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 시간: 03:00]
타타타타탕-!!
비밀 패널을 뚫고 들이닥친 흑기동대의 소음기 달린 기관단총이 불을 뿜었다.
우아한 왈츠가 흐르던 VIP 라운지는 순식간에 피와 파편이 튀는 도살장으로 변했다. 최고급 샴페인 타워가 총탄에 맞아 박살 나며 유리 비가 쏟아졌고, 미처 도망치지 못한 귀족들과 폭도들이 고깃덩어리처럼 찢겨 바닥에 나뒹굴었다.
"타겟 확인! 해커와 강태현부터 사살해!!"
방독면을 쓴 흑기동대 분대장의 수신호와 함께, 세 명의 정예 사병이 태현과 유진이 있는 프라이빗 룸 쪽으로 총구를 돌렸다.
"엎드려!!"
태현이 짐승 같은 탄성을 내지르며 육중한 마호가니 원목 홀덤 테이블의 가장자리를 발로 걷어차 엎어버렸다.
퍼퍼퍽! 콰직!
두께 10센티미터가 넘는 원목 테이블이 방패막이가 되어 쏟아지는 총탄을 튕겨냈다. 태현은 테이블 뒤에 웅크린 채, 자신의 셔츠 소매를 거칠게 찢어 입과 코를 동동여 맸다. 공기 중으로 스며드는 옅은 녹색의 맹독 가스가 벌써 점막을 따갑게 찌르고 있었다.
"서유진! 넌 화면에서 눈 떼지 마!"
태현의 외침에 유진은 바닥에 웅크린 채 마스터 패드에 미친 듯이 코드를 쏟아 넣고 있었다. 그녀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식은땀이 안경알을 적셨지만, 그녀의 시선은 오직 방화벽을 뚫는 숫자들의 배열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방화벽 1단계 돌파! 남은 차단벽 3개! 이사회 놈들이 물리적으로 코드를 꼬아놨어요!"
[잔여 시간: 02:45]
"밀어붙여! 테이블 뒤에 있다!"
사병들이 전술 진형을 유지하며 테이블 좌우로 압박해 들어왔다.
총기 하나 없는 맨몸.
하지만 태현의 눈빛은 데스매치 테이블 앞에 앉은 타짜처럼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바닥에 흩어진 수백 개의 무거운 카지노 칩들을 양손에 한 움큼 거머쥐었다. 점토와 철심이 박힌 최고급 칩은 하나당 무게가 상당했다.
사병 하나의 그림자가 테이블 왼쪽 모서리를 도는 순간.
휘익- 퍽!
태현이 투수처럼 전력으로 내던진 십여 개의 칩이 산탄총처럼 사병의 방독면 안면부를 강타했다.
"크헉!"
방탄유리 고글에 금이 가며 시야가 가려진 사병이 주춤하는 찰나, 태현이 짐승처럼 테이블 위를 뛰어넘어 사병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태현의 손에 쥐어진 예리한 강철 조각이 사병의 소총 멜빵을 끊어버림과 동시에, 방검복이 덮지 못한 목덜미의 경동맥을 깊숙이 찔러 넣고 비틀었다.
"커으윽…!"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태현은 뿜어져 나오는 피를 피하지 않고, 쓰러지는 사병의 몸통을 방패 삼아 오른쪽에서 달려오던 다른 사병을 향해 몸을 날렸다.
타탕!
죽은 사병의 시체에 총알이 박히는 충격이 태현의 어깨까지 전해졌다. 태현은 시체를 거칠게 밀쳐 사병의 총구를 빗나가게 만든 뒤, 손에 쥐고 있던 묵직한 크리스털 재떨이로 사병의 관절 꺾인 팔꿈치를 무자비하게 내리찍었다.
"아아아악!"
총을 놓친 사병이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지자, 태현은 그의 방독면 호스를 강철 조각으로 찢어버렸다.
"컥, 켁…!"
틈새로 스며든 독가스를 들이마신 사병이 목을 쥐어뜯으며 피거품을 물었다.
불과 15초 만에 두 명의 정예 사병이 맨몸의 도박사에게 도살당했다.
[잔여 시간: 02:10]
"이, 미친 새끼가…! 산개해! 거리를 벌리고 쏴!!"
분대장이 경악하며 뒤로 물러섰다. 요람에서 올라온 쥐새끼인 줄 알았는데, 눈앞의 남자는 살인과 폭력에 완벽하게 숙달된 뒷골목의 포식자였다.
