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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심/고백/두문불출/혼자만의 이별/심사/지나간 사연

2부 : 홀로 사랑, 앓이는 성숙이다

by 김덕용

[ 생심(生心)/고백/두문불출/혼자만의 이별/심사/지나간 사연 ]


[ 생심(生心) ]


너라는 존재(存在) 앞에서 설레는 나

한마디 말도 없이 무심(無心)한 너

난 한 생각으로 갈등을 음미(吟味)한다

무념을 가까이 두려 해도 나의 침실로

자꾸만 너의 고운 얼굴이 침범하여 오고

포근히 감싸 위는 심장(心臟)은

필시 자애한 어머니 품속과도 같아

농부가 흙을 사랑하듯 서로를 위하여 기도할 때

값진 생로(生路)가 체온 속에 영글어 갈지어다

혹시라도 나의 간절한 믿음이

너그러운 가슴 결에 시나브로 적시어

너와 내가 우리가 되기라도 하면

한줄기 외줄을 일심으로 끌며 밀며

아기자기하게 되새김질하며

땀내 나는 내 이마를 고운 네 손길로

살포시 어루만져 주려무나

훗날 그리움의 씨가 이름 모를 생명으로 태동하여

믿음의 끈을 부여잡기라도 하면

한세상 평범하게 살았노라 전하시구려






[ 고백 ]


은은히 스미어드는 님의 체취가

붉은 장미 한 송이 되어

초라한 걸인을 살아 숨 쉬게 하나이다

성녀 속에 잠재된 님의 입김은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짜릿한 선율의 향내를 드리웁니다

유여! 누굴 위해 나리는 햇살입니까?

방랑아(放浪兒)의 움츠린 가슴을

따사로움으로 감싸 주시구려

유여! 뉘를 기다리는 홍옥입니까?

어설픈 혼잡이 그리움의 초석인 양

객기부려 갈망하는 처사가

그저 요령이나 수단이 아닙니다

명예와 권력에 재물은 미흡하더라도

그대 사모하는 연정의 싹이 트임을

살짝이 눈여겨 주시구려

서로의 마음이 맞닿을 신뢰 속에

아름다운 인동초꽃이 피어남을 알기에

살며시 건네어 봅니다 유여!






[ 두문불출 ]


참아내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다독이어 위안을 얻기엔

너무나 큰 시련과 같아서

구름안개처럼 답답증이 밀려옵니다


이미 각인된 불변의 이치인 것을

심중에 담아두지 못한

어리숙한 소치인 까닭에

책망하여 한숨짓기도 무안합니다


수만 번을 후회한다 해도

되돌릴 수 없음이라 그래 이렇게

삶의 순간을 재촉함으로

조금은 일탈을 가져보려 합니다


더디게 갈 줄 번연히 알고는 있어도

혹시나 하는 기대로

미련스러움을 버리지 못하고

숨죽이어 세월 가기를 소원합니다






[ 혼자만의 이별 ]


이 밤이 이다지도 길고 긴 것은 무슨 연유인가요

지난날 쓸쓸한 고독처럼 설렘으로 다가온

첫 감정이 가슴 시리도록 아파서

버리지 못할 기억으로 여울집니다


외로운 가슴에 조용히 다가선 그대

예전엔 몰랐던 끌리는 미로처럼

은연중 사모하게 되었건만

당신은 머나먼 곳에 푯대 세운

낯선 남남으로 냉정히 뿌리쳤지요


못 잊어 캠퍼스 거닐며 그대의 형상을 그려 보았소

영명한 눈동자 내 마음에 살아 숨 쉬고

또렷한 이야기 아름다운 멜로디로 간직되리라


지금은 성큼 멀어져간 소중했던 소녀여!

우정에 만남을 남기며 작별에 인사를 건네어요

너무 서두르지 말아 주오

조용히 웃으면서 가만 잊히고 싶어요






[ 심사 ]


정처 없는 공간에 마음 두고서

눈망울만 벌겋게 굴려대는

나의 창백한 안색을 봅니다


탐스럽게 피우고 싶었던 사랑

쏟아낼 기회마저 얻지 못한 아쉬움에

눈물 자국 드리웁니다


긴 한숨으로 달래어 보아도

응어리진 서러움이 치밀어

견디기가 무척이나 버겁습니다


안달이 나도록 간절해지건만

저만치 두고 바라보아야 하는 심사가

고달프기마저 합니다


사랑은 인연으로 맺어지기에

정이라도 쌓이면 족하다고

공허한 넋두리 쓸어내어 봅니다





[ 지나간 사연 ]


나쁜 치 같으니라고

그럴 수가 있더란 말이냐!

하잘것없는 미련으로

스스로 멸시하는 얄궂은 사내가 되었다니

나가 너를 부끄러워하여

이 밤을 지새우는 바보스러운 아이


받아주는 이 없는 고백이

오만에 찬 허세임을 모르는 너는

자신 있는 어조로써

좋은 감정이라고 밝히었느냐?


어찌 되었든지 간에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정열의 진실로

흠모하는 마음을 고이 간직하리라

다만 계절이 바뀌고

지나간 흔한 시간이 귀한 여울로 약동할 때

초연히 소녀의 미소를 생각하련다


좋은 감정은 변함없을 것으로

만남 위한 安寧이 되길 …

외치고 싶다 그리고

침묵 속에 얼룩지어진 인연들을

하얀 종이 위에 담아 띄워 보내고 싶어라


다이아몬드 빛 보석보다

황홀한 진주보다

소중한 너의 마음을

살며시 깨물어 터트려 보고 싶은

나의 마음은

단언할 수 없는 연정으로 승화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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