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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목욕예찬 07화

양머리

by 윤문

양머리는 찜질방에 갈 때마다 하는 머리이다. 아래의 사진처럼 수건의 끝을 두 번 말아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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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가족 다 같이 찜질했을 때,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때 나는 양머리를 혼자 못 했다. 엄마에게 매번 부탁했는데, 그게 너무 싫었다. 나도 혼자 양머리를 하고 싶었다. 양머리가 풀려도 혼자 다시 하고 싶었다. 찜질방에 갈 때마다 양머리를 연습했고, 집에서도 여러 번 했다. 그래도 어렸던 나의 서툰 손은 마음대로 잘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 약 6년이 지난 지금, 나는 양머리를 혼자 할 수 있다. 혼자 곧잘 찜질방에 가고, 혼자 곧잘 양머리를 한다.


그런데 지금, 나는 혼자 양머리를 해보고 싶어 했던 옛날과 다르게 양머리를 엄마에게 부탁하고 싶어 한다. 물론 지금은 엄마가 나는 할 줄 아니까 혼자 하라고 할 것 같아 부탁하기 애매하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많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우리에게 없는 것을 얻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엄마에게 부탁할 때에는 혼자 하는 것을, 혼자 할 때에는 엄마에게 부탁하는 것을 원한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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