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우상의 추락

by 연구소장

무대라는 공간은 양날의 검과 같다. 수많은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는 그 높은 단상은 영웅의 탄생을 알리는 가장 화려한 제단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할 때는 세상에서 가장 잔혹하고 공개적인 공개 처형장으로 돌변한다.


금요일 오후 1시 50분.


태성그룹 본사 3층에 위치한 대강당은, 수백 명의 임원진과 이사진이 내뿜는 무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평소의 신기술 발표회라면 그룹의 미래를 기대하는 활기찬 분위기였겠지만, 오늘의 공기는 사뭇 달랐다. 지난밤부터 사내를 집어삼킨 블라인드 폭로 글의 여파로, 객석에 앉은 사람들의 눈빛에는 짙은 의심과 호기심이 뒤엉켜 있었다. 그들은 회사의 혁신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소문 속의 미치광이 흡혈귀가 정말로 실재하는지 확인하러 온 관객들에 가까웠다.


제일 앞줄 중앙의 브이아이피 좌석.


그룹 회장을 대리하여 참석한 부사장은 굳은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양옆으로 늘어선 계열사 사장단 역시 심각하게 귓속말을 나누고 있었다. 부사장의 속은 이미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자신이 그토록 자랑하던 최고의 카드가, 하필이면 가장 중요한 예산 심의 무대 직전에 통제 불능의 시한폭탄이라는 소문에 휩싸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약간 뒤쪽, 시야가 가장 완벽하게 확보되는 상석에는 서지안이 앉아 있었다.


티끌 하나 없는 새하얀 화이트 슈트. 단정하게 묶어 올린 머리와 창백한 피부 위로 선명하게 빛나는 붉은 립스틱. 그녀는 이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도 홀로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이제 곧 시작될 완벽한 도축의 순간을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1시 55분. 무대 뒤 백스테이지.


대강당의 두꺼운 장막 뒤편, 어두운 대기실에서 백도훈은 짐승처럼 좁은 공간을 맴돌고 있었다.


“하아, 하아….”


숨이 가빴다. 장막 너머로 들려오는 수백 명의 웅성거림. 평범한 대화 소리가 도훈의 귀에는 자신을 물어뜯기 위해 이빨을 가는 하이에나 떼의 울음소리처럼 기괴하게 증폭되어 들렸다.


무대 공포증. 천재라는 오만한 가면을 쓰고 살아왔지만, 사실 그의 내면은 타인의 평가에 극도로 취약한 유리 조각에 불과했다. 게다가 며칠간 밥 한 술 뜨지 못하고 알코올에만 찌들어 있던 육체는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고, 시야의 끝자락이 가물거리며 흔들렸다.


‘나를 비웃고 있어. 다들 내가 무너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내가 저 무대에 올라가면, 내 코드를 훔쳐 간 벌레 새끼들이 낄낄거리며 날 매장시킬 거야.’


알코올 금단 현상이 불러온 극도의 피해망상이 그의 전두엽을 무자비하게 짓눌렀다. 도훈은 덜덜 떨리는 두 손으로 자신의 헝클어진 머리칼을 쥐어뜯었다. 당장이라도 비명을 지르며 대기실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 목끝까지 차올랐다.


그 순간, 그의 손끝에 재킷 안주머니의 묵직한 감촉이 닿았다.


몇 시간 전, 서지안이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미소와 함께 안겨주었던 구원의 상징.


도훈은 다급하게 안주머니를 뒤져 순은으로 세공된 휴대용 플라스크를 꺼냈다. 조명이 꺼진 어두운 백스테이지에서도 은빛 금속은 서늘하고 매혹적으로 빛났다.


— 압박감 때문에 호흡이 가빠지고 머릿속이 하얘지려 한다면, 이 부적을 꺼내세요. 아무도 모르게, 오직 선배에게만 허락된 한 모금의 완벽한 구원이 될 겁니다.


지안의 달콤한 뱀의 속삭임이 환청처럼 도훈의 귓가를 맴돌았다.


“그래. 지안 씨 말이 맞아. 나는 저런 쓰레기들을 맨정신으로 상대할 필요가 없어. 나는 신이야. 천재라고.”


도훈은 이성을 잃고 짐승처럼 플라스크의 뚜껑을 열었다. 코끝을 찌르는 60도짜리 캐스크 스트랭스 아르마냑의 지독한 향기. 그는 덜덜 떨리는 양손으로 플라스크를 쥐고, 그 안에 담긴 독주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목구멍으로 털어 넣었다.


