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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조건 - 사랑, 지식, 인내(EP05)

엄쓰아더(엄마가 쓰고 아빠가 더하다) 2 - 앨빈의 독서나무

by TsomLEE 티솜리

아이(앨빈)가 초5 시절을 지나는 동안, 아내(풍뎅이)는 우리 아이 양육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본인이 갖고 있는 최대한의 지식을 활용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인내의 가치를 배운다. 우리 아이의 선택은, 결국은 아이가 결정해야 할 선택이지만, 아이의 선택이 최선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은 것이 부모가 된 인간의 욕망이다. 과거 세대는 삶의 경험이 후 세대의 삶의 환경과 그렇게 동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경험적 조언이 유효했을 것이다. 그러나 21세기는 내 삶의 경험적 환경이 아이가 살아갈 환경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부모로서는 아이를 지켜보며 인내하는 것이 최고의 미덕일지도 모른다.


05.사랑, 지식, 인내(EP05)0.JPG 초4 겨울방학, 스포츠에 관심 많은 아이 (출처: 내 사진첩, 2013.1)


1. 아내(풍뎅이)의 글 (2013년 초5-1 즈음)


2013.1.29 화욜


날씨 흐린 날. 방콕만 하기엔 아쉽다. 바람 좀 쐴 겸 카페에서 책 읽으려고 책 싸들고 외출. 점심 간단히 먹고 서점에서 책 한 권 샀다. 축구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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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4 겨울방학, 동네 카페에서 책 읽기 (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3.1)


가까이에 있는 별다방. 일단 <시스터 그림> 영어원서 책부터. 다섯 챕터 읽고는 사커잡지. 몰입도 998 푸로. 원서 책 볼 때랑 완죤 눈이 다르다. 저 진지함. 두 시간 동안 꼼짝 않고. 바로 요 잡지. 큰 일이네. 과학잡지보다 더 재미나다고 하니. 아침엔 모닝신문, 오로지 스포츠, 그것도 축구랑 야구만.

05.사랑, 지식, 인내(EP05)3.jpg 문제의 스포츠 축구 잡지 (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5.1)


… 2년 후 2015.2.5 (초 6 겨울방학)


앨빈이 고른 세 권의 잡지. 축구잡지, 과학잡지, 수학잡지

05.사랑, 지식, 인내(EP05)4.jpg 예비 중등 2월에 입고된 책 (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5.2)


남편이 가져온 두 권의 책.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님이 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와 <생물학 이야기>.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는 덴마크와 우리나라 교육환경에 대한 비교이다. 남편이 꼭 읽어보라 했다.

05.사랑, 지식, 인내(EP05)5.jpg 남편 추천 도서 (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5.2)


2013.4.8 월욜


아주 간만에 올리는 일주일 리딩트리이다. 그 언제부터인가 독서 량이 문제가 아닌데 권 수에 연연하게 되는 듯하여 그만두었는데 시간이 지나 보니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 사람살이 그런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왜 그때 그리 했을까"라는 후회보다는 "왜 그때 하지 않았을까"라는 후회가 많다는.


일주일 리딩트리 다시 그래서 컴백이다. 좀 변화를 시도한 게 있다면 미리 일주일 리딩책들을 계획해 본다는 것. 간혹 아이가 그런다. "우와, 이렇게 재미난 책이 우리 집에 있었어??"라고. 엄마의 역할은 바로 그런 것이다. 미처 알지 못하는 길을 안내해 주는 그런 사람. 아이이니 아직은 노는 게 좋고 재미난 만화책에 먼저 손이 간다. 이 책 읽어 볼래? 이 문제 풀어 볼래? 하면 아이는 재밌어하며 책을 보고 공부를 한다.


05.사랑, 지식, 인내(EP05)6.jpg 초5, 4월 첫 주 독서나무 (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3.4)

몇 년 전에 구입했던 <초등과학 뒤집기>. 이제야 빛을 보는구나. 함 읽어 볼래? 하며 젤 관심 있어하는 운동분야의 두 권을 보여 주었더니 우리 집에 이런 책이 있었냐며 신나 하며 읽는다. 자음과 모음의 <벤담>은 <정의란 무엇인가> 강의를 들으면서 읽었고. <길모퉁이 행운돼지>는 학교도서관에서 대여한 책. 알고 보니 5-1학기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는 책이구나^^ 저녁시간은 문고류 책을 읽어야지 했는데 실제로 <길모퉁이 행운돼지>한 권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학교진도에 맞게 역사책을 봐야지 했는데 빠른 진도에 쉽지 않다. 학교에서는 벌써 삼국시대가 끝난 것 같은데. <용 선생>은 한 교실씩 아이랑 읽고 있고. 재미난 만화책들은 아이가 보고 있다. 집에 있는 <why 한국역사>와 학교도서관에서 빌린 <이현세의 만화 한국사 바로보기>


05.사랑, 지식, 인내(EP05)7.jpg 초5 아이 학교 진도를 따라가는 책 읽기 (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3.4)


앨빈이 학교를 일찍 가니 등교한 지 한참 된 것 같은데 8시 반이 조금 지났네. 두 시간 정도 이번 주 리딩계획을 짜봐야겠다^^



2013.6.14


작년엔가 구입했었는데 별 반응이 없더만 드디어 읽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같이 읽는다. 1943년생인 윤승윤 화백이 1982년부터 8년 동안 보물섬에 연재했다고 하니 우리나라 만화캐릭터로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캐릭터인 듯. 어린 시절, 만화를 본 기억이 별로 없지만 맹꽁이 캐릭터는 기억한다. 그 당시엔 흑백이었는데 웅진주니어에서는 올 칼라.

