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피폐해진 로맨스
“성호 오빠는 말이야... 군대도 안갔고... 어릴 적부터 집에서 가출도 밥먹듯 했어.”
“뭐... 라고?”
“그것뿐인 줄 알아. 십 대 후반부터 이십 대 전반기 대부분을...”
조현영은 의도적으로 잠시 말을 멈췄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다 말 정도면
성호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이야기인 거 같은데.
설마 그것 때문에 생각없이 말을 막하는 조현영이 고민을 하는 건가?
하지만 그건 절대 말이 안 된다.
이미 시작된 성호 이야기는 지금 내가 들은 것만으로도 굉장한 충격이었으니까.
“왜 말을 하다 마는데?”
솔직히 궁금했다.
평소 말을 너무 지나칠 정도로 거침없이 하던 조현영이었기에.
그녀에게 이런 모습은 절대로 쉽게 보기 힘든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막 그녀의 입을 통해 엄청난 비밀이 폭로되는 순간인 것이다.
“그래. 이미 오빠에게 시작한 거고... 내 입으로 다 말하겠다고 한 거니까.”
“그래 어서 해.”
“성호 오빠는 그때... 호빠 선수였어?”
“호빠??? 그게 뭐야?”
솔직히 난 그게 뭔지 전혀 몰랐다.
그런데 조현영은 그런 날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오빠, 호빠가 뭔지 진짜 몰라?”
“응.”
“진짜 세상 돌아가는 건 하나도 모르네.”
“내가 뭘 몰라?”
조현영은 황당했던 표정이 점점 밝게 변해갔다.
“그래. 공부만 죽어라 했으니까... 그런 것에 대해 모를 수도 있겠네. 사실 그런 면이 오빠의 엄청난 매력이지. 큭큭큭.”
“뭔데? 어서 말해. 성호가 했다는 게 뭔데 그래?”
“잘 들어. 이 순진한 오뺘야...”
“...”
조현영은 나에게 자신이 말한 호빠라는 게 뭔지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호빠란 호스트 바의 줄임말이었다.
그곳은 여자들이 남자들 술 접대를 하는 게 아니라.
남자들이 여자들의 술 접대하는 곳이라고 했다.
술집이란 곳이 으레 그렇듯.
술에 취해 정신이 없어지고...
아니지 술에 취하지 않아도 이성에게 이상한 짓을 하는...
난 솔직히 그런 것에 대해 더 듣고 싶지도 않았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고
그 사람들의 취향 또한 전부 다양하다.
술집에 여자들이 시중을 들어주는 곳도 있듯이
남자들이 여자들의 시중을 들어주는 곳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왜 성호가 그런 걸 했느냐였다.
“오빠도 다른 사람 접대한다고 남자들끼리 야시시한 여자들 나오는 술집에 갔을 거 아냐?”
“으음... 남성 전용 술집... 그래... 그래 맞다고...”
부정할 수 없었다.
굳이 호빠란 곳에 대해 더 말하지 않아도 그곳이 뭘 하는 곳인지 정확히 알 것 같았다.
“훗훗... 그런 거랑 같다고 보면 되는 거야.”
조현영은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악질 매개체 같았다.
이런 걸 굳이 내가 알아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는데...
더럽고 어두운 사회의 일면을 그녀를 통해 알게 되었다.
“성호 오빤 그런 일을 했어... 그런데 그런 더러운 일을 했으면서 날 좋아하고 심지어 나와 결혼을 하겠다고... 큭큭큭.”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말하는 건... 너무 심하잖아...”
“알아. 나도 잘 안다고. 내 인생을 뒤돌아보면... 솔직히 말해 그렇게 깨끗한 인생을 산 건 아니니까.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최소한 난 돈 때문에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성호나 조현영이나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다.
조현영이야 돈 많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고생을 모르고 컷으니까.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거겠지만.
서성호는 조현영과는 다른 이유가 분명 있었을 테니까.
“여자들에게 웃음이나 팔고 돈을 번 성호 오빠... 그런 남자와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천만에. 난 아니라고 봐. 그건 내 최소한의 자존심과도 연결된 거니까.”
“넌 너랑 상황이 다른 사람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래.”
“오빤, 참 순진하다. 그러니까. 성호 오빠에게 그렇게 휘둘리고 다닌 거지.”
“내가 성호에게 어떤 걸 휘둘렸는데?”
“그것도 말해야 하나...”
조현영은 일부러 말하지 않고 내 반응을 살폈다.
지금 그녀는 날 가지고 놀고 있다.
