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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의 정/심장이 울었다/화수/스님의 행장/종이 되어도

1부 : 습작, 꿈에서 심장이 울었다

by 김덕용

[사후의 정/심장이 울었다/화수(花樹)/스님의 행장/종이 되어도]


[ 사후의 정 ]


한 줌의 재가 되어 쓸쓸히

바람에 나부낄 때

너는 나의 영혼을 놓아주지 않았다

내 육신이 사그라져 갈 적에

세상이 외면하던 나의 진실이

어찌 된 까닭에

너의 마음에 살아 숨 쉬려 하느냐

한점의 눈망울이 뜨겁게 아롱질 때

가슴 아프게 모른다고 하던 너

못다 이룬 연분이기에

지금은 멀어져간

체취를 소중히 간직하려 한다

지난날에 잠 못 이루고

그리움에 눈물 적실 때

씻기어가는 연지가 처량하기만 한데

너는 슬픔을 잊고

나의 영혼을 잉태하려 한다

기다림의 종이 되어






[ 심장이 울었다 ]


안갯속에 눈물짓다가

연막을 깔고 누워 허공을 내저으면

보이지 않는 진실들이 타락되는

가슴 저린 통곡을 부른다

무아의 아성이 가루 되어 나부낄까 두려워

아예 생각 못 할 무언의 항쟁으로

가르마를 만든다

짧은 설움이 기다란 울림으로

진동하여 짓이겨지고

일진광풍에 또 다른 불협화음인가?

우레같은 폭음을 잉태하여

응어리로 파고드는 조잡한 찢기어짐이

매스꺼운 잔재로 남아

고동치는 맥을 짓누른다

눈물 맺힌 심장엔

용광로보다 뜨거운 핏덩이가 각혈하고

발산 못 할 몸부림이 조심스레

힘을 몰아 터질 듯 터질 듯

꺼이꺼이 소리 질렀다






[ 화수(花樹) ]


푸른 잎 돋는 나모를 바라보면

가파른 숨결이 고요를 찾고

꽃망울 개화되는 눈 여김

미진한 긴장에 자그마한 설렘이여


새순이 무럭무럭 청초하도록

산뜻한 맵시 자랑하는

봄날의 색동 치마저고리

색색이 꽃말 짓는

노랑과 빨강과 연분홍에 하양

고결한 은빛 호수처럼

은은한 향기 잔잔히 퍼트리었다


울타리 덩굴지는 만상의 꽃송이여

만개하는 까닭일랑 굳이

알아낸다 한들 무에 하리오

따뜻한 언덕배기 새싹

바람 일어 춤을 추듯 넘실거리고

처녀의 매무새 화반을 이룬다






[ 스님의 행장 ]


속세의 번뇌를 해탈하려

업보 짊어지고 오늘도 가십니다

열반에 드신 석가여래 곁으로

무량한 서방정토 아미타불


중생들아! 부처님 계신 곳은

너희의 가슴 속에 존재하느니라

옴마니밧메훔 옴마니밧메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인생 세간 거친 데가 사바요

붓다가 머무는 세계가 극락이라

사초 파일에 나신 석존도

우리네 구하려 입적하셨느니라


자비로운 부처님의 이름으로

오늘 이 시각, 스님의 행장

대각의 가르침을 좇아서

심신(深信)을 다해 귀의 하나이다





[ 종이 되어도 ]


내게 무엇을 채우려 하지 마오

당신께서 거친 절벽을

오르라 하시면 오르리다

땅을 파고 굴을 만들라 하여도

서슴없이 행하오리이다


나는 당신에 종으로서

가라시면 가고 오라시면 오지요

다만 내 생명 다하는 날

육신보다 영혼을 위해

성심으로 기도해 주시구려


하면 종인 나는

그대를 위해 온 정성 바치오리다

오직 나의 영혼만은

무지의 사슬로부터

자유를 누리게 하여 주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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