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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르고 푸른 날 Dec 05. 2024

니 까짓게 어디 가서 뭘 할 수 있다고...

날 슬프게 하는 사람

예전 먹고 살기 위해 들어갔던 곳. 

그곳의 사장이란 사람이 직원들에게 항상 했던 말이다.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


.

.

.


'니 까짓게 어디 가서 뭘 할 수 있는데...'

'이 바닥 좁아. 죽고 싶지 않으면 까불지 마라.' 

'내가 협회에서 고위 임원인 거 알지.' 

'넌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바닥에서 영원히 발 못 붙이게 할 거야. 알아!'

'그 정도 밖에 안되니까 니가 이런 곳에서 이런 하찮은 일이나 하는 거지. 쯧쯧쯧.'


.

.

.


사장은 직원들을 모아놓고 항상 이런 말을 했다.

자존감을 팍팍 죽이는 이런 부정적인 말들...


그래서 그땐 

유독 더 많은 술과 담배에 의지 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장의 말에 의하면 

난 이 세상의 패배자이자 아무짝에도 쓸모 없고.

그렇다고 이직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노예이지 않나.


사장이 한 말의 요지는 딱 하나...


넌 나의 영원한 노예니까. 

딴 마음 품지 말고 

너의 능력을 단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전부 사장인 자길 위해 쓰라는 뜻이다.

 

이런 말을 계속 듣게 되니까.

자존감과 자신감이 바닥까지...아니 지하를 뚫을 정도였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난 왜 그때의 사장이 했던 부당한 말에 대항하지 못했을까란 후회를 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이유는 

너무 간단하다.


"먹고 살려고..."


그래 먹고 살려고.

싫든 좋든 사장이 주는 월급으로 

하루하루 연명하니 그럴 수 밖에.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는 사람에게 왜 꼼짝을 못할까?

그거야 밥을 주니까.


주인이 밥을 안 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세상 착하다는 천사견의 대표 리트리버도 이빨을 드러내고

고양이는 주인을 아예 무시한다.


하지만 먹이를 주는 순간.

주인에게 다가와 호감을 표시하면서 애교도 부린다.


그게 세상이다.


동물도 그러는데. 

사람은 말해 뭐 하랴.


아무리 내게 

싫은 소리에 자존감을 팍팍 떨어지게 하는 말을 해도

그는 나에게 월급을 주었으니까.


난 그 월급으로 생존해야 했으니까.


당장 돈이 없으면 생존이 위협을 받는데.

그러니까 고분고분해야지.


그딴 말 좀 듣는 게 뭐가 문제인데.

먹고 사는 게 먼저지.



그런 강력한 목줄을 손에 쥔 사장은 

자기 발로 면접 보고 들어온 

현대판 노예를 쉽게 놓아주긴 싫었겠지. 


그건 내가 그 당시의 사장이라도 그랬을 것이다.


지금도 마음먹은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그때 그 사장이 했던 말이 귓가에 들려온다.


'니 까짓게 어디 가서 뭘 할 수 있는데...'


정신 차리자!!!

날 다시 자발적 노예로 만들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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