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홀로 사랑, 앓이는 성숙이다
[ 만남의 의미/아린 눈물/백지/부끄러워요/숙명/집적거림 ]
[ 만남의 의미 ]
무엇을 위한 만남인지 모르겠다
욕망, 타락 아니면 만용인가?
이건 허울 좋은 체면치레다
오직 갈구하는 건 마음에 등불
누가 서슴없이 남을 위해 기도할까?
아무도 응하지 않는 약속이지만
홀로 맹세는 누굴 위한 다짐인가?
혹시나 하는 인연 때문일까?
계획되지 않은 만남은 연줄이 되어
어색한 대화에 마음이 열리고
모를 속사정이 장애로 물결칠수록
서로의 소중함을 음미하듯
성급한 박자로 춤추려 하였다
슬며시 젖어 든 감미로운 미로처럼
은은한 멜로디로 승화되리라 믿은
스스로가 부끄러움이어라
[ 아린 눈물 ]
무슨 까닭으로 그래야 하는지
그늘진 눈동자 허공 가르며
이내 아린 눈물을 글썽입니다
처음엔 이슬인가 싶었는데
미끄럼 타듯 흘러내리는 걸 보니
붉은 액체의 강물이었습니다
문득 당신이 그러하였지요
괜찮다는 말만을 되풀이하다가
웃음에 넋두리 얹어놓더이다
가만히 듣고 연유 묻지 않음이
위안으로 자리할 수 있다면
그저 가까이서 지켜만 보리다
[ 백지 ]
곱도록 맑은 그대로의 순수함이
너무나도 간직하고 싶어
살며시 곁에 두려 하였는데
하얗던 우상은
이내 손때가 묻어버렸답니다
아름다워 꺾어버린 장미꽃이
향기를 잃어버리듯
깔끔하게 단장한 백지는
함부로 대하는 이들의 無心 속에
점점 짙게 얼룩이 지고
생채기투성이로 찢기었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소년은 생의 처음으로
진줏빛보다 더 진한
눈물을 흘리어야만 했습니다
순결하리만치 고왔는데 …
[ 부끄러워요 ]
아무리 아니라고 거듭 부인하여도
심중을 헤집어 대는 속된 사연이라
견뎌내기가 힘겨워 서성이지요
소중한 인연으로 여긴 행보이었는데
막상 발 디디고 손 내밀어보니
다사로운 듯 씁쓸함이 배어나네요
시선을 이끌어 준 공로야 클지라도
안긴 실망 또한 그에 못지않기에
고개 내저어 지우개가 되어보았어요
순백이리라 믿어 의심하지 않았기에
치유하기 버거운 상처가 있음을
알고도 외면함이 무척 부끄러워요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무디어지리라
미련에 의지할수록 되새겨지니
감내할 수 없을까 두렵기도 해요
[ 숙명 ]
슬픈 이 거리에 미련을 두었구려
그래선 아니 되니 말없이 돌아서 주오
나뭇잎은 떨어져도 새잎이 나지만
그대 마음은 하나라서
생채기 날까 봐 무척이나 안타깝다오
눈물에 미소 띄워 보내고
애처로이 맴도는 옛일들일랑
차곡차곡 잊어버리시구려
그대와 내 마음이
정에 공간을 방황하여 애도할 때
웃지도 울지도 못해
소용없는 추억만이 새록새록 솟아나오
사연이야 기쁘거나 슬프거나
우린 그저 뜬구름 훨훨 날아가듯
무책임한 운명의 잔심부름꾼
그럴싸한 인연은 그만두고
이별의 노리개처럼 죽살이치면서
울고불고 그러는 거지요
[ 집적거림 ]
당신을 대하는 손길 두고서
공연히 건네는 집적거림이라니
뇌수가 사뭇 중심을 잃었답니다
언제나 해바라기 연정인데도
순간의 기복에 따라 달라지니
한숨은 이내 서글픈 어둠이 됩니다
반겨 맞이하던 미소 떠올리며
위로로 사랑 건네려 한 몸부림이
귀찮은 살점이란 말인가요
이러다 미련마저 거두어지고
덤덤한 시간이 마냥 흐르게 되면
그때는 어찌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