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by 영화돋보기
몸이 저릴 정도의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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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비글로우가 다시 한번 자신의 영역을 증명했다.


전작 <하트 로커>와 <제로 다크 서티>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한 인간의 심리와 통제 욕망을 세밀하게 포착했다면, 8년 만의 신작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그 긴장감을 정치 스릴러의 문법 안으로 끌어들인다. 영화는 일상의 표면을 스치며 지나가는 불안이 어떻게 현실의 공포로 응결되는지를 담아냈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신경질적인 사운드, 시종일관 흔들리는 카메라, 그리고 사건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인간들의 난맥은 현실감을 만들어, 現 국제 정세가 품고 있는 불온함을 그대로 반영한다.


영화는 알래스카 미사일 방어대대에서 이혼 통보를 받은 소령의 아침으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장면은 백악관 상황실 책임자 올리비아 대령(레베카 퍼거슨)이 아들과 보내는 짧은 여유를 비춘다. 평범한 가정의 시간, 사소한 대화와 일상적인 아침. 하지만 이 모든 정경을 감싸는 기류는 유난히 조용하고, 그 조용함은 곧 위기 이전의 순간임을 저류에 깔아놓는다.


전략사령부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그 평온을 단번에 끊는다. 태평양 상공에서 발사국을 알 수 없는 탄도미사일이 포착되었다는 보고. 이후 영화는 본토 폭격 20분 전이라는 촉박한 시간을 중심축으로 삼아, 각 부서와 인물들이 정보를 추적하고 판단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비글로우는 매뉴얼과 시스템이 어떻게 인간의 판단을 보조하는 동시에, 결정적인 순간에는 오히려 방해물이 되는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시카고를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려는 시도는 빗나가고, 요격 실패는 영화 속 분위기를 더 얼어붙게 만든다. 미사일 격추 실패는 인간이 의존해 온 시스템이라는 신화의 균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영화의 구조는 세 가지 시점—대통령, 국방장관, 그리고 백악관 상황실/전략사령부—으로 반복된다. 동일한 아침이 세 번 되풀이되며, 이를 통해 관객은 사건의 표면이 아닌 그 안쪽의 압력을 목격한다. 처음엔 비합리적으로 보이던 선택이, 시점을 옮기고 나면 각 인물의 정보적 한계와 책임의 무게 속에서 재구성된다. 반복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분업된 국가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이를 위한 매뉴얼은 충실히 존재하지만, 그 매뉴얼이 ‘생명을 담보로 한 실제 상황’ 앞에서 얼마나 무력했는지 영화는 집요하게 다시금 확인시킨다.


이 영화가 관객 사이에서 논쟁이 될 지점은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 동일한 이야기의 반복이 가져오는 피로감. 둘째, 영화가 미사일 폭격의 실제 여부를 명확히 보여주지 않는 점이다. 영화가 진짜로 탐구하는 것은 폭발의 결과가 아니라, 폭발 이전의 결정을 둘러싼 압력과 무력함, 그리고 그 결정이 만들어내는 구조적 딜레마이며, 결말의 모호함은 결말의 유보가 아니라, 비글로우가 논의의 중심을 ‘폭격 그 자체’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오늘날의 군비 경쟁은 ‘억제’를 명분으로 삼지만, 억제의 기술이 곧 폭발의 가능성을 품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비글로우는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될 때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지점이 얼마나 좁고 불확실한지를 확인시키며 질문을 남긴다.


힘으로 힘을 누르려는 세계에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다가온다면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를 견딜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9)

목을 옥죄는 긴장감. 캐서린 비글로우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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