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의 명작 <UP>
제게 영화 <업>은 사랑스러운 작품입니다. 삶에서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기쁨과 슬픔, 사랑과 이별, 익숙함과 새로움을 노인과 아이의 모험을 통해 감동적으로 그려내기 때문인데요.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보기만 하더라도 누구나 눈물이 쏟아낼 나올 정도로 너무나 잘 만든 작품이죠. 여기서 나오는 눈물은 슬퍼서가 아닌 노인 칼의 삶에 대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또한 영화만이 가능한 시간의 마술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것도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길어졌군요. 삶의 동력을 잃어버린 노인 칼의 새로운 모험! <업>! 리뷰해보겠습니다.
나와 함께 모험을 해줘서 고마워요. 이제 당신의 새로운 모험을 향해 떠나요.
픽사 스튜디오는 제게 선물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가 잊고 지내는 가치를 재조명해주기 때문인데요. 모두가 사랑하는 시리즈인 <토이스토리> 시리즈는 동심과 진실한 우정에 대해서, 영화 <소울>에서는 꿈과 하루의 가치를 밝혀주었으며, 영화 <코코>에서는 가족의 의미, 기억으로 영원해질 수 있는 인생에 대해서 감동적으로 소구하는 작품이죠.
이처럼 픽사는 많은 분들이 나이를 먹어가며 망실해버린 귀중했던 감정들을 이야기의 힘으로 강력하게 전하고는 합니다. 그중 최고라고 생각하는 작품은 <월-E>와 <업>입니다. <월-E>는 사랑과 우정을 다루고 있는 뛰어난 작품이죠. 특히 영호 초반부 무성영화처럼 나오는 오프닝 시퀀스는 정말 영화를 보는 즐거움과 순수한 월-E의 사랑스러움을 듬뿍 담은 작품이었죠. 마지막으로 영화 <업>은 제게 추억과 상처라는 키워드가 떠오르는 작품입니다. 그럼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추억과 상처라는 가치를 살펴보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하는 말 중 '과거에 산다' 말이 있습니다. 과거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것 같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삶에서 가장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한 때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다시는 떠올리기 싫을 한 장면이 머리와 가슴에 인장처럼 남아 오래도록 아리게 하기도 할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는 둘 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트라우마처럼 오래도록 마음을 괴롭히는 기억이 지금도 저의 발목을 붙잡기도 하고,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올 정도로 행복한 과거 또한 있었습니다. 저처럼 모두에게나 과거에는 소중하거나 잊고 싶은 기억이 담겨 있을 겁니다.
영화 <업>은 칼의 일생과 모험을 통해 과거의 추억과 상처를 회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삶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극 초반부터 강렬합니다! 주인공 칼의 삶을 영화라는 마법으로 단 4분 만에 압축하여 보여주죠. 사랑하는 아내 엘리를 만나 인생이라는 모험을 함께하는 몽타주 시퀀스는 많은 이들의 울리는 좋은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극 초반부터 우리는 울리고 시작하는 이 영화는 이제는 삶과 추억이라는 멍에에 갇혀버린 칼을 담아내기 시작합니다. 무심해진 표정과 함께 배려와 인정은 사라지고 추억이라는 고통에 사로잡혀버린 그를 보여주죠.
그녀가 떠난 뒤, 엘리와 살던 집 주변은 재개발로 인해 북적이고 주변이 들은 그를 요양원에 보내려 닦달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사인부를 상처 입혀 집에서 쫓겨날 위험에 처합니다. 여기서 칼은 아내와의 추억과 약속을 붙잡기 위해 풍선을 달고 집과 함께 날아오릅니다. 그녀가 평생토록 가고 싶어 한 꿈의 여행지 파라다이스 폭포를 향해서요! 이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 낭만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애달픈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칼은 엘리를 진정으로 사랑했기에 그녀와의 기억을 지키기 위해 나이 든 몸으로 집을 날아올려 모험을 떠나니까요. 칼에게 엘리의 의미를 다시금 알 수 있는 아름답고도 낭만적인 장면이죠.
여기서 재밌는 지점은 칼과 동행을 떠나는 친구 러셀과 더그 그리고 케빈입니다. 모험이란 것이 예기치 않은 일의 연속이기에 러셀과 더그와 함께 떠나는 모험은 그를 변화하게 합니다. 귀찮기만 했던 여린 러셀의 상처를 알게 되고, 더그와의 아픔 또한 알게되죠. 그렇게 칼은 계속되는 모험을 통해 삶의 소중한 꼭지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가 가장 극찬받는 장면은 초반 시퀀스인 것에는 이견이 없겠으나, 제게는 러셀을 구하기 위해 엘리와의 추억을 덜어내는 그 장면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가 추억과 슬픔의 기억을 내려놓고 삶이란 모험으로 다시 날아오르는 장면으로 비쳤기 때문인데요. 칼이 러셀과 친구들과의 모험으로 집을 떠나보내고 삶으로 복귀했을 때, 그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나죠. 그에 반해 과거의 영광을 내려놓지 못한 찰스 먼스는 삶의 대부분을 허비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인생은 필연적으로 무언가를 짊어지며 살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짐들의 이름이 책임감일 수도 있고, 눈앞을 가리는 상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 짐들이 너무 무거워 발걸음을 막고 제자리를 맴돌게 한다면, 혹은 짐들의 이름이 잊지 못할 추억이나 상처라면 조금은 내려놓아보시길 바라요. 머리와 등을 무겁게 하는 그 짐들을 용서하고 놓아줄 수 있었을 때, 칼이 다시 삶이란 한 모험으로 되돌아갈 수 있던 것처럼 우리가 내딛는 삶이란 발자국이 조금은 더 가볍고 후련해질지도 모르니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 <업> 아직 안 보셨다면 너무 부럽네요ㅎㅎ)
★★★★★(10)
내려놓았을 때, 나아갈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