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빛깔을 입었네

Chapter No.17

by JiwoongSS
그들만의 영감의 빛깔로 나타나 가슴 깊이 심기기를.

마음껏 물속을 거닐다 보니, 아까까지 중천에 떠있었던 태양은 멀리 감치 떨어져 좀 더 선명한 노란빛을 띠고 있었다. 물끄러미 바라봤는데 이곳에 있는 모든 존재들과는 하루의 작별 인사를 미리 고하는 듯 보였다. 물론 우리의 반대편에서 아침인사를 건네고 있겠지만. 그렇지만 여행을 온 입장으로서 지금 눈앞에 펼쳐진 태양빛은 여느 때와 달리 다가왔다고 표현해보고 싶다. 완전히 물러가기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이제는 그 자리에서 나와 따라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이 느껴져서 말이다. 때마침 SW(친구)도 이제 숙소에서 정비하고 이동해야 한다고 하니, 물속에서의 자유를 뒤로 한 채 자리를 옮겼다.


출발 전, 이까 전에 점심식사 마치고 들렸던 가게에서 구매했던 상하의 세트로 환복 했다. 출국하면서 챙겨 왔던 옷들 중에는 그 무엇도 푸꾸옥 동네와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엔 한 번도 해외에서 의류를 사본적이 없는데 과연 괜찮을까 싶었다. 그러나 다행이게도 부담되지 않는 가격 선에서 꽤나 어울리는 룩을 찾았고, 현지 감성이 물씬 느껴지기도 해 만족스러웠다. 같이 둘러보면서 SW(친구)도 나름대로 그 감성을 깃들이고 싶었는지 덩달아 상의 한 벌을 구매했고, 엘리베이터로 내려가는 길 거울을 보니 감성의 시너지를 발휘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점점 우리는 이곳 안에서 분위기를 맞춰가는 법을 점점 터득해나가고 있었다.


< 푸꾸옥 선셋타운 >

숙소가 위치한 중부에서 "푸꾸옥 선셋타운"이 있는 최남단을 향해 약 20~30분가량 이동했다. 도착하고 나니 같은 여행객들이 자유로이 거리를 거니는 모습들이 보였는데, 어느 누구도 조금의 급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물론 일하는 점원들은 그렇지 않았겠지만.) 오로지 펼쳐진 거리를 양껏 누리며 곁에 함께하는 이들과 감흥을 공유하는 순환의 연속이었다. 우리 또한 그 순환에 찬찬히 물들여졌고, 더불어 허기진 뱃속을 달래는 겸 현지 별다방에 들려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리고 전보다 더욱 무르익은 햇빛의 온기를 채워 감각을 깨우며, 여느 때처럼 자연스레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 푸꾸옥 노을빛 >

"천천히 바다 밑을 향해 나아가는데 노을은 점점 붉어지며 온 하늘을 물들여가고 있구나. 이곳에 있는 모두들 또한 붉은 노을 빛깔을 입었네. 그중에는 평화롭고 따스한 분위기에 취해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는 모습들도 보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려나. 어쩌면 저들도 나처럼 각자의 사색 속에 머물고 있지는 않을까. 눈앞에 펼쳐진 전경에 감흥을 영위하든, 지나온 시간들이 문득 떠올라 회상하든.


그 지점이 다를지라도 사색의 끝에는 분명 나는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얻어가기를. 그게 곧 그들만의 영감의 빛깔로 나타나 가슴 깊이 심기기를. 언제나 행복한 기억으로 자라나서, 각자만의 영감을 향해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여러분들도 그렇게 소중히 태어난 존재들이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단언할 수 있으니까."


< 선셋타운 거리 >

잠시나마의 시간이었지만 모르지만 함께 사색에 머문 그들을 위해 기원해 보며 그 끝을 맺게 되었다. 확실히 이번 사색 가운데 느낀 건,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나를 비롯하여 이웃을 향해 환대하고 축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노을 안에서 영감을 찾을 수 있듯, 나아갈 수 있는 발걸음이 내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번 더 감사해 보게 됐다.


어느덧 해님도 완전히 수면 아래로 완전히 내려갔고, 잔잔한 햇살들이 얕게 펼쳐진 저녁 하늘로 선셋 타운의 전경이 채워졌다. 조금 있으면 깜깜해지니 우리는 부지런히 곳곳을 돌아다니며 틈틈이 추억의 사진들을 남겼다. 그리고 돌아가기 전에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결론으로 나로서 장소 이름에 걸맞는 시간을 누비며, 노을 빛깔로 물들여진 영감을 취해간 귀한 여정이 되었다.




"모든 노을은 새로운 새벽의 약속을 안겨준다." - Ralph Waldo Em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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