방과 후 마술(좀 풀어지는 금욜 오후).


매일 꾸준히 하려고 하는 건 영어책 읽기(집듣을 안 하니 시간이 단축되었어요. 40분 정도), 수학문제 풀기(40분 정도), 학교숙제 있으면 하기. 그리고 저녁 먹고는 책 읽기입니다. 지금의 하루하루 생활이 시간에 쫓기지도 않으면서 해야 할 일을 하게 되니 일단 마음이 최고로 여유롭습니다.

03.어바웃타임5.jpg 초4 일주일 동안 읽었던 책. 여전히 만화책을 좋아하지요. 대런 섄!!! 정말 대박이죠… 고맙다, 12권 (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2.9)


차곡차곡 쌓이는 리딩 트리. 단단히 뿌리도 자라 튼튼한 나무로 자라기를… ^^

03.어바웃타임6.jpg 2012.9/17 ~ 9/23 리딩 트리 (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2.9)



2012.10/15~10/21 리딩트리


중간고사가 목욜에 있어서 10일 넘게 책은 읽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만화책 보는 정도. 시험 끝나고도 한국시리즈 야구 땜에…뭐, 어쩔 수 있나! 하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거는 봐야지. 엄마가 넘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옳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등바등하기보다는 흘러가는 흐름대로 그렇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도 필요한 것 같다.

03.어바웃타임7.jpg 만화는 말하지 않아도 돌아가면서 골고루 보는구나 (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2.10)


책을 읽는다는 건 습관인 것 같다. 하루하루가 쌓이다 보면 십 대 시절, 이십 대 시절, 삼십 대 시절, 그렇게 풍요롭게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오늘 하루도 저물어 간다. 앨빈은 수욜날, 이 시간이 축구하는 날이다. 6시 반이면 집에 오는데, 큰 소리로 외치며, 신발 벗으며 들어오겠지.


"엄마, 엄마, 야구... 야구... 몇 대 몇이야???"



2. 남편(티솜리)의 덧말(2025.01.14)


영화 <어바웃 타임>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특별한 패밀리에 관한 이야기다. 과거로 무한정 되돌아간다는 것은 ‘시간’을 무한정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영화 속 한 인물은 책을 읽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고 또 돌아간다. 읽고 싶은 책은 반복해서 읽고 또 읽는 즐거움을 누린다.


나는 잠이 많이 필요하다(게으른 사람은 아니다). 하루 여덟 시간의 수면도 부족하다.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임상실험을 통해 확인한 사실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다행이다. 인생의 1/3 이상의 시간을 잠으로 소모해야만 하는 내게 있어 책을 조금만 읽어도 책 읽은 척, 아는 척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라고 농담조의 글을 적었던 시절도 있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하나하나의 시간은 그만큼의 생명을 소모하고 있는 중이다. 시간을 들여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평화학자 정희진은 <정희진처럼 읽기>의 프롤로그에서 말한다.


“삶에서 기쁨이나 행복은 없냐고 묻는다. 왜 없겠는가. 문제는 무엇이 행복이냐는 것이겠지. 행과 불행은 사실이라기보다 자기 해석에 따라 좌우된다. 그리고 독서는 이 해석에 결정적으로 관여한다.” – 정희진, <정희진처럼 읽기> 프롤로그 中


초4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은 아니다. ‘오이는 피클이 될 수 있지만, 피클이 오이로 돌아갈 수 없고’, ‘인간은 누구나 독서 이전의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나는 동의한다. 그런 독서를 할 수 있으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독서 습관과 생각을 키워두어야 한다. 아내는 아이가 그 힘을 키우는데 결정적으로 관여했다. 이십 대 청년이 된 우리 아이가 이제는 그 힘을 스스로 더욱 성장시켜나가고 있음에 대견스럽다.


03.어바웃타임8.JPG 밥상에서 책보다는 야구가 더 좋은 초4 아이 (출처: 우리집 사진첩, 2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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