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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고구마심기.

고구마는 하트잎

by 선영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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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심기


고구마를 그렇게 많이 먹었으면서 고구마가 줄기로 심는다는 것을 몰랐다. 먹을 줄만 알았지, 고구마가 어떻게 자라는지에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이것뿐이겠는가. 내가 필요치 않은 일에 관심을 가진 적이 몇 번이나 될까. 가까운 사람들에게 조차 관심을 줄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다. 내가 알게 모르게 지나간 수많은 일들이 아쉬워진다. 아이와 함께 지나는 순간이 아쉽고 아쉬운 순간으로 인해 마음이 자란다.

고구마 줄기는 물에 담가두면 뿌리가 자란다. 예전에는 방학 때 학교에서 고구마를 키워 오라는 숙제도 했었는데 페트병을 잘라 주둥이 부분을 뒤집어 고구마를 놓고 물을 채워두면 신기하게 줄기가 났었다. 마냥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본 기억이 있다. 이렇게 밭에 고구마를 심을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지금 이 넓은 밭에 고구마를 심으려 한다. 고구마 모종은 뿌리가 난 고구마 줄기이다. 고랑에 물길을 내고 뿌리가 난 고구마 줄기를 한 두 줄기씩 나란히 눕힌다. 그리고 뿌리 부분에 흙을 살포시 덮어주면 고구마 심기가 끝난다. 글로는 어떻게 이렇게 쉬울까 싶지만 진짜 고구마 심기는 한나절을 보내야 끝이 난다.


기다란 호스하나도 함께 잡아 물을 채우고 작은 것 하나에도 진심을 다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은 시간은 많이 들고 하나하나 천천히 해야 하지만 마음만은 한가득 빠르게 차는 일 같다.

물을 대는 그 짧은 시간에도 아이들은 물길을 찰박찰박 잘도 걷는다.

심을 때는 축 늘어진 고구마 줄기가 살아날까 싶지만 걱정은 넣어두자.


"엄마~ 고구마밭에 사랑이 가득해요~"

어느새 하트 잎을 가득 품고 살아난다.

육아와 식물을 키우는 것은 한 끗 차이. 가만히 기다려 주자. 기다리는 자 복이 있나니. 과한 사랑도 부족한 사랑도 말고 필요한 만큼 주고받으면서 가만히 기다릴 수 있는 연습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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