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 룸의 대리석 바닥에 엎어진 마에스트로의 거친 숨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이… 이 사기꾼 새끼가…! 감히, 감히 내 칩을…!"
평생을 하우스의 꼭대기에서 군림해 온 늙은 뱀은, 자신이 설계한 완벽한 사기판에서 밑바닥 쥐새끼에게 전 재산을 뜯겼다는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은빛 지팡이는 바닥에 나뒹굴었고, 맞춤형 최고급 실크 정장은 구겨진 채 태현의 구둣발 아래 짓밟혀 있었다.
"사기꾼이라니, 섭섭하네. 난 그저 영감이 '믿고 싶어 하는 패'를 보여줬을 뿐인데 말이야. 당신 눈깔에 박힌 그 기계 쪼가리가 진실이라고 맹신한 건 당신 자신이잖아."
태현은 발밑의 마에스트로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손에 쥔 '블랙 칩'을 가볍게 허공으로 던졌다 받았다. 표면에 미세한 회로가 각인된, 묵직하고 서늘한 절대 권력의 징표였다.
"당장 저 새끼 쏴!! 죽여서라도 내 칩을 되찾아와!!"
마에스트로가 피를 토하듯 소리치자, 방 한구석에서 얼어붙어 있던 네 명의 덩치 큰 사설 경호원들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품에서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뽑아 들었다.
"손들어! 칩 바닥에 내려놓고 뒤로 물러서!!"
네 개의 총구가 태현의 심장과 머리를 겨냥했다.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듯한 일촉즉발의 상황. 서유진이 긴장하며 마스터 패드를 쥔 손에 힘을 주었지만, 태현의 입가에 걸린 비릿한 미소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태현은 쳐들고 있던 손을 내리기는커녕, 블랙 칩을 쥔 손을 서유진 쪽으로 스윽 내밀었다.
"유진아. 꽂아."
"알겠습니다."
유진은 망설임 없이 태현의 손에서 블랙 칩을 건네받아, 자신의 마스터 패드 하단 특수 슬롯에 철컥, 소리가 나도록 밀어 넣었다.
위이이잉-!!
블랙 칩이 패드와 연결되는 순간.
프라이빗 룸의 조명이 일제히 핏빛 붉은색으로 점멸하며, 기계적인 전자음이 방 전체를 뒤흔들었다.
[귀족 마에스트로의 마스터 인장 확인 완료. Sector-1 VIP 라운지 '판테온'의 모든 통제 권한이 이양되었습니다.]
"권한 이양 완료. 이 방을 포함한 VIP 라운지의 모든 보안 시스템이 제 통제하에 들어왔습니다."
유진의 안경 너머로 초록색 데이터 스트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뭐, 뭐야? 무슨 짓을…!"
경호원들이 당황하며 총구를 유진 쪽으로 돌리려던 찰나.
철컥, 척!
천장의 화려한 르네상스 프레스코화 홀로그램이 반으로 갈라지며, 그 안에 숨겨져 있던 4문의 자동 추적식 미니건(Auto-Turret)이 섬뜩한 쇳소리를 내며 아래로 튀어나왔다.
미니건의 붉은 레이저 포인터 네 개가, 총을 들고 있던 경호원들의 미간에 정확히 안착했다.
"움직이지 마. 총알보다 인공지능이 계산하는 모터 속도가 훨씬 빠를 테니까."
태현이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은 채 나른하게 경고했다.
경호원들은 천장에 매달린 기관총의 압도적인 화력 앞에서 완전히 굳어버렸다. 이 벙커의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통제권에서 나온다. 블랙 칩을 손에 쥔 태현은 이제 이 방에서 무소불위의 신이나 다름없었다.
"총 버려."
태현의 서늘한 명령에, 경호원들은 덜덜 떨며 권총을 바닥에 툭, 툭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 뒷걸음질을 쳤다.
"이… 이럴 수는 없어…. 내 재산… 내가 어떻게 쌓아 올린 권력인데…."
마에스트로는 완전히 넋이 나간 채 바닥을 긁어댔다. 수십 년간 빈민들의 고혈을 짜내고 하우스의 룰을 조작해 모은 모든 것이 단 한 판의 도박으로 먼지가 되어버렸다.
"억울해할 거 없어. 당신이 잔챙이들 피 빨아먹던 룰 그대로, 내가 당신 피를 빨아먹은 것뿐이니까."
태현은 마에스트로를 타박 넘어, 방 한가운데 놓인 거대한 모니터 콘솔 쪽으로 걸어갔다.
"서유진. 아까 말한 대로, 판옵티콘 전체에 방송 연결해. 특히 저 밑에서 폭동 일으키고 있는 쥐새끼들이 아주 잘 볼 수 있게, 하층민 구역의 모든 전광판과 배식 자판기 스크린에 내 얼굴 띄워."