슈우우욱-
그 사이 VIP 라운지 전체에 맹독 가스가 무릎 높이까지 차올랐다. 조명이 꺼진 붉은 비상등 아래서, 독가스의 안개는 마치 지옥의 늪처럼 몽환적이고 끔찍하게 일렁였다.
태현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찢은 셔츠만으로는 가스의 독성을 완전히 막을 수 없었다. 시야가 흐려지고 폐부가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방화벽 2단계 돌파!! 접근 권한 50% 확보!"
유진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앞으로 2분.'
태현은 피 묻은 강철 조각을 꽉 쥐며 핏발 선 눈을 치켜떴다.
사방에서 총구의 붉은 레이저가 춤을 추며 태현이 숨어 있는 기둥 쪽을 벌집으로 만들고 있었다.
"숨 막히지? 쥐새끼야!"
사병들이 연막탄과 섬광탄을 라운지 중앙으로 던져 넣었다.
퍼엉-! 삐이이익-
고막을 찢는 이명과 함께 시야가 하얗게 멀었다.
하지만 태현은 눈을 감은 채, 카지노 딜러 시절 수만 번의 카드 셔플로 단련된 '감각'과 '공간 지각 능력'에 모든 것을 맡겼다.
총구의 화염이 번쩍이는 위치, 탄피가 대리석 바닥에 부딪히며 튕기는 미세한 마찰음.
태현은 섬광 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 바닥을 굴러, VIP 전용 룰렛 테이블 쪽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묵직한 마호가니 룰렛 휠을 뜯어내어 원반 던지듯 전방의 어둠 속을 향해 전력으로 집어 던졌다.
콰아앙!
"크아악!"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원목 룰렛 휠이 사병 두 명의 무릎과 정강이를 박살 내며 덮쳤다.
태현은 그들이 쓰러진 틈을 타, 샹들리에가 떨어져 나간 천장의 굵은 와이어 줄을 낚아채어 타잔처럼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붉은 조명과 녹색 독가스가 일렁이는 허공을 가르고 날아간 태현의 두 발이, 총을 쏘려던 사병의 가슴팍에 포탄처럼 꽂혔다.
우당탕-!
대리석 바닥을 뒹군 태현은 곧바로 일어나 사병의 목을 꺾어버렸다.
그의 코트 자락은 이미 피와 땀으로 무겁게 젖어 있었고, 왼쪽 어깨와 허벅지에는 총알이 스치고 지나간 선혈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잔여 시간: 01:20]
"괴물 같은 새끼…."
분대장의 눈빛이 공포로 흔들렸다. 스무 명 남짓 투입되었던 흑기동대 본대 병력 중 절반이 넘는 열두 명이, 단 1분 40초 만에 카지노의 소품과 맨주먹에 의해 시체로 전락했다.
하지만 태현의 상태도 한계에 달하고 있었다.
독가스가 허리춤까지 차오르면서 산소가 부족해졌고, 근육이 찢어질 듯한 경련이 일기 시작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시야가 두 개로 겹쳐 보였다.
"방화벽 3단계 돌파…! 메인 서버 제어권 코앞입니다! 조금만 더…!!"
유진의 목소리도 눈에 띄게 약해져 있었다. 그녀 역시 독가스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씨발, 다 죽여! 폭탄 던져서라도 저 년부터 날려!!"
이성을 잃은 분대장이 허리춤에서 고폭 수류탄을 꺼내 안전핀을 뽑으려 했다.
그 순간.
태현의 눈에 이채가 번뜩였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빈 샴페인 병의 주둥이를 깨버린 뒤, 근처에 엎어져 죽어있던 귀족의 품에서 최고급 지포 라이터를 꺼냈다. 깨진 병 안에 남아있던 고도수의 알코올에 라이터 불을 붙인 태현은, 수류탄을 던지려던 분대장을 향해 화염병을 집어 던졌다.
파창! 펑-!!
"으아아아아아악!!"
화염이 분대장의 전신을 집어삼켰다. 불길 속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던 분대장의 손에서 수류탄이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피해!!"
태현이 남은 힘을 쥐어짜 내어 홀덤 테이블 뒤의 유진을 향해 몸을 던졌다. 유진의 위로 태현이 엎어짐과 동시에,
콰아아아앙-!!