울컥.


식도를 무자비하게 태우며 내려간 60도의 불길이 위장에 닿는 순간, 도훈의 몸이 감전된 듯 크게 튀어 올랐다.


척수를 타고 뇌로 맹렬하게 치솟는 강렬한 마취의 쾌감. 이성을 통제하던 전두엽의 마지막 퓨즈가 불꽃을 튀기며 완벽하게 끊어져 나갔다. 지독한 불안과 공포가 있던 자리에, 알코올이 폭발적으로 증폭시킨 기괴한 나르시시즘과 공격성이 꽉 들어찼다.


도훈의 비뚤어진 입가로 번들거리는 침이 고였다. 잔뜩 굽어 있던 허리가 오만하게 펴졌고, 공포에 질려 흔들리던 핏발 선 동공은 광기로 번뜩이기 시작했다.


“다 짓밟아 주마. 내 발밑에 꿇어앉혀 주겠어.”


“자, 다음은 미래전략 R&D 센터 백도훈 전무님의 내년도 인공지능 신사업 로드맵 프레젠테이션이 있겠습니다. 큰 박수로 모셔주시기 바랍니다.”


장막 밖에서 사회자의 정중한 안내 멘트가 울려 퍼졌다.


대강당의 조명이 일제히 꺼지고, 무대 중앙으로 눈이 부실 만큼 새하얀 핀 조명이 떨어졌다. 건조하고 의무적인 박수 소리가 파도처럼 일었다.


도훈은 삐딱한 걸음걸이로 무거운 막을 걷어내고, 빛의 처형대를 향해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무대 위로 백도훈의 실루엣이 드러나는 순간.


수백 명의 청중이 뿜어내던 박수 소리가 마치 칼로 벤 듯 뚝 끊어졌다. 대강당 안에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만큼 기괴하고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가장 앞줄에 앉은 부사장의 안면 근육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단상으로 걸어 나오는 백도훈의 몰골은, 그룹의 수백억 예산을 책임질 천재 임원이라기엔 너무도 처참하고 흉측했다. 명품 셔츠는 구겨지고 얼룩진 채 넥타이가 뱀의 혀처럼 삐딱하게 매어져 있었고, 며칠째 씻지 않은 헝클어진 머리칼은 조명을 받아 기름지게 번들거렸다.


무엇보다 최악인 것은 그가 뿜어내는 공기였다.


도훈이 마이크 스탠드를 쥐고 거친 숨을 내쉴 때마다, 60도의 짙은 알코올 단내가 대강당 앞열을 훅 덮쳤다. 이사회라는 가장 엄숙한 무대에, 만취한 사내가 비틀거리며 올라온 것이다.


“저, 저 미친 새끼가 지금….”


부사장이 이를 악물며 낮게 신음했다. 주변의 계열사 사장단은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도훈과 부사장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블라인드 폭로 글에 적혀 있던 알코올 중독이라는 단어가, 눈앞에서 완벽한 현실로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다들… 표정들이 왜 이래.”


마이크를 타고 대강당에 울려 퍼진 도훈의 첫마디였다.


준비된 정중한 인사말이나 세련된 비전 제시는 없었다. 도훈은 마이크 스탠드를 삐딱하게 잡아당기며 짝다리를 짚었다. 그리고 객석의 늙은 임원들을 벌레 보듯 내려다보며 기괴하게 실실거렸다.


“내가 어제오늘 아주 기분 더러운 찌라시를 하나 봤는데. 뭐? 내가 내 밑에 있는 쓰레기들 아이디어를 훔쳐? 큭큭….”


장내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수백 명의 임원들이 제 귀를 의심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백억의 예산이 걸린 신성한 무대에서, 발표자가 대본을 팽개치고 부하 직원들을 향한 조롱을 내뱉기 시작한 것이다.


“훔칠 게 있어야 훔치지. 뇌가 우동 사리로 꽉 찬 새끼들이,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떠먹여 준 로직에 숟가락만 얹은 주제에 어딜 감히 나를 모함해. 너희들같이 숫자나 만지는 무식한 양복쟁이들도 그딴 쓰레기 같은 소문에 휘둘려서 날 벌레 보듯 쳐다보는데… 내가 똑똑히 증명해 줄게. 누가 이 회사의 진짜 주인인지.”


가장 뒷열, R&D 센터 실무진들이 뭉쳐 앉은 구역에서는 서늘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도훈의 폭언은 실무진들의 분노에 완벽하게 기름을 붓는 행위였다.


