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 따기. 풀 뽑기.
지금까지 깻잎이 들깨의 잎인 줄도 모르고 잘도 먹었네. 자라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으니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오늘 새로운 걸 알았으니 모든 사람 붙잡고 물어본다.
"깻잎이 크면 무슨 열매가 열리게~"
지식하나 늘었다고 좋아하는 나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우리 밭의 쌈채소들은 한창 잘 자라고 있다. 그중 향긋한 깻잎은 알아서 잘도 자란다. 뒤돌아서면 어느새 쑥쑥 자라 있다. 꼭 아이들 같다. 정말 눈 깜짝한 사이에 부쩍 자라 있다. 잘 자란다고는 하지만 마트에 파는 것처럼 크고 실한 느낌은 아니다. 자그마하지만 정이 들어 참 예뻐 보일 뿐이다. 아마 우리가 키워서 일거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한 가지. 맛있게 먹어줘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 이번엔 쌈채소로 사용하는 것 말고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깻잎을 따서 무쳐보기로 했다.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한 친구 당 깻잎을 50장씩 따라고 했더니 예쁘게도 그만큼씩 차곡차곡 따왔다. 정말 50장을 세는 소리까지 들린다. 정직하게 숫자 세는 소리에 미소가 지어진다. 모두 모아보니 꽤 많은 양이다. 양념을 함께 만들어 바르고 각자 가져온 통에 나누어 담는다. 어떤 맛일지 상상을 하면서 흥얼흥얼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아직 깻잎 향이 어색한 친구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알아차린 어른들이 꼭 어린이가 먹어야 되는 것은 아니고 집에 있는 다른 가족과 함께 맛볼 수 있도록 담아가는 것이라고 마음을 알아준다. 함께 정성스럽게 만들고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우리 아이는 깻잎통을 보물단지처럼 품에 안고 집으로 가져와서는 아빠에게 연신 자랑을 한다. 깻잎을 어떻게 따서 씻고, 모아서 양념을 했고 자기의 정성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말하느라 입으로 깻잎을 따온 것 마냥 조잘댄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 깻잎 한 장 한 장 마음의 무게를 느끼며 향긋함을 맛본다.
"그렇구나~오~대단한데~다음에도 부탁해~"
호응하며 먹어주는 아빠도 사랑이 가득하다.
텃밭 생활은 풀과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이 먹는 거니까 약은 치지 말고 길러보자 했던 것이 이제는 농민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아.. 이래서 농약 치는구나."
하고 말이다.
어느 날 씨앗 사러 농부마트에 갔다가 농약 코너에서 동물과 풀을 죽이는 약들이 아주 많은 것을 보았었다. 특정 식물이나 동물만 골라서 없앨 수 있는 약도 있었다. 기술의 발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와 함께하고 있는 나에게는 조금 공포스러움이 느껴졌다. 누구에겐 생업이라 당연한 일이겠지만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아이와 함께 하면서 새로운 경험과 많은 생각들을 하는 것 중 서로 함께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에겐 좋은 변화라는 생각이 든다.
농약이 있다는 것도 알았고 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을 알았지만 이제 와서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우리 밭의 풀은 우리가 뽑고 뽑고 뽑는다. 삽으로 엎어놓고 뽑아서 던져놓고. 우리도 애쓰고 풀도 애쓰고. 승자는 없다. 계절이 지나면 풀은 없어질 것이고 내년 여름이면 또 자랄 거니까. 모든 게 시간이 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