라운지를 통째로 뒤흔드는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수류탄의 파편이 홀덤 테이블을 산산조각 냈고, 태현의 등과 코트에 날카로운 파편들이 빗발치듯 꽂혔다.
"큭… 컥!"
태현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울컥 쏟아졌다.
"강태현 씨!! 정신 차려요!!"
유진이 폭발의 충격에 흔들리면서도 태현의 어깨를 붙잡았다.
폭발의 충격으로 흑기동대의 남은 병력들도 대부분 날아갔지만, 아직 치명상을 입지 않은 세 명의 사병이 비틀거리며 일어나 태현과 유진이 엎어져 있는 잔해 쪽으로 총구를 겨누었다.
[잔여 시간: 00:20]
남은 시간 20초.
하지만 태현은 더 이상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등과 어깨에 박힌 파편들이 신경을 짓눌렀고, 독가스가 폐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시야가 완전히 까맣게 점멸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군요."
사병들이 다가오는 발소리가 사신(死神)의 발걸음처럼 다가왔다.
유진이 마스터 패드 위에 피 묻은 손가락을 올려둔 채 입술을 깨물었다. 화면에는 여전히 [암호화 해독 중… 98%]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
철컥.
사병 한 명이 태현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밀었다.
"지독한 쥐새끼. 지옥에서 보자."
사병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
태현이 피투성이가 된 입술을 비틀어 올리며,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지옥문은… 내가 아까 열어뒀다고 했잖아."
삐리릭- 팅!
[경고. Sector-1 중앙 타워 통제권 탈취. 메인 시스템 보안 해제.]
[잔여 시간: 00:03]
유진의 손가락이 엔터 키를 내리치는 소리와 함께,
VIP 라운지를 밀봉하고 있던 수십 톤의 납 차폐벽과 메인 승강기 게이트의 락이 완전히 풀리는 굉음이 벙커 전체를 뒤흔들었다.
쿠우웅!! 덜컹!
차폐벽이 위로 솟구치며 열렸다.
그리고 그 열린 틈새 너머로, 방독면을 쓴 사병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죽여어어어어!!"
"저 새끼들한테 식량과 칩이 다 있다!! 다 찢어 죽여!!"
비상 계단을 타고 올라와 굳게 닫힌 차폐벽 앞을 새까맣게 메우고 있던 수천 명의 하층민 폭도들이었다. 독가스가 살포되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오직 굶주림과 분노, 약탈에 대한 광기로 눈이 뒤집힌 인간 해일.
문이 열리는 순간, 수천 명의 폭도가 노도와 같이 VIP 라운지로 쏟아져 들어왔다.
"뭐, 뭐야 이건!! 사, 살려… 으아아아악!!"
사병이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수십 명의 폭도가 사병들을 덮쳐 깔아뭉갰다. 훈련된 엘리트 군인조차 이성을 잃은 군중의 압도적인 물리량 앞에서는 한낱 고깃덩어리에 불과했다.
폭도들은 사병들의 방검복을 뜯어내고, 총기를 강탈하며 귀족들의 숨통을 끊어놓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유진이 해킹한 환기 시스템이 최대 출력으로 역회전하며, 라운지를 채우고 있던 맹독 가스를 무서운 속도로 밖으로 배출하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맑은 공기가 유입되자 태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피투성이가 된 몸을 일으켰다.
그의 발밑에는 하우스의 기득권을 상징하던 VIP 라운지가 폭도들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히고 약탈당하는, 완벽한 아수라장이 펼쳐져 있었다.
계급이 붕괴하고, 룰이 산산조각 났다.
태현은 비틀거리며 유진이 내민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의 핏발 선 두 눈은, 폭도들이 찢어발긴 VIP 라운지 벽면 너머. 벙커의 가장 깊고 높은 곳에 자리 잡은 단 하나의 거대한 쇳덩어리 기둥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판옵티콘 전체를 통제하는 이사회의 심장부. '중앙 타워'.
"서유진."
태현이 입가에 묻은 피를 소매로 거칠게 닦아내며, 바닥에 떨어져 있던 사병의 소총 하나를 주워 들었다.
"VIP 라운지 털었으니까. 이제 진짜 딜러 새끼들 금고 털러 가자."
폭도들이 귀족과 사병들의 시체를 뜯어먹는 아비규환의 지옥도를 뚫고, 피투성이가 된 두 타짜가 벙커의 심장을 향해 최후의 걸음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