쥐를 잡은 고양이가 바로 죽이지 않고 혼을 쏙 빼놓는 것처럼.
그녀는 날 지금 가지고 놀고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 입에서 나오는 정보는 내가 처음 듣는 것이고
그동안 의아했던 성호의 행동과 말에 대한 답이 되고 있었다.,
“말할 거면 빨리 말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마. 그런 식으로 사람 간 보지 말고!”
“어휴. 오빠 성질도 참...”
그녀는 또다시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목도 축였으니. 이제 또 시작해야겠네.”
조현영은 내 옆에 더욱 바짝 다가와 앉았다.
그러더니 내 윗옷 단추를 천천히 풀렀다.
“지금... 뭐... 뭐 하는 거야?”
“뭐 하긴... 손이 심심해서 오빠 가슴 좀 만지려는 거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하려는 말이나 빨리 해.”
“알았어. 그러니까 그만 다그쳐.”
조현영은 갑자기 내 품에 안겼다.
난 그녀를 밀쳐 내려고 했지만 그녀는 더욱 강하게 날 안았다.
“이런 거 하지 말고... 하려는 말이나...”
“좀 가만히 있어봐.”
난 포기하고 그녀를 그냥 두었다.
오늘, 이 순간 이후로 조현영을 다시 볼 일은 없을 테니까.
“오빠, 나 만나기 전에 여자들 많이 만났지?”
“흠흠... 그래.”
사실이다.
난 조현영이나 지소영 말고도 여자 경험이 아주 많다.
“훗훗... 그 여자랑 오빠랑 누가 만남을 주선했을까?”
“그거야. 거기가 헌팅을 주로 하는 술집이었으니까. 서로 마음에 맞으면. 그냥...”
“우리 오빠는... 참 순진하시네.”
“뭐?”
조현영은 내 품에서 벗어나 음료수를 천천히 마셨다.
“그 여자들 전부 다 성호 오빠가 오빠에게 연결해 준 거야.”
“뭐... 뭐라고???”
“생각해 봐. 한두 여자도 아니고... 그 수많은 여자가 오빠에게 무슨 성적 매력이 있다고 그렇게 같이 자겠어. 안 그래?”
“...”
너무 사실만 말하니까.
내가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성호 오빠랑 오빠가 왜 그렇게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친해졌다고 생각해?”
“그... 그건...”
“매일 밤. 새로운 여자들을... 아니지 전에 만났던 여자들도 포함해서, 오빠가 가장 원하는 그 짓거리를 끊임없이 주선해 주니까... 그래서 성호 오빠랑 그렇게 친형제처럼 친해진 거잖아. 안 그래?”
“으으...”
사실이었다.
그러고보니 성호는 사실 그전까지 나와는 아무런 접접이 없었다.
내가 자주 다니던 술집에서 처음 만난 성호는 친해지자마자
엄청 많은 여자들을 내게 소개시켜 주었고.
난 술에 잔뜩 취해 그 여자들과 긴 밤을 보냈었다.
“그러고보니... 성호는 왜 내게 그랬던 거지?”
“다 오빠를 이용하려고 그런 거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잖아. 안 그래?”
“그러니까. 날 어떻게 이용하려고 그랬난 말이야.”
참 답답했다.
그냥 한번에 다 말하면 돌텐데.
조현영은 내 애간장을 살살 녹여가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건 말이야... 내 가족과도 연결된 이야기인데... 그래 어차피 다 말하기로 한 거니까. 오빠에게 말하는 게 좋겠네.”
조현영은 내 옆에 다시 바짝 다가와 앉았다.
그러더니 내 허벅지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사실... 엄마가 남자를 많이 밝혔어. 아버지도 여자를 밝히기는 마찬가지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좀 가만있어봐. 지금 다 말하잖아.”
“...”
날 노려보던 조현영.
그러더니 다시 내게 바짝 다가와 내 허벅지를 또 쓰다듬었다.
“엄마가 머리 좋은 남자랑 함께 자고 싶다고 성호 오빠에게 말했다나 봐.”
“뭐... 뭐라고?”
엄청난 충격이었다.
머리가 좋은 사람과 자고 싶다고 해서... 결국 나와 조현영 엄마가...
이런 젠장...
“사실 오빠랑 나랑 처음 만난 날도... 그때 오빠는 원래 엄마와 함께 밤을 보낼... 예정이었데...”
“헉...”
“그런데 갑자기 엄마에게 급한 일이 생겼고... 난 아무것도 모르고 우연히 주변에 있다가 오빠랑 눈이 맞아서... 그렇게 된 거지.”
38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