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No.16
몸도, 마음도 담가보는 거야. 원 없이, 자유롭게, 어린아이처럼.
아름다운 바다를 잠시 뒤로한 채, 이어서 우리는 예정된 대로 마사지와 점심식사를 위해 자리를 옮겼다. 일찍이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로부터 꼭 마사지는 받으라고 했는데 도대체 얼마나 시원해서 그러는 걸까. 그리고 우리말 속담으로 "금강산도 식후경"이 있듯, 이곳 현지에서 직접 먹을 음식의 맛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 나로서 이런 궁금증을 몸소 이 자리에서 경험하고 있고, 동시에 가는 길마다 신선하면서도 찬란한 광경들을 틈틈이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여행의 묘미는 더욱 커져만 갔다.
일단 다녀온 후기로, 마사지에 대해서는 왜 사람들이 그렇게 추천했는지 제대로 실감하게 됐다. 받는 것 자체로 시원한 건 두말할 필요 없었고, 한 시간 가까이 받았는데도 가격은 매우 합리적이었다. 일석이조의 해택을 받았다고 느꼈는지, 받는 동안 난 내내 숙면 상태에 있기도 했었다. 물론 중간에 알람을 꺼두지 않아 잠깐 흐름이 끊기기도 했지만. 그 이외에 종류도 '핫스톤', '아로마', '타이' 등 다양해서, 이후로 시간 여유가 되는대로 한 번 더 받기로 했다. 다음으로 가진 점심 식사에서는 '반 쎄오'와 '분짜'를 선택했는데, 특별히 강한 향신료가 들어있지 않아 한국인 입맛에서 괜찮았던 것 같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김치와 라면이 그리울 것 같은 예감도 불현듯 들었다.
이제 중요한 건, 비로소 이토록 찬란한 이 땅 위에 흐르는 물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갖췄다는 사실이었다. 한결 가벼워졌고 충분히 에너지를 공급해 둔 몸을 그저 가만히 구경하는 데에만 두기엔 너무도 아깝지 않은가. 그도 그럴 것이 호텔로 돌아와 배정된 숙소에서 바라본 전경은 우리로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뛰놀게끔 동기를 품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우린 간단히 짐을 풀고 들어갈 채비를 마친 뒤, 지체 없이 소나가 해변 일대를 향해 다시 나아갔다.
확실히 대낮이라 아침에 비해 모래가 강렬한 햇살아래 달궈져, 맨발로 걸어 다니기에는 결코 쉽지 않았다. 핸드폰 또한 평소와 다른 기류를 감지했는지 그동안 전례 없었던 주의 메시지로 촬영을 자제하기를 요청했다. 그럼에도 그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기억의 영역으로만 간직하기에 너무도 찬란했으니, 조금만 더 애써달라고 부탁해 봤다. 그 결과, 계속해서 찾아 회상할 수 있도록 충분한 사진들을 간직했을뿐더러, 그 자리에서 만끽해 나가는 우리의 모습들도 포착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말로 이곳에 가득히 깃든 신비로운 곡조 속에 우리도 함께 누비고 있었다고 표현해보고 싶다.
물속을 거닐며 한때는 우리도 어디에서든 어린아이였지 않았나 생각해 봤다. 작은 하나를 바라보더라도 순전한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닿을 수 있다면 망설임보다는 떼를 써서라도 대담함을 택했던 삶을 살지 않았던가. 성인이 되어 눈이 틔이게 된 것들은 많아졌지만, 그만큼 책임감으로 무거워진 몸을 이끈 채 꽤나 긴 시간을 보내왔구나. 그러나 여기 물속에서만큼은 수영을 하든, 물장구를 치든, 걷거나 달리든, 가만히 무언가를 응시하든 괜찮으니까. 오히려 철부지 없는 모습들이 더욱 어울리니까. 여기서만큼은 가벼이 있어도 되니 우리로서 참된 안식을 충분히 누리고 있음을 온전히 느꼈다.
잠시 쉬어가는 겸 뭍으로 나와 SW(친구)의 사진들을 찍어봤는데, 이놈도 비슷한 사색 속에 머물고 있구나 싶었다. 평소에는 차분한 사람인데, 두 팔 벌려 손 흔들고 머리만 내민 채 물속에 잠겨있어 정말로 철부지 없어 보였기에 말이다. 어쩌면 이게 그동안 묵혀왔던 여러 짐들을 떼어내고 던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영감 깃든 내 아늑한 공간에는 함께 뛰놀 수 있는 자리도 충분히 마련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몇 걸음 멀리서 친구를 바라보며 속으로 속삭여봤다. '그러니 이곳에서 몸도, 마음도 담가보는 거야. 원 없이, 자유롭게, 어린아이처럼.'
그러자 예수께서 아기들을 가까이에 부르시고, 말씀하셨다. "어린이들이 내게로 오는 것을 허락하고, 막지 말아라. 하나님의 나라는 이런 사람의 것이다." - 누가복음 18장 16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