"연결하겠습니다."
유진이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리자, 태현의 얼굴이 프라이빗 룸의 모니터는 물론이고, 심해 벙커의 모든 층에 설치된 스크린에 강제로 송출되기 시작했다.
[오전 03:00 AM. 하층민 구역과 시민 구역 경계선]
"죽여!! 저 시민 구역 새끼들 다 찢어 죽이고 식량을 뺏어!!"
바리케이드를 무너뜨리기 직전의 폭동 현장.
하층민들의 피 끓는 분노가 극에 달해 화염병이 허공을 가르던 그 순간.
지지직- 삐이익!!
갑자기 구역 전체를 울리는 날카로운 하울링 소리와 함께, 깨진 상점의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대형 전광판들과 거리의 모든 스크린이 일제히 꺼졌다가 켜졌다.
그리고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피 묻은 셔츠를 입고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폭동의 설계자, 강태현의 얼굴이었다.
"어… 강, 강태현이다!"
"진짜 저 새끼가 살아서 방송을 켰어!"
분노로 날뛰던 하층민들이 무기를 든 채 일제히 스크린을 올려다보았다.
그가 귀족들에게 굴복하고 자신들을 버렸을 거라 생각했던 군중의 눈빛에 당혹감과 일말의 기대감이 교차했다.
화면 속 태현이 마이크를 향해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밑바닥 쥐새끼들. 바리케이드는 좀 뚫어 놨나?]
태현의 건방진 인사에 군중이 웅성거렸다.
[고작 그딴 시민 구역 털어먹겠다고 목숨 거는 꼴이라니, 한심해서 못 봐주겠네. 내가 분명히 말했지. 니들의 그 미친 분노가 내가 베팅할 판돈이라고.]
화면 속의 카메라 앵글이 살짝 돌아가며, 태현의 등 뒤에 펼쳐진 광경을 비추었다.
눈이 시리도록 화려한 르네상스 풍의 천장, 바닥을 뒹구는 크리스털 조각들, 그리고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채 꿇어앉아 있는 기득권의 상징 '마에스트로'의 비참한 몰골.
하층민 구역 전체에 숨 막히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자신들을 벌레 보듯 내려다보며 칩 하나로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들던 절대적인 권력자, 귀족. 그 귀족이 지금 태현의 발밑에 개처럼 엎드려 있는 것이다.
[내가 이 하우스에서 제일 돈 많고 오만한 영감탱이의 전 재산을 방금 판돈으로 다 털어먹었거든. 이제 이 위층, '판테온'의 출입 권한은 온전히 내 손에 있다.]
태현이 카메라를 향해 블랙 칩을 흔들어 보였다.
[자판기 물이 다 떨어져서 빡쳤지? 내일이면 칩이 다 휴지 조각이 된다니까 미치겠지? 그럼 답은 하나잖아.]
태현의 두 눈에 지독한 광기가 번들거렸다.
[시민 구역의 푼돈 따위는 무시해. 바리케이드 뒤에 숨어있는 쫄보 새끼들도 무시해. 지금 당장, 메인 구역 한가운데에 있는 가장 큰 '황금색 승강기'로 뛰어와라.]
"황금색… 승강기…?"
최상철이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것은 하층민은 평생 쳐다볼 수도 없는, 상위 1% 귀족들만이 사용하는 천상계로 가는 유일한 통로였다.
[내가 방금, 그 승강기의 락을 모조리 해제해 뒀으니까.]
쿵!
태현의 선언과 동시에, 하층민 구역 중앙 광장에 굳게 닫혀 있던 거대한 황금색 승강기 두 대의 문이 육중한 쇳소리를 내며 열렸다.
[올라와서, 이 꼭대기 층 VIP 라운지의 찬장과 금고를 모조리 약탈해라! 최고급 샴페인, 스테이크, 그리고 이 귀족 새끼들이 평생 니들 피 빨아먹으며 숨겨둔 진짜 재물들! 먼저 집는 새끼가 임자다!]
태현이 화면 너머의 군중을 향해 악마처럼 속삭였다.
[지옥문은 내가 열어줬어. 이 썩어빠진 판옵티콘을 통째로 뒤집어엎을 놈들만, 이 위로 기어 올라와라.]
툭.
화면이 꺼졌다.
1초, 2초.
하층민 구역 전체가 거대한 폭탄의 도화선이 타들어 가는 듯한 기묘한 침묵에 휩싸였다.
그리고 곧.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위층이다!! 저 썩을 귀족 새끼들 다 죽이고 털어버려!!"
억눌렸던 분노와 탐욕이 임계점을 돌파하며 거대한 해일로 변했다.
