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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꽃차. 스머지스틱. 보리거두기.

캐모마일. 허브. 보리.

by 선영언니 Jan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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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꽃차 만들기 


따뜻함을 지나 따가운 볕이 한가득한 날이 오면 마당 꽃밭 한가득 예쁜 하얀 꽃이 핀다. 향도 엄청나다. 그 향 속에는 강렬하지만 부드러움이 깔려있다. 익숙하지만 설명은 할 수 없는 향기를 뿜는 이 꽃은 이곳을 오가는 누군가 심은 꽃이 마당 가득 번진 것이라 하였다. 이름 모를 꽃이라 생각했었던 이 꽃의 정체는 바로 캐모마일. 카페 메뉴로만 알고 있던 꽃이 이렇게 지천에 깔리다니. 너무 예뻐 꽃밭에 드러눕고 싶은 심정이지만 내 무게를 견디지 못할 것을 알기에 참는다.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한가득 마음이 부풀어 오르는 걸 보니 이제 우리 엄마처럼 사진첩에 꽃 사진만 담게 생겼다. 게다가 이 꽃은 이쁘기만 한 게 아니라 먹을 수 있다잖아. 하하. 우리 텃밭 작물로 딱이구만. 너무 활짝 피지 않은 꽃을 똑 떼어내듯 곱게 따서 대나무 채반에 찬찬히 내려놓는다. 불면 날아갈라 먼지 앉을라 조심스럽게 망도 씌우고 가만히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말린다. 그제야 우리가 카페에서 주문하면 나오는 모양새가 완성된다. 다 말린 캐모마일을 티백에 담아 차갑게 또는 뜨겁게 차로 마시면 입안 가득 향기가 퍼진다. 

"입안에서 꽃향기가 나요~"

아이들도 차를 홀짝거리며 좋아한다. 여느 고급 찻집 부럽지 않다. 신나는 어린이의 웃음과 싱그러운 꽃밭 뷰에 향기로운 차라니.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내 마음을 향기로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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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지 스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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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지천에 자라난 풀인 줄 알았는데 다들 이름을 가진 유명한 허브들이었다. 외국의 잡초라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있어도 집에 있는 화분에선 너무 키우기 어려워 믿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이곳에선 엄청난 번식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꽃집 화분에 있던 허브와는 잎 크기부터 달랐다. 이 허브들을 엮어 향기 다발을 만들기로 했다. 덕분에 모깃불도 허브를 엮어 태우는 고급 진 경험을 해본다. 

 곳곳에 있는 허브를 종류별로 알려주고 한 다발씩 꺾어 천연 끈으로 묶는다. 줄기를 꺾고 잎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향기가 가득하다. 여러 향을 섞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하나의 다발을 만드는 이가 있고 다른 풀을 섞는 친구도 있다. 

"이만큼이면 돼요? 이렇게 하면 돼요?"

"이 풀도 섞어도 돼요?"

곳곳에서 질문을 쏟아지지만 정답이 어디 있겠나. 우리가 쓸 것이니 마음만 담으면 된다. 

"그것도 괜찮고 이것도 괜찮아~ 하고 싶은 대로 한번 해봐~"

완벽하지 않아도 아이들의 손길이 고스란히 묻어있어 아름답다. 정답은 없다. 하고 싶은 대로 만들어 잘 말려 모닥불 태울 때 함께 태워야지. 아이들의 표정 하나하나 진지함이 묻어있는 모습이 마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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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거두어 말리기


보리가 노랗게 익어간다. 보리가 뭐야 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이제는 보리가 그렇게 예뻐 보일 수 없다. 푸르른 보리밭은 푸르른 대로 노랗게 익으면 또 그렇게. 보리는 이래저래 정이 가는 작물이다. 누가 들으면  한가득 수확물이 있나 보다 하겠지만. 담벼락 밑 우리의 아름다운 보리는 사진에 보이는 정도의 양이 전부이다. 다들 욕심도 없다. 곳곳에서 감탄사만 나올 뿐. 

보리를 벼 베듯이 줄기 밑을 자른다. 그것도 가위로. 하나하나 연장 챙기듯 들고 나와 한줄기 한줄기 자르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모두 자른 후 묶어 다발다발 벽에 매달았다. 그렇게 또 한 작품 탄생한 듯 벽에 보리 액자 걸어두고 한참을 말린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다던게 이런 건가. 부농은 더 배가 부르겠지? 뭔가 부자가 된 느낌의 간접체험 버전이다. 우린 이 정도도 대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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