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습작, 꿈에서 심장이 울었다
[ 대동제/농부/흙/농부일기/보내는 연습/내일의 거울 ]
[ 대동제(大同祭) ]
동리 사람들아! 어서들 모이시오
촌민아! 뭐하니 지첼랑 말아라
징이 울린 지 벌써 한참이 되었구나
모두 함께 어우러짐이 어떠하냐
얼씨구나 절씨구나 흥겨워질수록
면장이 낸 막걸리 동이 나고
이장아! 술 없으니 흥 깨진단다
유지네 쌈지 부추겨 탁주 내려무나
북장구 선소리에 어깨 들썩이며
꽹과리 상쇠더러 신명내라고
추임새 불어넣어 발맞춰 가는
우리네 마을이 예서 으뜸이로구나
승패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가진 실력 모조리 토해내 보라면서
손뼉의 함성이 애향심 부르니
동민이 하나로 호흡 맞추어 간다
[ 농부 ]
“여여-여-여-루 상사-디-요 …
여보시오 이내 말을 들어보소 … ”
농부가 한 대목 들려옵니다
가락가락이 흥겨운 듯 서러움이어라
우리네의 고됨을 노동요에 실어 풀었소만
그러해도 못내 애석 타오
타지로 배워나간 자식네 들어보소
콧등이 찡긋합니다그려
애달픔을 마디마디에 담아낸들
어찌 슬픈 농부의 마음을 달래리오
사발에 찬밥 덩이 한 줌과
소금에 절인 시래기 한 가닥으로
주린 배를 채워봅니다만
자식들 아른거려 마저 삼키지 못하였소
아~ 이 마음을 뉘나 알아주오리까
그래도 한줄기 실낱같은 소망으로
오늘도 서글픔을 꼭꼭 눌러
맺힌 한 풀어내는 농부
농부여! 거룩한 이여!
당신은 영원한 나의 아버지이십니다
[ 흙 ]
태초의 내 모양이
그러하듯이
영양 풍부한 흙이 되리라
우주에 넘쳐 터질 듯한
분말보다 작은 먼지들이
시절이 바뀔 때마다
좁은 나의 터전이 커지도록
조곤조곤 흙이 되리라
태초의 내 모습이
그러하듯이
마음 넉넉한 흙이 되리라
[ 농부일기 ]
흙색을 헤치고 돋아납니다
인고의 시간을 젖히고 피어납니다
이 시절이면 들녘 논밭에 씨앗을 뿌려
생명이 태동하는 기쁨 느낀답니다
무더운 삼복이 한창일 때
송송 배어나는 땀방울과 더불어
호미 들고 지심을 메노라면
푸른 지평의 진수를 보여준답니다
긴~긴 여름 이어 가-ㄹ이 성큼
결실의 금빛 물결을 안겨준답니다
추수는 즐겁다오 농부의 계절
이보게 이보다 더 좋을시고
첫눈 내리기 전에 초가 단장하고
어른님 모시고서 새끼꼬기 시합이오
낮 짧은 겨울 지나 봄이 오면
나는 한껏 기지개를 켠다
[ 보내는 연습 ]
소설 속 연인의 알싸한 사랑은
쉬이 풀리지 않을 사연으로 안타깝게 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미련으로
부여잡을수록 더욱 가당찮게 헤어져야만 하는 상황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떠했을까
보내는 연습을 해 본다
어두운 밤하늘에 달이 비추고 별빛 반짝인다
한적한 산책길 가로등 아래에서
그 옛날에 너와 내가 좋아한다 했었지
하지만 지금은 헤어져야 할 시간
진정 가신다면 당신이 정말로 떠나신다면
난 … 나는 조용히 보내드리리
한결같은 마음인 줄 알았는데 헤어져야만 합니까
먼 훗날 당신이 가신 뒤에
홀로 외로워 사무치게 그리워지면
이 밤에 거리를 방황하렵니다
그리하여도 진정 가신다면 정말 떠나신다면
난 … 나는 조용히 보내드리리
[ 내일의 거울 ]
또닥또닥 툭탁
막대와 막대의 이어짐이 줄기차다
어제 + 오늘 = 내일
한 올의 실로 잡아당겨라 올려라
빈한 오늘을 바탕으로 삼아
내일의 오늘을 키워보세
자갈과 모래와 시멘트 넣고서
이제 물도 부어주세
철근으로 골격도 더욱 견고히 세우고
힘겨움을 고되다 괴롭다 맙시다
땀내 나는 오늘을 뿌리로 두고
내일의 오늘을 다져보세
오늘의 내일이 있어서
어제의 내일이 오늘이 되고
오늘의 내일이 다시 오고
어제의 슬픈 옛일들을
오늘의 피와 땀 내음으로 이루어진
내일의 거울로 삼아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