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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헤어졌던 순간에는... 38화

약간 피폐해진 로맨스

by 맑고 투명한 날

그녀는 내 허벅지를 강하게 잡았다.


“그럼 너도... 일부러 나에게 접근한 거야?”

“그렇진 않아. 그냥 뭔가 많이 쓸쓸해 보이고 슬픔에 가득 차 보이는 오빠의 뒷모습이... 그땐 그냥 멋있었다고 해야 하나...”

“그럼 그 자리도... 성호가...”

“그래. 오빤 그때 성호 오빠가 주는 술을 계속 마셔서 떡이 되어 인사불성이었고... 성호 오빠가 엄마가 안오니까. 잠시 바깥에 나간 사이에 내가 접근한 거지. 큭큭큭.”


조현영은 날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난 원래 그녀 엄마의 먹이감이지만, 결론적으로는 잘못되어 조현영의 먹이가 된 것이다.


“다른 여자들 하고 잘 때도 오빤 그런 상태였다면서?”

“...”

“아무래도 엄마는 나이가 많으니까. 그런 식으로 성호 오빠가 오빠를 술에 잔뜩 취하게 해서 사람 분간을 못할 정도로 만들어 놓으면... 평소처럼 오빠는 젊은 여자랑 관계를 맺는 줄...”

“하아...”


지금 조현영이 하는 말은 내게 너무나 충격적인 말이었다.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되었나?


성호는 날 여자들과 잠자리를 하는 맛에 중독되게 만들어.

결국 날 조현영 엄마에게 제물로 바치려던 것이 아닌가.


성호 이 자식...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놈이다.


나도 문제지만... 그런 믿음을 이런 식으로...


하아...


“성호 오빠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 우리 집에서 시키는 일이 다 그런 거지. 아빠나 엄마에게 젊은 여자와 남자를 제공해 주는... 호빠에서 일한 경력을 잘 살려서 말이야. 큭큭큭.”

“넌 그게 우습니?”

“오빠. 나도 이런 말을 하는 게 쉬울 거 같아? 나도 싫어. 하지만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오빠에게 모든 진실을 다 말하는 거니까... 듣기 거북해도 어쩔 수 없는 거지.”

“지금 하는 말 전부 사실이지?”

“사실이야. 성호 오빠에게 내 말이 진짜인지 확인해 보라고. 성호 오빠도 내가 말한 이 모든 말들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절대 부정하지는 못할 테니까.”


조현영의 눈빛은 절대 거짓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럼 이런 말을 내게 하는 이유는...”

“뭐겠어? 뻔한 거지...”

“뻔하다고?”

“나랑 헤어지고 성호 오빠가 소개해 주었다는 그 미친 년...”

“...”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조현영은 그런 날 금방 캐치하고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과연 무슨 일을 했었던 년일까? 그 미친년은 말이야.”

“...”

“성호 오빠가 아는 여자가 한둘이 아닐텐데... 왜 그 여자를 오빠에게 그렇게 급하게 소개해 주었을까?”

“...”

“거기다 내가 벨기에 남자를 만나 오빠에게 헤어지자고 했다는 말도 안되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왜 그 미친년을 오빠에게 그리 급하게 소개해 준 걸까나...”

“...”

“정말... 이상하지 않아?”


조현영은 내 몸을 뱀처럼 휘감았다.

그녀의 알몸이 욕실 가운 사이로 훤히 들여다보였다.


“하지만... 소영이는... 분명 내가 첫 남자였어...”

“에이. 요즘 세상에 그런 거야 수술로 얼마든지 속일 수 있지. 맞다 굳이 수술을 아니더라도... 속일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니까. 우리 오빠는 공부만 하느냐고 세상 돌아가는 걸 너무 몰라. 큭큭큭.”


악마의 웃음소리가 있다면 바로 이런 목소리일 것이다.


조현영. 그녀는 악녀다.


그래 악녀.


김미숙만 악녀인줄 알았는데.

사실 김미숙은 악녀 축에도 못 낀다.


진정한 악녀는 바로 여기 있으니까.


조현영...

너무 잔인한 악녀...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넌 그럴지 몰라도... 소영이는 그런 여자가 아니야!”

“웃기시네.”

“뭐... 뭐라고?”