그리고 객석 앞자리. 서지안은 턱을 괸 채 그 끔찍한 난동을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로맨스 영화를 보듯 황홀하게 감상하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네 입으로 직접 떠들어. 네가 그 폭로 글 속의 통제 불능 미치광이가 맞다고 증명해.’


지안의 내러티브 조작은 소름 돋을 정도로 완벽하게 작동했다. 아침에 폭로 글을 읽고도 긴가민가했던 보수적인 임원들마저, 무대 위에서 혀가 꼬인 채 횡설수설하는 도훈의 깽판을 두 눈으로 목격하자 그것을 명백한 진실로 채택해 버렸다. 거짓된 환상이 대중의 동조 심리를 타고 완벽한 현실로 주조되는 순간이었다.


“백 전무!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당장 본론으로 안 들어가?!”


참다못한 부사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자후를 토했다. 대강당이 쩌렁쩌렁 울렸지만, 이미 이성의 퓨즈가 끊어진 도훈의 귀에는 부사장의 호통조차 자신을 질투하는 파리 떼의 날갯짓으로 들릴 뿐이었다.


“본론? 그래, 보여줄게. 너희들 썩은 눈구멍에 똑똑히 처박아 줄 테니까 똑바로 봐!”


도훈은 거칠게 마이크를 내려놓고 프레젠테이션용 노트북 앞으로 다가갔다. 키보드를 내려치는 그의 손끝이 알코올로 인해 미친 듯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이게 내가 지난 사흘 동안 피 토하며 다시 짠 딥러닝 코어 엔진이야. 기존 알고리즘보다 처리 속도가 3배 이상 빠르고, 인간의 사고를 완벽하게 모방하지. 자, 내 예술을 감상해라.”


도훈이 호기롭게 엔터키를 세게 내리쳤다.


수백 명의 시선이 일제히 무대 뒤편의 거대한 스크린으로 향했다. 부사장은 식은땀을 닦으며 제발 저 미치광이가 내놓은 결과물만은 완벽하기를, 그래서 이 참담한 분위기를 실력 하나로 뒤집어 주기를 절박하게 기도했다.


그러나.


거대한 스크린에 나타난 것은 경이로운 데이터 처리 영상이나 인공지능의 시연이 아니었다.


[ERROR 404: Connection Refused. 서버의 응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접근 권한이 제한되었습니다.]


새빨간 에러 메시지가 스크린 전체를 섬뜩하게 뒤덮었다.


단상에 선 도훈의 손이 허공에서 굳어버렸다.


“어…?”


도훈은 당황하며 키보드를 마구 두드렸다. 하지만 그가 엔터를 칠 때마다 스크린에는 기괴한 붉은색 경고 창들만 겹겹이 쌓여갈 뿐, 시스템은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뭐, 뭐야 이거… 왜 접속이 안 돼. 야! R&D 1팀! 저기 앉아 있는 윤 수석! 당장 서버 세팅 다시 확인해! 당장 노트북 켜!”


도훈이 스탠드 마이크를 쥐어 뽑고는 강당 뒷자리에 앉아 있는 실무진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의 목소리가 대강당의 스피커를 찢을 듯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1팀의 윤 수석을 비롯한 수십 명의 연구원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노트북을 열지도, 당황하지도 않았다. 앞서 서지안이 은밀하게 방치해 둔 상황 그대로, 실무진들이 시연 서버의 접속 권한을 철저하게 차단해 버린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상사가 고립무원의 무대 위에서 붉은 에러 창을 뒤집어쓰고 무너져 내릴 때, 그 누구도 돕지 않고 완벽하게 투명 인간 취급하는 것. 그것은 실무진들이 백도훈이라는 폭군을 향해 던지는 가장 명백하고도 잔혹한 공개 처형이었다.


“이… 이 개새끼들이! 너희들이 지금 나랑 장난해?! 당장 복구 안 해?!”


도훈의 비명에 가까운 쉰 목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윤 수석은 팔짱을 낀 채 얼음장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무대 위의 미치광이를 방관할 뿐이었다.


그 순간.


알코올과 극도의 스트레스가 결합된 도훈의 뇌 속에서, 파멸적인 화학 작용이 일어났다. 전두엽이 완전히 파괴된 자리에 지독한 환각(Hallucination)이 덮쳐온 것이다.


도훈의 핏발 선 시야 속에서, 거대한 스크린에 떠 있던 붉은색 에러 메시지들이 마치 시뻘건 피가 되어 뚝뚝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수십만 줄의 엉망진창인 코드들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벌레 떼로 변해 자신을 옭아매고 있었다.