폭도들은 시민 구역의 바리케이드를 버려두고, 일제히 열려 있는 황금색 승강기를 향해 짐승처럼 달려가기 시작했다. 먼저 승강기에 타기 위해 서로를 짓밟고 밀쳐내는 피비린내 나는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승강기가 만원이 되자 문이 닫히며 솟구쳐 올랐고, 미처 타지 못한 자들은 승강기 옆의 거대한 비상 계단 통로를 부수고 개미 떼처럼 새까맣게 기어올라 가기 시작했다.
체제의 전복.
밑바닥의 오물이 역류하여 천상계를 덮치는, 판옵티콘 역사상 최악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VIP 라운지 '판테온' 메인 홀]
"무슨 소란이지?"
"아래쪽에서 뭔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는데…?"
클래식 음악이 흐르던 화려한 VIP 라운지.
최고급 샴페인 잔을 부딪치며 여유를 즐기던 귀족들은, 발밑에서 느껴지는 기분 나쁜 진동과 승강기 통로를 타고 울려 퍼지는 거친 괴성에 미간을 찌푸렸다.
띵-
라운지 정중앙에 위치한 세 대의 대형 황금색 승강기 문이 동시에 열렸다.
귀족들은 새로 올라온 동료 귀족을 맞이하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열린 문틈으로 쏟아져 나온 것은, 피와 땀, 역겨운 오물 냄새로 범벅이 된 수백 명의 하층민 폭도들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부러진 쇠파이프, 유리조각, 화염병이 들려 있었다.
"어… 어어?"
한 귀족 부인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쨍그랑-!
유리잔이 깨지는 소리는, 천상계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다 죽여!! 여기 있는 새끼들 다 찢어 죽이고 약탈해!!"
최상철을 필두로 한 폭도들이 짐승 같은 괴성을 지르며 VIP 라운지로 쏟아져 들어왔다.
"꺄아아아아아악!!"
"이, 이게 무슨 짓이냐! 사병들! 사병들 어디 있어!!"
우아한 드레스와 턱시도는 순식간에 찢겨 나갔고, 크리스털 샹들리에는 파이프에 맞아 산산조각이 났다. 폭도들은 테이블 위에 세팅된 고급 요리를 손으로 게걸스럽게 주워 먹으며, 동시에 도망치는 귀족들의 머리채를 잡아끌어 바닥에 패대기쳤다.
"내, 내 칩! 이건 내 칩이야!!"
"시끄러워, 이 돼지 새끼야!"
폭도 한 명이 쓰러진 귀족의 손목에서 억지로 단말기를 뜯어내려다 아예 팔을 부러뜨려버렸다. 피가 튀고 비명이 라운지를 가득 채웠다. 폭력 금지라는 하우스의 절대 룰은 이미 허공으로 증발해버린 지 오래였다.
그 아비규환의 한가운데, 라운지 가장 안쪽의 프라이빗 룸 문이 열렸다.
강태현이 구겨진 코트를 어깨에 걸친 채 유유히 걸어 나왔다. 뒤따라 나온 서유진은 양손을 포박당해 질질 끌려 나오는 마에스트로를 발로 차며 걸었다.
폭도들은 태현을 보자 홍해처럼 길을 비키며 광기 어린 환호를 보냈다.
"강태현! 강태현!!"
"우리가 이겼다! 이 천상계는 이제 우리 거다!!"
태현은 피로 얼룩진 라운지의 카펫을 밟으며, 테이블 위에 나뒹구는 온전한 샴페인 병을 하나 집어 들었다. 코르크를 이빨로 거칠게 뽑아낸 그는, 샴페인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크하아."
입가로 흘러내린 술을 손등으로 닦아낸 태현은, 지옥으로 변해버린 라운지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잔혹하게 웃었다.
"이게 바로 진짜 카지노의 맛이지. 룰을 만든 새끼들이 지들 룰에 깔려 뒈지는 꼬라지."
하지만 태현의 승리의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위이이이잉-!! 삐이이익-!!
돌연, VIP 라운지 전체의 화려한 조명이 완전히 꺼지고 소름 끼치는 붉은색 비상등이 미친 듯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귀를 찢을 듯한 거대한 사이렌 소리가 벙커의 바닥부터 꼭대기 층까지 울려 퍼졌다.
폭도들의 움직임이 멈칫했고, 비명을 지르던 귀족들도 공포에 질려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경고. 경고. Sector-1의 통제 불능 사태를 확인. 폭동 1급 재난 상황 발령.]
그동안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차갑고 기계적이며 압도적인 위압감을 가진 거대한 음성이 천장의 스피커가 아닌, 라운지의 벽면 전체를 진동시키며 울려 퍼졌다.
