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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즐거움과 설레임

테니스와 마케팅 책을 읽다!

by 이에누

책 두권을 얼굴책(페이스북)의 얼굴로 내 보였다.
한 권은 브런치스토리 동료 작가가 보내온 책이고 한 권은 사서 읽고 도서관에 구입신청까지 한 책이다.

다른 분의 책에 독후감을 쓰는 일은 조심스럽지만 즐겁기도 한 일이다. 누군가도 내 책에 입을 대는 마중물이 될지 모른다는 설레임이 있으니까.




조원준, 《테니스에 반하다》
-정성스레 포장해서 보내준 진심에 화답하는 마음으로

이 책은 기술서를 가장한 인생책이다.
코트 위에서 벌어지는 건 단순한 경기라기보다,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끝없는 연습이라는 걸 조용히 보여준다.
백핸드 자세를 바로 잡는 이야기 속에서 어느 순간 ‘삶도 결국 이렇게 고쳐 나가는 거구나’ 하는 깨달음이 스며든다.

36년 구력의 테니스 전문가가 쓴 글이라 기술적 통찰은 당연히 탄탄하다. 하지만 이 책의 힘은 오히려 그 단단함 사이사이에 있는 따뜻한 틈에 있다. 초보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두려움, 잘 안 될 때의 답답함, 그러다 어느 날 공이 라켓 중앙에 “탁” 하고 맞는 짧은 짜릿함.
그 모든 순간을 저자는 과장 없이 담담하게 적어낸다.

읽다 보면 공의 궤적보다 마음의 궤적이 더 길게 남는다. ‘성장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문장 같은 것. 초보자가 처음 코트에 서서 방황하는 마음이든, 중년이 되어 다시 취미를 찾는 사람의 쓸쓸한 열정이든 이 책은 그 모든 시작을 격려하는 쪽에 가깝다.

테니스 책이지만, 사실은 ‘멈추지 않는 법’에 관한 책. 그래서 테니스를 안 치는 사람에게도 은근히 오래 남는다. 특히 요즘 당구의 재미에 겨우 눈뜬 나같은 사람에게는 다소 위험한 책일 수도 있다. 아직 길도 잘 모르면서 자칫 테니스 쪽으로 한눈 팔게 할 수 있을지 몰라서 하는 말이다.




《빅샷, 황인선의 마케팅 All》 을 읽고 메모해 둔 몇가지 팁들

1. 마케팅은 마음을 사는 일이다

제품을 팔겠다고 달려드는 순간 이상하게도 광고가 힘을 잃는다. 사람들은 기능보다 ‘나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가’를 먼저 본다.
황인선의 말처럼 마케팅은 결국 마음을 얻는 일이다. 그러니까 기획서 첫 페이지를 채우는 건 스펙이나 기술이 아니라, 내가 지금 누구의 어떤 마음에 말을 걸고 있는가, 그 단 한 줄이다.
이 한 줄이 잡히면 전체 콘셉트의 명확도가 달라진다.

2. 브랜드는 소비자가 완성하는 이야기다

브랜드 스토리라는 걸 오래 고민하다 보면
‘내가 너무 많이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순간이 온다. 책에서 강조하는 건 딱 그 지점이다.
브랜드는 내가 쓰는 교과서가 아니라
소비자가 해석해 만들어내는 이야기라는 것.
광고는 그 이야기가 태어나는 ‘상황’만 열어주면 된다.
메시지와 이미지 사이에 의도적인 여백을 만드는 것도 이런 사고에서 나온다. 조금 덜 말해야, 사람들이 그 사이를 채우기 시작한다.

3. VOC는 데이터가 아니라 감정의 단서다

요즘 마케터들은 데이터를 너무 잘 본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숫자 그래프 속에 묻혀버리는 건 소비자가 실제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단서다.
후기나 댓글을 분석할 때 “무엇을 요구하는가?” 보다 “어떤 감정이 반복되는가?”를 보면 방향이 바뀐다.
광고의 카피와 비주얼은 결국 그 감정의 뿌리를 쓰다듬는 작업이다. 감정의 구조를 잡아내는 순간 기획은 단단해진다.

4. 틈새 전략은 작은 목소리를 크게 만든다

큰 브랜드는 늘 정면승부를 건다. 작은 브랜드가 거기 뛰어들면 지는 싸움이다. 황인선이 강조하는 ‘틈새 전략’은 예산이 적은 팀일수록 더 가치가 있다.
작게 파고들고,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 사람들이 잠깐 멈춰서게 되는 문장 하나,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등장하는 콘텐츠 하나면 충분하다.
큰 시장을 공략하는 대신 '내 메시지를 정확히 받아줄 3%’를 설정하는 것.
그렇게 작게 시작한 브랜드가
오히려 더 선명한 목소리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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