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심기. 풍선덩굴. 광대나물. 딸기꽃
모종 심기 (고추, 방울토마토 등)
우리가 자연적으로 나고 자라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도 씨앗으로 모든 작물을 키울 수는 없는 일이다. 가능은 하겠지만 우리는 농사에 농자도 모르는 해맑은 꼬마 농부니까 모종을 구입 하기로 했다. 사실 우리의 목적은 모종 구매를 핑계로 시장 나들이 하는 것이다.
모종 가게는 별천지다. 온갖 종류의 어린 풀들이 저마다 이름표를 달고 선반을 가득 채우고 있다. 우리가 뭐 잎의 모양이나 생김새를 보고 알 수 있는게 있나. 이름표만 뚫어져라 바라본다.
"우리 이거 키워봐요~"
"저는 이거 먹고 싶어요~"
마음은 아이나 어른이나 같다. 심기도 전에 먹을 생각부터 하게 된다. 모종을 집는 손에 벌써 농작물이 들려있는 느낌이다. 모종집 사장님은 밭이 얼마나 넓길래 이렇게 담냐고 하시지만 사실 우리는 마음만 넓지 땅 크기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이것도 담고 저것도 담고 명품 쇼핑 부럽지 않을 만큼 한가득 담는다. 수확물만 상상하면 어느 명품족 부럽지 않다.
"배고파요~"
한마디에 정신을 차리고 쇼핑을 멈춘다. 우리는 모이면 재잘재잘 짹짹 참새 소리가 끊이질 않는데 역시 참새들이 모였으니, 참새방앗간을 피할 수 없지. 이렇게 조잘조잘 거리니, 배가 고플 수밖에. 시장 한 바퀴 돌며 이것저것 골라본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여기 이거있어요를 외치는 통에 정신이 없다. 보물찾기 같은 간식찾기가 시작된다. 시장 간식을 먹으며 마트가 아닌 옛날 시장을 느껴본다. 이것은 어른의 추억이겠지만 이제는 어린이들의 추억 속에도 시장 간식이 자리 잡으려나. 맛은 당연히 최고다. 하지만 오늘의 이 신남은 맛에서 나온 것이 아닌듯하다. 함께 하는 나들이라는 것에서 나온 것 아닐까 싶다. 소소한 나들이였지만 오늘은 어른도 아이들도 마냥 신나는 날이 된 것 같다.
모종 구입은 신이 났지만 모종 심기에 모종 구입은 시작이자 과정일 뿐이다. 이제 시작이다. 실제로 우리 밭에 심어야 한다. 큰 계획없이 신나게 구입한 모종이었기에 심을 때 고민을 시작한다. 어디에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하지? 꼬마 농부답게 순서가 아주 뒤죽박죽이다. 이것 뿐이면 다행이다. 이름을 까먹어서 어떤 모종인지도 모르는 것도 있었다. 그래도 뭐 별일은 없다. 이게 뭐냐며 마냥 웃는다. 맘에 드는 곳에 심고 어떤 작물이 열리는지 기다리기로 했다.
우리 밭 어디에 무엇을 심을지 상의하고 고랑을 만들어 구멍을 파고 물을 붓고 모종을 넣고 흙을 덮어 다독여 준다. 이런저런 과정의 일들이 어느 하나 손과 마음이 안가는 곳이 없다. 육아는 사람을 기르고 텃밭은 식물을 기른다. 사랑과 정성이 들어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같은 일이다.
풍선 덩굴
"세상에. 이게 뭐야?"
"엄마~ 방울이 한가득 달렸어요~"
덩굴 사이로 자그마한 풍선이 방울방울 잘도 자라있다. 세상 처음 보는 비주얼에 마음 가득 호기심 안고 양손엔 한 가득 풍선을 따 가지고 논다. 터트리고 가지고 놀고 던져보고 아이들의 자연 장난감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쓰레기 없는 무한의 장난감 가게가 우리 앞에 있다. 놀다가 그 자리에 두면 다시 흙이 되고 거름이 되어 다음 해에 또 우리의 기쁨이 될테지. 아참. 그리고 풍선덩굴의 비밀은 한가지가 더 있는데 바로 풍선 안에는 하트가 그려진 씨앗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누가 이렇게 예쁜 마음을 숨겨뒀을까? 우리가 알게 모르게 곳곳에 사랑이 숨어있다.
광대나물풀 꿀 따먹기
광대 풀은 사루비아 같이 꽃을 따면 안에 꿀이 들어있다. 예전처럼 길가의 풀도 따 먹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여기저기 제초제를 뿌려 풀들이 말라 있다. 아이들에게 산책길에 알려준다. 이건 약을 뿌린거라 만지면 안돼. 그리고 먹는 건 우리 담장 안에 있는 것만 먹는 거라고 꼭 알려준다. 씁쓸한 마음을 한 켠에 밀어두고 혹시 모를 농약이나 동물들이 다녀갔을 수도 있으니 주의할 점은 꼭 알려준다.
딸기꽃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딸기만 알지 실제론 딸기가 이렇게 생겼구나. 그동안 밭 한쪽에 가득 자리 잡고 있던 딸기를 몰라봤다. 딸기도 한 번에 열매가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과정을 본적 없으니 그 또한 신기하게 느껴진다. 한켠에 자리 잡은 풀 같은 것이 딸기라고 하니 딸기구나 했는데 어느새 내가 딸기라고 흰 꽃을 한가득 피워내며 인사한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딸기를 알아봐 주고 함께 하는 것. 딸기 책도 함께 읽고 딸기가 어떻게 자라는지를 알아간다. 딸기는 줄기나 씨앗으로 번식한다. 자리만 잘 잡아주면 넓게 번질 수 있다는 뜻이다. 마음대로 번지지 않도록 줄기의 방향만 잘 잡아주면 쭉 쭉 뻗어나가 작은 딸기 숲을 이룬다.
손 흔들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다. 나 여기 있다고 나 좀 보라고 함께 하자고 이야기하자. 나도 이야기하고 너도 이야기하고 들어주고 웃어주고 알아봐 주자. 모른 척 지나치지 말고 바라봐주자. 언젠가 예쁜 열매가 열릴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