[선각자 이사회의 직권으로, 현 시간부로 '정화 프로토콜(Purge Protocol)'을 개시합니다.]
"정화… 프로토콜?"
유진의 안경 너머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녀가 마스터 패드를 황급히 확인했다.
"강태현 씨! 메인 서버, 아니 벙커의 심장부에 있는 '중앙 타워'에서 물리적으로 이 라운지의 모든 출입구를 봉쇄하고 있습니다!"
쿠웅! 쿠우웅!
유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승강기 문이 강제로 닫히고, 비상 계단 통로 쪽으로 수십 톤에 달하는 납 차폐벽이 떨어져 내리며 VIP 라운지의 모든 퇴로가 완벽하게 밀봉되었다.
프라이빗 룸에서 끌려 나와 바닥에 엎드려 있던 마에스트로가 피 묻은 이를 드러내며 실성한 듯 웃기 시작했다.
"크히히… 큭큭! 내, 내가 말했지! 이사회는 칩의 통제가 불가능해지면 언제든 리셋 버튼을 누른다고! 너희는 선을 넘었어! 선각자들이 판을 엎기로 한 거다!"
치이이익-
라운지 사방에 설치된 거대한 은빛 환풍구 틈새에서, 옅은 녹색 빛을 띠는 짙은 안개가 무서운 속도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콜록, 컥! 이게 무슨 냄새…!"
가장 먼저 환풍구 근처에 있던 하층민 한 명이 안개를 들이마시더니, 목을 쥐어뜯으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의 입에서 거품과 핏물이 섞여 터져 나왔다.
살상용 맹독 가스. 마에스트로가 경고했던 이사회의 극단적인 학살이 시작된 것이다.
[모든 오염된 숨결을 정화합니다. 하우스는 곧 새로운 영혼들을 맞이할 것입니다.]
무자비한 시스템의 선고가 붉은 조명 아래 울려 퍼졌다.
폭동의 승리에 도취해 있던 군중은 순식간에 죽음의 공포에 갇혀 혼비백산하기 시작했다.
태현은 뿜어져 나오는 독가스를 서늘한 눈으로 응시하며 셔츠 깃을 끌어올려 입을 막았다.
기득권 귀족을 파멸시킨 타짜의 도발은, 마침내 무대 뒤편에 숨어있던 진짜 흑막 '이사회'를 전면에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서유진. 저 독가스 살포 밸브 제어할 수 있나?"
태현의 덤덤한 질문에 유진이 패드를 미친 듯이 두드리며 대답했다.
"이 라운지 내의 네트워크는 제가 장악했지만, 독가스 시스템은 최상층 '중앙 타워'의 메인 서버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이사회 놈들이 물리적으로 밸브를 열어버린 거라, 제가 메인 서버의 방화벽을 역으로 뚫고 들어가지 않는 이상 멈출 수 없어요!"
"시간은?"
"가스의 확산 속도를 볼 때… 전원 몰살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 3분! 방화벽을 뚫으려면 패드 연산력의 한계까지 써야 합니다! 단 1초의 방해도 받아선 안 돼요!"
유진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마스터 패드와 블랙 칩을 연결한 채 미친 듯이 코드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3분이라. 타임어택 한 번 빡세네."
태현은 주머니에서 자판기 강철 덮개로 만든 예리한 조각을 꺼내 손에 쥐었다.
이사회는 가스만으로 그들을 죽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독가스가 퍼지는 3분 동안, 이사회의 최정예 암살 부대가 생존자들의 숨통을 끊기 위해 투입될 것이 뻔했다.
쾅-!!
태현의 예상대로, 봉쇄된 라운지의 한쪽 벽면 비밀 패널이 폭파되며 방독면과 칠흑 같은 특수 방검복으로 전신을 무장한 '흑기동대 본대' 수십 명이 레이저 조준기를 번뜩이며 쏟아져 들어왔다. 요람이나 하층민 구역의 사병들과는 차원이 다른, 진정한 이사회의 살인 기계들이었다.
"사, 살려줘!! 끄아아악!"
독가스에 중독되어 기어 다니던 폭도들이 흑기동대의 무자비한 총탄에 고깃덩어리처럼 찢겨 나갔다.
태현은 유진의 앞을 막아서며 짐승처럼 낮은 숨을 내뱉었다.
카지노의 룰은 완전히 붕괴했다. 이제부터는 순수한 폭력과 살의만이 교차하는, 심해 벙커 최악의 데스매치였다.
"내 등 뒤의 해커한테 총알 한 발이라도 스치는 새끼는…."
태현의 손에 들린 강철 조각이 붉은 비상등을 받아 서늘하게 번쩍였다.
"지옥의 딜러 새끼들한테 먼저 명부 예약시켜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