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다가온 낯선 풍경들.속편 -프롤로그
언젠가부터 나를 설명하는 말들이 조금씩 과거형이 되었다.
“전에 OO였어요.”
“예전엔 이런 일을 했죠.”
그럴 때마다 가슴 안쪽 어딘가가 간질거렸다.
지금의 나는 어디쯤 서 있는 걸까.
불은 이미 다 꺼진 걸까.
아니면 아직 남은 불씨가 있는 걸까.
요즘의 나는, 이상하게도 더 뜨겁다.
그 뜨거움이 꼭 멋지고 의욕적인 뜻만은 아니다.
가끔은 별것 아닌 일에 서운하고, 괜히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예전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일에도
마음이 쉽게 흔들린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감정의 진폭이야말로,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사람들은 나이 들수록 담담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담담해지기보단 끈질겨졌다.
젊은 날의 치열함이 불꽃처럼 번지는 열정이었다면, 지금의 치열함은 촛불처럼 흔들리면서도 꺼지지 않는 것.
불안과 후회의 잔열 속에서 끝까지 버티는 힘이다.
누군가는 쉰에 첫 소설을 썼고,
누군가는 일흔에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어떤 이는 사업을 접고 다시 그림을 그렸고,
어떤 이는 손주보다 늦게 유튜브를 시작했다.
그들의 불꽃은 늦었지만,
그래서 더 오래, 더 깊게 탔다.
이제 나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려한다.
치열하거나, 찌질하거나, 그 사이 어딘가에서 흔들리는 이들. 삶의 끝자락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점에 서 있는 사람들.
그들은 세상에 대고 조용히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나는 아직 불타고 있다.”
잘 나가던 직장생활을 미련 없이 접고
댄서로 제2의 삶을 시작한 늦깎이 춤꾼이 있다.
그는 사랑했던 여자에게 구애하듯, 온몸을 던져 아름답고 때로는 격렬한 정열의 춤사위를 만든다.
그의 무대는 삶이고, 그의 동작 하나하나는 늦게 배운 순정의 언어다.
또 한 사람,
취미로 시작한 그림이 어느새 인생의 대화창이 된 화가가 있다.
그는 수채화, 유화, 문인화의 전통을 넘어
디지털 브러시와 AI 툴을 친구 삼아
새로운 감각으로 ‘환생한 화가’가 되었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그림 속엔 여전히 세월의 붓결이 배어 있다.
그리고 예순이 넘어 시작한 글쟁이도 있다. 그의 서재는 노트북과 스마트폰 메모앱,
그리고 카페 한켠의 조용한 테이블이다.
그는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에서 작가들과 대화를 나누고, 문학 지망생들과 영감을 주고받으며 오늘도 글로 자기 존재를 증명한다.
그 밖에도 있다.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즐기다 바리스타가 된 장년 남자, 은퇴 후 오케스트라 더블베이스 석에 선 60대 초보 연주자, 손녀에게 코딩을 배우며 스타트업을 창업한 할아버지, 오래된 동창들과 밴드를 결성해 첫 버스킹 무대에 선 은퇴 공무원까지.
그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자신의 남은 불씨를 믿는다.
무대는 크지 않아도, 그 안에서 여전히 불타오른다.
나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려 한다.
‘이제는 끝’이라 말하기엔 아직 너무 뜨거운 사람들, 삶의 두 번째 계절에서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
그들의 불빛이 모이면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초상화가 완성될 것이다.
그때 나는 그 곁에서 조용히 이렇게 말할 것이다.
“봐요, 당신도 아직 불타고 있잖아요.”
이 시리즈는 현실과 상상, 기록과 기억의 경계에서 태어난다. 나는 실존 인물과 실제 장소를 바탕으로 하지만, 그들의 삶을 그대로 옮기지 않는다. 대신 그 안에서 감정의 진실을 포착하려 한다.
이 글들은 다큐처럼 사실적이지만, 소설처럼 조용히 흘러가고, 에세이처럼 나의 시선이 스며 있다. 그래서 한쪽으로만 분류하기 어렵다.
