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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소소한 행복.

감자 캐기. 보리타작. 매실청 담그기

by 선영언니 Jan 31. 2025

감자 캐기 


오늘을 기다렸다. 드디어 기다리던 감자 캐는 날이 다가왔다.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 좋아하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하니까 벌써부터 먹을 생각에 설레었다. 보이지 않는 땅속 세상이 기대되기도 하고 우리가 심은 감자가 진짜 감자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나올까 싶기도 했다. 이제는 확인해 볼 일만 남았다. 모두들 두근두근 전장에 나가는 전사들처럼 긴팔옷, 장화와 장갑, 모자로 무장을 하고 호미도 하나씩 들었다. 조를 나눠 한 줄씩 맡아 땅을 살살 파 내려간다. 처음엔 조심스럽기만 했던 손길이 점점 바빠진다. 땅을 파기가 무섭게 주렁주렁 데구루루. 알알이 감자가 쏟아진다. 정말 수확다운 수확을 시작했다. 감자는 진짜 키울 맛 나는 작물이랄까. 캘 때는 신나서 막 캐고 바구니 가득 모아서 들고 갈 때는 낑낑댄다. 크기도 제각각에 예쁘진 않아도 그렇게 예뻐 보일 수 없다. 힘들어도 입가에 웃음이 도는 건 함께 한 시간 때문일 거다. 쪄먹고 구워 먹고, 부쳐 먹고, 튀겨먹고, 맛있게 먹을 생각으로 마음속이 행복하다.    


보리타작


우리의 보리액자를 내릴 때가 왔다. 농사는 언제나 때가 있다. 아이들이 자랄 때 다 때가 있다는 말처럼 농사에도 어김없이 해야 할 때가 온다. 

벽에 말려둔 보리를 모아 비닐포를 깔고 낱알을 털어낸다. 짚은 따로 모으고 낱알도 따로 모아 키질 시작했다. 

"어떻게 해요? 이렇게 하면 돼요?"

질문 머신들의 질문세례가 쏟아졌다. 우리도 어쩔 줄 몰라 동네 할머니께 여쭤보고, 또 어쩔 줄 몰라 검색도 하고, 하나 둘 머리 맞대고 궁리를 하다 보니 어느새 선풍기까지 나왔다. 뭐 어떻게 되겠지 생각하니 속이 편해졌다. 

"세상에 우리가 키질을 할 줄이야. 하하"

웃으면서 일하다 보니 어느새 낱알은 모였는데 그 먼지를 우리가 다 뒤집어쓴 꼴이 되었다. 그래도 모인 낱알 양이 꽤 많아 표정은 싱글벙글이다. 누가 보면 비웃겠지만 우리의 기대치가 너무 낮은 탓일까? 그래도 기쁨은 몇 배다.         


매실청 담기



매실이 잔뜩 생겼다. 우리 밭의 작물은 아니지만 제철 매실이라고 몇 박스 생기니 또 어떻게 먹을까 궁리를 하게 된다. 매실청은 사 먹기만 했는데, 텃밭 친구들과 궁리하다 보니 또 어느새 매실청을 담고 있다. 뭐 이런 게 한 두 가지겠냐마는. 매실청을 담그려 아이들도 한 알 한 알 함께 씻고 닦고. 병을 소독하고 이제는 아이들도 척척 하는 모양새다. 이건 또 얼마나 멋지게 만들어질까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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