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봄. 민들레. 딸기.

민들레파마. 딸기 따기.

by 선영언니
IMG_3399.jpg

민들레 파마


민들레가 지천이다. 민들레는 다 같은 민들레인 줄 알았는데. 토종도 있고 외래종도 있단다. 흰 민들레도 있고 노란 민들레도 있다. 키 작은 민들레가 있고 키 큰 민들레가 있고 그냥 그냥 민들레가 있다. '모두가 꽃이야' 노래를 들으며 '민들레는 민들레' 그림책을 읽는다. 이제는 노래만 들어도 그림책만 읽어도 가슴이 벅차 눈물이 흐른다. 아이들과 함께하면 이렇게 변하는 건가. 학창 시절 얼음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던 나인데 자꾸만 녹아내린다.

민들레가 그냥 피어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걸로 놀이도 가능하단다. 배움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민들레 줄기를 가만히 잘라서 여러 갈래로 (세로로) 길게 가른다. 이것을 두 손에 곱게 담아 물을 부으면 꼬불꼬불 민들레 파마 완성. 그냥 마냥 신기하고 웃음이 난다.

"나도 나도’"

온 동네 민들레는 다 따올 기세다. 옹기종기 앉아 두 손을 내미는 모습에 그냥 웃음이 난다.

이 집 파마 잘하네~



딸기 따기


딸기가 작고 예쁘게 방울방울 달렸다. 열리는 것도 고마운데 빨갛게 익어 사방에 향기가 가득하다. 농장이나 마트에서 나는 딸기는 아주 컸는데 우리 딸기는 알알이 정말 작다. 콩알 같은 딸기가 빨갛게 방울방울 익는 그 달콤 새콤한 향기가 바람에 실려 날아온다. 너도나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잘 익은 딸기를 한 바구니씩 따다 보면 어느새 손에 새빨간 물이 든다. 따는 건지 먹는 건지 먹으면서 따면서 정신없었는데 빨갛게 딸기 물이든 손에서는 씻어도 씻어도 단내가 솔솔 난다.

"엄마~ 손에서 솜사탕 냄새가 나요~"

며칠간 우리가 가는 곳마다 사탕 냄새가 난다는 소릴 듣는다. 우리끼리 살짝 바라보며 키득키득 우리만의 비밀이 생겼다.



KakaoTalk_20250117_190521079_01.jpg

딸기 따서 먹고 남은 것은 얼려두고 다시 따고 얼리고 그것을 반복한다. 크기가 콩알만 하기도 하고 딸기밭의 딸기들이 한꺼번에 모두 익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다림과 관심의 연속이다. 얼린 딸기 양이 많아지면 모아서 딸기잼을 만드는데 한꺼번에 꺼낸 얼린 딸기에서 달콤한 향기가 와르르 몰려온다. 아이들이 오며 가며 한 마디씩 한다.

"맛있겠다~"

"언제 먹어요?"

"딸기 아이스크림 같아요~"

어른들도 그 달콤한 향에 기다림을 포기하고 결국 다 녹이지 못한 채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다 녹지 못한 딸기를 한데 모아 아이들의 손으로 주물럭거린다. 그게 뭐라고 깔깔대고 아직 차갑다고 낄낄거린다. 꼭 손을 깨끗하게 씻은 친구만 딸기잼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강조 해도 달달한 그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아이들은 입에 쏙 손가락이 들어가고 만다. 매의 눈으로 그 친구는 다시 손 씻기. 그 위로 눈 같은 설탕이 와르르 쏟아지면 아이들은 더 신이 난다. 달달한 건 눈으로 향으로 먹어도 우리를 너무 행복하게 만든다.

이제 다 으깬 딸기와 설탕을 섞어 불 위에 올리면 끝. 어디서 본건 있어서 저어보고 싶다는 친구들이 속출하고 한 명씩 조심히 열 바퀴씩 저어 본다. 얼마나 예쁘고 정직한 어린이들인가. 열 번씩 저은 후 나무 주걱을 돌려준다. 이런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겉으론 웃음이 나지만 속으론 너무 고마워서 뭉클한 마음이 든다. 다 졸여진 딸기를 한 김 식혀 소독한 병에 담으면 딸기 대장정이 마무리된다. 각자의 집에서 먹어보고 이야기하는 매해 최고의 인기 메뉴다. 하지만 이 딸기잼 속에는 다른 딸기잼에는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이야기다. 우리 딸기잼의 진정한 맛을 느끼려면 먹을 때마다 딸기 대장정을 들어야 그 진가를 발휘한다.

IMG_3804.jpg
IMG_4121.jpg
IMG_4124.jpg


keyword
이전 11화봄. 고구마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