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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타임 스토리(EP06)

엄쓰아더(엄마가 쓰고 아빠가 더하다) 2 - 앨빈의 독서나무

by TsomLEE 티솜리

아이(앨빈)를 키우면서 가장 큰 놀라운 경험 중의 하나는 ‘베드타임 스토리’ 시간이었다. 아이가 잠들기 전 침대에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귀찮음과 행복의 극단을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알고 있었다. 이렇게나 소중한 시간은 아이가 조그만 더 자라도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06.베드타임 스토리(EP06)1.jpg 침대 옆에 끼워져 있는 베트타임 스토리용 책들 (출처: 애내의 블로그, 2014.1)


1. 아내(풍뎅이)의 글 (2014년 초6 즈음)


2014.1.26 일욜


아이가 침대에 누우면 들려주는 ‘베드타임 스토리’. 요 몇 달 동안 읽어 주었던 <모모>가 끝이 났다. 보통 한 챕터로 읽어 주는데 어떤 날은 넘 늦어 덜 읽어 주면 더 읽어 달라고 조르고. 어떤 날은 진짜 늦어 읽어 주지 못한다고 하면 안 읽어 준다고 버럭 화도 낸다(정말 읽어 주기 귀찮을 때가 있기도..ㅎㅎ)


이제 13살.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참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사람들에게서 시간을 빼앗아가는 회색 신사집단, 시간을 저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겨 강퍅해지고 피폐해지는 사람들, 그리고 모모. 이 책은 아이들의 눈으로, 어른들은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동화인 것 같다. 시간은 삶이고 삶은 우리 마음속에 깃들어 있다는 구절이 마음에 와닿는다. 꼬마 모모에겐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재주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재주다.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들어주는 ^^


매번 아이에게 시간이 없다며 꽉 짜인 스케줄을 내밀게 된다. 읽는 내내 나도 회색 신사집단에 걸려든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자라는. 아이보다 엄마인 내가 먼저.


주말에는 남편이 읽어 준다. <그림형제 민담집>. 다음 주 저녁부터는 무슨 책을 읽어 줄까?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귀찮다 생각하지 말고 즐겁게, 소중하게, 감사하게. 지금 이 순간을)


*** 1년쯤 후, 2015.2.28


아직도 잠자리에서 책 읽어 주는 걸 좋아한다. 오밤중이라 자야 할 시간에도 막무가내로 읽어 달라고 떼를 쓴다. 이런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기껏해야 1년??!!!) 성심껏 읽어 주자. 이번 주부터 읽어 주고 있는 수잔 바우어의 <세계역사 이야기 1>. 너무나 유명한 책이니 각설하고, 4학년 때 원서로 읽은 책(3권까지 읽은 것 같은데...)이고, 풍뎅이가 원서모임에서 읽고 있는 책이라 너무나 익숙한 책.


읽어 주기 편안한 책이라(원래도 그런 이유로 쓴 책이니) 읽어 주기에 좋은데 원서를 보며 번역본을 보니 번역이 실망스럽다. 알고 그런 것인지 모르고 그런 것인지. 하루에 두 챕터씩 자기 전에 챕터 9까지 읽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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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역사 이야기> 한글 번역본과 원서 (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5.2)



2. 남편(티솜리)의 덧말(2025.01.20)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소중한 순간이다. 책을 읽어주며 함께 감동을 나누고, 웃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아이는 이런 시간을 통해 상상력을 키우고, 언어 능력을 향상시키며, 무엇보다 부모와의 깊은 유대를 형성해 나간다. 책을 읽어주기 위해 서로 기대어 앉아 함께 페이지를 넘기며, 아이의 눈이 반짝이는 순간을 지켜보는 것은 부모에게도 큰 기쁨이다.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놀라고, 때로는 속상해하는 아이의 모습은 그 자체로 부모에게 큰 보상이 된다. 이 시간 동안 아이는 부모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 작성자: Copilot (2025.01.20)


아이와 함께 했던 추억의 베드타임 스토리는 10년 전 일이다. 그때는 챗GPT 같은 대형언어모델(LLM) AI를 상상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워드(MS-Word)에 코파일럿(Copilot) 도움 기능이 그냥 추가되어 있다. 워드에 있는 코파일럿 기능을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었는데 오늘 아내(풍뎅이) 글을 먼저 옮겨놓고 나의 덧말을 적으려다가 호기심이 생겨 활용해 보았더니 위와 같은 문장을 코파일럿이 순식간에 적어서 보여준다.

06.베드타임 스토리(EP06)4.png 코파일럿으로 글 쓰기 (출처: 내 사진첩, 2025.1)


작년 2024년에는 챗GPT 등의 AI에 너무 놀라워하면서 업무에도 활용해 왔었지만, 이제 글 쓰기는 정말이지 AI가 다해줄 것 같다. 이 글도 마찬가지다. Copilot 도움 기능… 여기까지 적고 ‘영감 얻기’를 클릭하니 아래의 문장을 생성해 준다.


Copilot 도움 기능을 활용해 쉽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은 베드타임 스토리처럼 단순한 일상에서부터 시작해, 이제는 글쓰기와 같은 창의적인 작업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Copilot의 도움을 받아 우리는 더 나은 글을 만들고, 아이와의 소중한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시간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책을 읽어주는 그 순간, 부모와 아이가 함께 공유하는 정서적 교감은 인생의 다른 어느 부분에서도 찾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책을 통해 아이와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며 느끼는 그 순간들은 항상 기억에 남을 것이다. AI가 도와주는 세상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과 사랑을 담아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 작성자: Copilot (2025.01.20)


2024년 작년 한 해 동안은 챗GPT 등 AI 발전에 너무 놀랬었다. 그리고 지금은 한 달에 3만 원씩 주면서까지 유료버전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만큼 휴대폰만큼이나 AI는 일상의 도구가 되어있다. 이 글에서 AI를 논하고자 할 의도는 없었다. 그래, AI 얘기는 이쯤 하자. 나는 아직도 여전히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적 감상을 좋아한다. 언젠가는 이북(e-book)으로 넘어갈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은 여전히 종이 책의 감촉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아이의 초5 여름 방학, 우리 가족은 중국 북경에 계신 아이의 이모네에 보름 가량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지에서, 정말 놀기 좋아하는 아이지만, 아이는 누가 뭐라 하지 않았음에도 틈틈이 책(거의 만화책이었겠지만) 읽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내가 그 모습들을 휴대폰으로 담아두었다. 카페에서, 식당에서, 버스에서, 이모집에서, 공자의 묘 공묘에서도, 인천으로 돌아오던 날 북경공항에도.


독서란 즐거움에서 시작하여 습관이 되고, 다시 즐거움이 되고 그러다가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순간 진정한 독서의 참맛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북경에서의 2주 동안의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함께 했던 시간들이 토양이 되었구나라는 생각과 남은 1년 반 동안의 초등생활도 이렇게 함께 책을 읽으면서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 작성자: 아내(풍뎅이) (2013.08.26)


06.베드타임 스토리(EP06)5.jpg 카페에서 (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3.8)


06.베드타임 스토리(EP06)6.jpg 식당에서(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3.8)


06.베드타임 스토리(EP06)8.jpg 버스에서(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3.8)


06.베드타임 스토리(EP06)9.jpg 이모집에서(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3.8)


20130817_ 074.jpg 공묘에서(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3.8)


06.베드타임 스토리(EP06)11.jpg 북경공항에서(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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