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이와 여행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설레발
'베트남이 뭐냐'는 4살 아이의 질문에, 갑자기 내 머릿속은 온통 [여행]으로 가득 찼다.
여행육아라는 단어가 존재한 덕분에 놀러 갈만한 '타당성'도 충분했다.
그때부터 아이들의 컨디션과 일정을 고려해서 여행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아휴, 시작부터 왜 이렇게 생각할 게 많아? 혼자 갔으면 10만 원은 더 아꼈겠다..'
결코 저렴하지 않은 금액이지만 너무 비싸지도 않은 정도로 타협해서 제주항공을 타고 베트남 다낭, 호이안에 가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항공권 발권까지 했어도 아이들에게는 확답을 주지 않는 것이 포인트이다.
'너희들 사이좋게 잘 지내면 베트남을 한 번 가볼까 생각 중이야~'
'해외여행 가면 처음 보는 음식도 잘 먹어야 할 텐데, 이것도 잘 먹을 수 있나 한 번 볼까?'
'(남편을 보면서, 그러나 아이들 들으라고) 우리 애들이 아직 어리긴 어리네. 겨우 이 정도 이동하는데도 떼쓰면 베트남은 못 가겠다, 그렇지'
이렇게 긴장감을 주면서 조금은 발칙한 가스라이팅을 하는 것이 바로 내가 하는 여행육아다.
이건 크리스마스 시즌에 산타할아버지의 방문을 걸고 전 세계 엄마 아빠들이 하는 정도의 가스라이팅이니 괜찮겠지..?
물론 이렇게 하면 육아가 조금 더 수월해지는 이유도 있지만, 괜한 설레발은 금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확정된 사안이더라도 아이와 함께하는 일정에는 100%가 없다.
언제든 틀어질 수 있다.
확답은 금물. 설레발 금지!!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날씨 고민을 한다면 그거야말로 행복한 고민이다.
나는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 날씨는 고민하지 않는다.
'애가 아프지 않길'기도할 뿐이다.
왜냐고?
참 신기하게도 아이는 '엄마의 설렘이 가득 찬 날'을 기가 막히게 알고 아프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