“그렇잖아. 그게 무슨 문제인데. 그럼 나랑 잔 건 다 뭐야? 아아, 난 원래 순결이 없는 년이니까. 막 해도 되고. 그년은 순결을 오빠에게 바쳤으니까. 깨끗한 여자다 뭐 그런 거야?”


내 몸을 쓰다듬는 그녀의 손길이 점점 빨라지고 거칠어 진다.

나도 모르게 몸이 점점 뜨거워진다.


“무... 무슨 말을 그렇게 천박하게 해?”

“천박하긴... 이년저년, 아무 년이나 안 가리고 막 잔 오빠는 얼마나 깨끗하다고 그래?”

“...”

“남을 탓하려면 최소한 자기 자신은, 탓하려는 행동을 해선 안 되는 거 아냐. 안 그래?”

“...”


반박을 못하겠다.


나도 이미 더러운 놈.

그래 조현영 말처럼, 난 남을 비난할 만큼 깨끗한 놈이 아니다.


“오빤, 자신이 굉장히 깨끗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 같이 생각하나 본데. 오빠도 사실 나랑 다른 게 하나도 없어. 안 그래? 아니라면 지금 당장 반박해 보라고.”

“으으...”


그녀는 천천히 내 목을 혀로 핥았다.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네. 훗훗훗.”

“...”

“나 사실 가장 궁금한 게 그거야. 나랑 헤어지고 성호 오빠가 소개해 준 그 미친년 말이야... 과연 성호 오빠랑은 아무 일도 없었을까... 아니지 성호 오빠랑만 했을까? 아닐 거 같은데... 킥킥킥.”

“너 정말...”


분명 지소영을 비난하는 조현영을 멈춰야 했지만.

내 몸을 강하게 감싼 그녀에게서 심신이 벗어날 수 없었다.


“아니면 말이야. 성호 오빠가 두 사람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더러운 사랑을 하라고... 일부러 둘 다 아주 더러운 사람을 찾아내서 끼리끼리 연결해 주었는지도 모르겠네. 큭큭큭.”

“그... 그만 해.”

“그만하긴... 내가 헤픈 여자라서... 이놈 저놈이랑 잤다고 해서. 그렇게 더럽다고 생각했으면 나랑은 자면 안 되는 거 아냐. 그런데 오빤 참 뻔뻔해. 오빤 흙탕물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뒹굴어 놓고... 왜 결혼하려는 여자는 흙탕물이 하나도 묻어 있으면 안 되는 거야? 진짜 너무 궁금해서 그래... 나랑 헤어지려고 하는 이유가 솔직히 그것 때문 아니야?”


솔직히 반박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다 맞는 말이었으니까.


난 더러워도 내 상대는 더러워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내 생각은 변함없었다.


조현영은 점점 더 내 몸을 더 강하게 휘감아 압박했다.


그리고 내 얼굴에 수도 없이 많은 키스를 퍼부었다.

그리고 난 거기에 취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송충이가 솔잎을 먹듯... 그냥 그렇게 편하게 살아. 흙탕물 속에서 지저분하게 놀던 오빠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깨끗한 척 행동하지 말고.”


그녀는 날 소파에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날 침대로 인도한 후 앉게 했다.


“내가 지금은 특별히 씻지 않고 바로 해줄게. 그 미친년하고 할 때처럼... 그 상황과 아주 비슷하게 말이야.”

“그... 그만해.”


하지만 난 말과 달리 적극적으로 조현영을 말리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나 그렇듯 날 살짝 밀었다.

난 그녀의 그런 약한 힘에 밀려 스스로 누웠다.


이미 그녀에게 점령당한 내 몸과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훗훗... 말은 그렇게 하지만... 오빠 행동은 영 그게 아닌데... 큭큭큭.”


그녀의 말이 맞다.

난 그녀가 침대에 누워있던 나의 옷을 모두 벗기고 있어도 가만있었다.


난 그런 놈이다.


더러운 쓰레기에

언제나 발정난 상태인 것처럼

여자만 보면 브레이크가 고장나 사라지는 미친 놈.

여자라면 상대를 가리지 않는

그런 타락한 놈.


두 엄마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며 힘들게 했던 아버지를 욕하지만.

결국 아버지를 너무나도 닮아버린 악마...


그래 그게 나다.

난 영원히 그렇게 구제가 안되는 놈이다.




39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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