05.사랑, 지식, 인내(EP05)8.jpg <맹꽁이서당>, 임금별로 되어있고 조선시대 10권, 고려시대 5권으로 이뤄져 있다(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3.6)

캬~~재미나네. 내 수준이 딱 5학년 수준인가 보다. 엄마는 아이 학년 따라간다더니만 그 이유를 알겠네. 난 아들놈 따라 5학년!! 앨빈 먼저 읽고 내 뒤따라 가는 데 다 읽고 주라고 말하면, 왠지 서로 동지감이 마구마구 느껴진다~~~


5학년 1학기에 배우는 한국사. 체험학습도 중요하지만 풍부한 독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반책을 보지 않게 된다고 만화책을 일부러 보지 못하게 하는 엄마들도 있지만 좋은 작가들이 만든 만화책들은 좋은 것 같다.


<이현세의 만화한국사>와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고, 글밥이 있는 책으로는 <용 선생의 한국사>. 그리고 이렇게 흐름을 좀 익히고, 그 유명한 <한국사 편지> 순으로 읽으면 좋겠다. 물론 이 외에 좋은 역사책들이 많다. 우리 집에 있는 것으로는 자음과 모음의 <역사공화국법정>, 그리고 <한솔수북의 역사스페셜>도 재미나게 읽었다. 요즘 사려고 벼르고 있는 만화책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성인대상의 역사만화이지만 고학년들이 보기에도 괜찮은 것 같다. 마지막 권인 20권이 조만간 출간된다고 하여 잠복대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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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넘쳐나는데 좋은 책이기도 하면서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아이에게 엄마가 제시해 주는 게 참 중요한 것 같다. 물론 그런 과정들을 엄마가 즐거워하면 ^^



2. 남편(티솜리)의 덧말(2025.01.17)


언젠가 친구가 질문했다. 선생의 중요한 3가지 요소는 무엇이냐고. ‘지식, 관심, 인내’라고 답했다. 질문이 선생 대신 부모였다면 어땠을까? 그때 이런 메모를 남겼다. 인내는 공통이고, 관심은 사랑으로 살짝 바꾸고, 지식은 포함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지식 대신 추가시킬 하나는 무엇인지 기록되어 있지 않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본다. 아이 어린 시절 부모의 역할은 선생 역할까지 포함하는 더 큰 범주일 수밖에 없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은 사랑하고 있는 자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 관심”이라고 말했다. 관심 없는 사랑이란 있을 수 없지만, 관심이 곧 사랑인 것은 아니다. 선생은 학생에게 사랑보다는 관심이 더 어울린다. 부모는 관심을 포함하는 사랑이 더 적절하고. 그 사랑은 때때로 목숨을 걸기도 하니까. 그것이 부모의 존재 이유이니까.


사랑한다면 족할까? 보통의 부모라면 아이를 사랑한다.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자신의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으로만 하는 사랑은 위험할 수 있다. 아이를 잘 이끌어 주기 위해서는 올바른 지식이 동반되어야 한다. 성장 중인, 미완의 아이에게는 시기에 맞는 적절한 정신적 환경이 주어져야 한다. 그 환경은 지식의 힘으로 구축된다(사랑으로 육체를 보호하는 환경과는 다른 측면이다). 혹자는 지식보다는 지혜를 말할 수도 있겠다. 지혜는 지식을 기반으로 발현된다. 지식이 박사급 수준일 필요는 없다. 박사(博士)는 그 단어의 한자 뜻과는 다르게 넓은 것이 아니라 한 분야에 깊을 뿐이다. 아이에게 다양한 길을 찾아 보여 주는 실천하는 지식이면 충분하다.


마지막 셋째 요소이자 어쩌면 가장 결정적인 것은 인내다. 아이는 서툴다. 서툴러도 너무 서툴다. 내가 대신해주고 싶을 때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아이가 걷는 법을 익힐 때 내가 대신 걸어줄 수는 없다는 것을. 그저 바라보며 인내하는 것은 최고의 경지다. 평균적인 아이, 정상적인 아이라는 개념은 없다. 인간은 모두 다 다르다. 몸에 좋다는 약도 어떤 이에게는 독약이 되듯이 내 아이에게 좋은 교육, 좋은 환경은 내 아이가 어떤 상태인가에 따라 다 다르다. 사랑과 지식으로 무장한 채 아이의 성장 과정을 인내하고 인내하며 바라봐 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05.사랑, 지식, 인내(EP05)9.jpg 초5, 파주출판도시 어느 길에서 (출처: 우리집 사진첩, 2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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