나는 이 글들을 ‘서사 에세이’, '미니 소설' 혹은 ‘다큐픽션’이라 부른다.
주인공들은 대개 보통 사람들이다.
춤추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 커피를 내리는 사람, 잘 걷는 사람….
그들의 삶 속에는 묵묵한 시간과 고요한 열정이 있다. 나는 그들의 순간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 속에서 삶의 온기를 기록한다.
이 시리즈는 거창한 사건보다 삶의 잔잔한 회복과 품격을 말하고 싶다. 누군가의 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나 자신의 이야기에 닿게 된다.
그래서 이 글들은 타인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나의 고백이기도 하다.
1.
리듬 위의 인간 : 댄싱킴 스토리
“춤은 내 몸으로 쓰는 일기였다.”
30대 후반, 회사를 그만두고
‘댄스’라는 낯선 세계로 뛰어든 한 남자.
퇴근 후 연습실에서 새벽까지,
온몸으로 시간을 쓴 사람의 기록.
그의 삶은 리듬과 상처, 그리고 구원의 서사였다.
세계대회를 거쳐 스승이 된 지금,
그는 말한다.
“춤은 결국 나를 구원했다.”
# 인간승리, 열정, 자기극복, 몸의 언어
2.
빛과 색의 언어 : 디지털 화가의 부활
“나는 물감을 버리고 픽셀을 집었다.”
퇴직 후 손에 쥔 건 붓이 아니라 아이패드였다.
수채화와 유화를 배우다 막힌 그는,
AI와 협업하는 디지털 화가로 거듭났다.
처음엔 비웃음이 따랐다.
“그건 네가 그린 게 아니잖아.”
하지만 그는 말했다.
“예술은 도구가 아니라 시선의 문제야.”
지금 그의 작품은 NFT로 팔리고,
젊은 작가들이 그의 강의에 몰린다.
예술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단지 붓이 코드로 바뀌었을 뿐.
#키워드: 트렌드, 기술과 예술의 협업, 혁신
3.
쉰의 문장 : 늦깎이 작가의 두 번째 데뷔
“글은 결국 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직장 은퇴 후 글쟁이의 길로 접어든 60대 중반,
‘이제 됐다’ 싶었지만, 문단의 현실은 냉정했다.
그는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 ‘브런치’에서 글을 이어갔다.
댓글 몇 개에 웃고, 조회수에 흔들리고,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지금 그는 작가이자 글쓰기 강사다.
그의 서재는 화려하지 않다.
노트북, 스마트폰, 그리고 커피 한 잔.
“나는 여전히 문장으로 세상을 춤추게 하고 있다.”
#키워드: 자아회복, 글쓰기플랫폼 , 회복의 언어
4.
그대, 다시 무대에 : 여배우의 귀환
“무대는 잊지 않는다. 몸이 먼저 기억한다.”
젊은 시절 TV드라마 단역으로 살던 그녀는
육아와 생계로 연기를 접었다.
그러다 20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섰다.
관객 30명 남짓의 소극장,
하지만 그 무대에서 그녀는 다시 ‘살아 있었다.’
눈빛 하나, 손끝 하나,
그녀의 연기는 세월의 주름을 품고 있었다.
누군가는 말했다.
“그녀의 연기는 조용한 폭발이다.”
#키워드: 단절과 이음, 부활, 두 번째 인생 무대
5.
커피 한 잔의 철학 : 바리스타의 인생 블렌드
“삶은 타이밍이 아니라, 추출의 온도야.”
퇴직 후 우연히 배우게 된 커피.
그저 취미였던 드립이
이젠 매일 아침의 명상이 되었다.
그는 로스터기를 직접 다루며 깨달았다.
“커피는 기다림의 예술이야.”
커피 향과 함께 찾아온 ‘나의 속도’.
그는 말한다.
“늦게 데워진 인생이 제일 깊은 맛이 나.”
#키워드: 슬로우 라이프, 감각, 자아의 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