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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자란다.

상추 따기. 대파옮겨심기. 대장간 가기.

by 선영언니 Jan 27. 2025

상추 따기


아이가 마트에 갈 때마다 제일 먼저 채소코너를 찬찬히 둘러본다. 유심히 돌아보고는 아는 채소를 만나면 살짝 미소 짓는다. 

"이거 우리 밭에 있는 거잖아요~"

"우리 거는 부드러운데 이건 두꺼워요~"

이건 상추를 보며 하는 말이다. 그건 밭에서 상추를 많이 봤다는 뜻이다. 고기쌈을 우리 상추로 먹을 수 있는 날이 온 것이다. 그것도 아주 넉넉하고도 남을 만큼.

여러 쌈 채소들을 구분하고 먹을 수 있을 때쯤 아이들에게 알아서 수확을 맡겨본다. 마트에서 농부의 마음을 작게나마 느낀 것이지 싶다. 같은 상추도 마음이 가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을 아이도 알게 되었다.

상추는 너무 눈에 띄게 잘 자라난다. 밑에서부터 가만가만히 잎을 따서 먹으면 계속 계속 자라나 한참을 먹을 수 있다. 꽃이 피고 잎이 두꺼워지면 쓴맛이 나고 질겨서 못 먹지만 그대로 두면 꽃도 피고 씨앗도 맺힌다. 진짜 농사꾼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우리는 감성이 중요한 초보 농사꾼들이 아닌가. 꽃이 피는 것이 예뻐 그대로 두고 씨 맺히는 것이 신기해 그대로 둔다. 그 자체로도 벅찬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여름 내내 우리는 텃밭 마트에서 한아름 장을 본다. 채소 한정이지만 이보다 좋은 마트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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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 옮겨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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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토종종자래. 말 그대로 우리나라 거야."

씨앗도 나고 자란 곳이 있을 것이다. 공장에서 처리되어 파는 씨앗도 있고, 우리가 씨를 받아서 다시 키우는 것도 있다. 이 대파는 한쪽에서 스스로 매해 씨를 뿌리고 자라 고를 반복했다. 그것을 알아본 한 어른이 씨를 받아 많이 늘렸다. 그 애지중지하던 씨를 뿌려 얻은 대파를 좋은 자리로 옮겨 심는다. 마트에서 파는 크고 좋은 대파와는 굵기부터 다르다. 파는 쪽파보다도 얇지만 아직 농사 초보인 우리의 노력은 이렇게나 마음이 한가득 들어있다. 남들이 보면 길가의 풀 같은 대파지만 우리는 애지중지 귀하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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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간 가기


이번엔 나들이다. 아무리 작게 짓는 농사라지만 농사도 공구 빨. 아이들과 어디로 농기구를 사러 가볼까 하다가 멀지 않은 곳에 직접 농기구를 만드는 곳이 있다 하여 다 같이 찾아가 보기로 했다. 대장간 장인 할아버지께 농기구 이야기도 듣고 공장에서 파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이야기도 듣는다. 

"이건 뭐예요?" "이건 어디에 쓰는 거예요?"

"이건요? 이건요?"

아이들의 정신없는 질문에도 할아버지는 답변 하나하나 성의를 다해주셨다. 친절하지만 자부심 가득한 장인의 말투에 그간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힘이 느껴졌다. 질문에 비해 구매력은 떨어지는 우리지만 누구보다 소중히 여길 농기구 몇 개를 골라 집으로 돌아온다. 책에서만 보고 듣던 대장간을 보니 다녀와서도 설렘이 한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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