“으아아악! 벌레… 벌레 새끼들이 내 코드를 파먹고 있어!”


도훈이 머리를 감싸 쥐고 뒷걸음질을 쳤다.


그의 환각은 이제 객석으로 향했다. 가장 앞줄에 앉아 분노로 일그러진 부사장의 얼굴이, 입술이 찢어진 악마의 형상으로 변해 자신을 비웃고 있었다. 자신을 투명 인간 취급하는 실무진들은 눈구멍이 파인 해골들로 변해 낄낄거리는 환청을 만들어냈다.


“웃지 마! 웃지 마, 이 쓰레기들아! 내가 신이야! 내가 세상을 바꾼다고!!”


완벽한 폭주.


도훈은 손에 쥐고 있던 무거운 마이크를 무대 아래 객석을 향해 전력으로 집어 던졌다. 삐이익- 하는 찢어지는 하울링 소리와 함께 마이크가 부사장의 발밑에 처박혔다.


장내는 통제 불능의 아수라장이 되었다.


“저 미친놈 당장 끌어내!!”


“경찰 불러! 사람 다치겠어!”


늙은 임원들이 기겁하며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고, 장내는 비명과 고함으로 뒤엉켰다. 부사장은 수치심과 분노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보안팀을 향해 사자후를 토했다.


“보안팀!! 당장 저 미친 새끼 끌어내려!! 무대에서 치워버려!!”


검은 양복을 입은 건장한 보안 요원 대여섯 명이 무대 위로 우르르 뛰어 올라갔다. 도훈은 시연용 노트북을 들어 허공에 패대기치고, 단상을 발로 걷어차며 짐승처럼 악을 썼다.


“이거 놔! 내 몸에 손대지 마! 나는 천재 백도훈이야! 내가 너희들을 먹여 살렸다고! 이거 놓으란 말이야!!”


보안 요원들이 도훈의 양팔을 거칠게 꺾고 바닥에 짓눌렀다.


발악하던 도훈의 목구멍에서 왈칵, 역겨운 토사물이 쏟아져 나와 무대 바닥과 그의 구겨진 명품 셔츠를 시뻘겋게 더럽혔다. 눈물과 콧물, 그리고 토사물로 범벅이 된 채 짐승처럼 헐떡이는 사내. 한때 태성그룹 최고의 혁신을 상징하던 우상의 가장 비참하고 더러운 밑바닥이었다.


“으아아악! 내가 신이야… 내 코드가 세상을…!”


보안 요원들의 손에 짐짝처럼 들려 무대 뒤로 질질 끌려 나가는 도훈.


그의 초점 잃은 눈동자가 허공을 헤매다, 가장 앞줄 상석에 꼿꼿하게 앉아 있는 한 여자의 실루엣에 닿았다.


새하얀 슈트를 입은 서지안.


사방이 아수라장이 된 그 지옥 같은 풍경 속에서, 오직 그녀만이 세상에서 가장 평온하고 우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안은 바닥에 처박혀 끌려가는 도훈을 내려다보며, 가늘고 예쁜 두 손을 부딪쳐 느릿하고 기품 있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짝. 짝. 짝.


그 서늘한 박수 소리는 오직 도훈의 환각 속에만 존재하는 듯, 주변의 고함 소리를 뚫고 그의 고막에 치명적으로 꽂혔다. 그제야 도훈의 망가진 뇌리에 섬뜩한 깨달음이 스치고 지나갔다. 자신을 구원해 준 천사라고 믿었던 저 여자가, 사실은 처음부터 자신의 목에 밧줄을 걸고 단두대의 스위치를 누른 진짜 악마였다는 사실을.


하지만 이미 늦었다. 도훈의 입은 토사물로 막혀 어떤 진실도 외칠 수 없었고, 무거운 장막이 닫히며 그는 영원한 어둠 속으로 치워졌다.


대강당의 스크린에는 여전히 핏빛 에러 메시지가 깜빡이고 있었다.


첫 번째 원리원칙주의자를 무너뜨리고, 두 번째 오만한 천재마저 스스로 가장 끔찍한 파멸을 선택하게 만든 이단심문관. 서지안의 붉은 입술이 승리의 호선을 그렸다.


자신의 손에는 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채, 사냥감을 도축장의 고깃덩어리로 만들어버린 완벽한 심리전. 태성그룹이라는 거대한 콜로세움의 주도권이, 이제 소리 없이 그녀의 손끝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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