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름. 왔다.

오디. 아카시아파마. 계란껍데기.

by 선영언니

여름이 왔다. 해도 길어지고 놀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에 신이 난다. 아이들은 자연에서 놀고 놀고 논다.


오디


파란 지붕 집의 뒤편엔 오디나무가 있다. 지금까지 무슨 나무인지도 몰랐다가 발밑에 까만 열매가 밟혀 궁금증을 가져 본다. 그제야 오디나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게 오디라는 거구나"

단어는 들어봤지만 이렇게 많이 이렇게 자세히 본건 처음이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후드득후드득 오디가 떨어진다. 올해는 떨어져 밟히는 이 열매가 오디인 줄 알아본다. 지금까지 먹을 생각을 해본 적 없던 그냥 색이 까만 열매였는데 알고 난 후에는 귀한 보석이다. 요리조리 살펴보면 꽤 귀여운 구석도 있다.


"엄마~ 이건 아기 포도예요?"

그러고 보니 또 그렇게 생겼다. 이 열매가 오디인 줄 알았으니 양껏 담아본다. 아이들과 먹어보고 무슨 맛인지 이야기하고 옛날엔 이랬다 저랬다 이야기 시작이다. 나무도 흔들어보고 한 알 한 알 따보기도 한다. 어제는 아무것도 아닌 까만 열매였는데 오늘은 한 알 한 알 소중한 보석이 되었다.



















아카시아 파마


"파마할 사람~"

아카시아 잎으로 파마를 하다니~ 이런 신세계가~

아카시아 나무에서 줄기째 잎을 뜯어온다. 나뭇잎은 떼어내고 줄기에 머리카락을 감아 반을 접어 묶어둔다. 글로 하니 어렵지만 한번 보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놀이이다. 아이들은 서로의 머리를 붙잡고 낑낑거린다. 이럴 땐 거울이 없는 게 참 다행이다 싶다. 다들 뒤죽박죽이 된 모리를 보며 파마된다고 신기해하며 깔깔 거린다. 그래. 손님들이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지 뭐야.

"환불은 불가합니다 손님~"


















계란 껍데기 모으기


계란 껍데기를 모아 밭에 뿌리면 좋단다. 그 소릴 듣고 하나 둘 껍질을 모아 나른다. 며칠 모으면 양이 꽤 많다. 모은 계란 껍데기를 나무통에 넣고 밟아 잘게 부순 후 흙과 섞어 밭에 뿌린다. 어른들 눈에는 계란 껍데기를 통에 넣고 밟는 것뿐인데 아이들은 서로 밟겠다고 난리가 났다.


"자~계란껍데기 모두 통에 넣고 한 사람 앞에 10번씩 밟고 나오는 거다~"

누가 먼저 할지 원을 만들어 둥글게 모여 가위바위보를 한다. 이긴 친구 먼저 그다음 시계방향~한 바퀴 다 돌면 다시 거꾸로~

일등이 꼴등이 되고 꼴등이 일등이 된다. 걱정할 필요 없는 한 가지는 기다리면 언제든 내 차례가 돌아온다는 것.

keyword
이전 12화봄. 민들레. 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