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습작, 꿈에서 심장이 울었다
[ 물둘레/대교위에서/마당밟기/내가 사는 땅/일몰/꿈에서]
[ 물둘레 ]
저 멀리
농수로 다리 위에
둘이 앉아 있네
하나는
두렁 깎는 농부고요
하나는
새참 내온 아낙이어요
서로는
눈빛으로 속삭이며
웃음 짓는다
그리고
둘이는
흙뭉치 주워들고
물둘레 친다
[ 대교 위에서 ]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마주한 바닷물
거친 호흡으로 휘감아 돌아
합수하는 교차점에
밀치락달치락 얽히고설켜
거품 일어 일렁거리고
갈매기 창공을 가르는
저기 멀리 무명의 섬 하나
쉬이 이를 수 없어
무심결에 세월은 흘러
이제는 가보려 하오
물길 따라 마음 닿는 대로
[ 마당밟기 ]
꽹과리 ‘꽤괘괭’ 앞장세우고서
풍물패가 마을 어귀에 접어들면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신명을 내어보라 징이 울리고
장구와 나발이 호흡 맞추니
휘모리 가락에 흥이 절로 납니다
점점 빠르게 돌아가는 동작에
어깨가 살며시 들썩여지고
춤사위가 자연스레 펼쳐집니다
상쇠의 강약 조율에 맞춰가며
진양조 자진모리 넘나드니
얼씨구 거참 좋구나 좋다 좋아
[ 내가 사는 땅 ]
수려한 내 강산이 진줏빛보다 곱고
에메랄드 빛깔보다 아름다워라
하늘 끝 닿은 능선이 아가씨 가녀린 허리 같아서
가슴 결에 유연히 솟아난 봉우리
삼천리 아리랑이어라
골짜기 넘어 흐르는 숨결일랑
폭포 되어 떨어지고
누천년 이어온 고목(古木) 사이로
꾀꼬리 종달새 한껏 노니는데
물심일여는 누가 취하며 유연자적은 뉘 즐기랴?
지나는 나그네야 감탄이나 하려는가
영생의 불로초 자생하는 곳
뚜렷한 사계로 넘나들며
분홍진달래에 청초한 난초
무지개 단풍과 새하얀 설화로
드러내기 부끄러워 안으로 멋들었나!
색색이 물든 옷 단장 치 단장이
어찌 아니 좋다 하오리까
[ 일몰 ]
저녁 하늘에 노을이 진다
서서히 파문을 일며
초원의 곡식들로부터
태양은 저 멀리 스러진다
주홍빛 구름을 동반하여
서녘 저편으로 기울어 간다
그의 지나간 자리에는
검은 안개 뒤덮이고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다
수평선 저쪽으로 사라진다
불그레한 주단을 깔며
음울한 해는 진다
부자유의 날은 저문다
[ 꿈에서 ]
황량한 바람 불어오면
콩알보다 작은 설렘이 있고
억제 못 할 슬픔과 기쁨이 있고
가슴 깊이 숨겨져 버린 숱한 나날들
꿈 많은 젊음에 발자국이었나
청춘의 자취 허공으로 사라지고
형상만 남아 방황하던
저 먼 나라 코스모스여
세파(世波)에 찌든 가슴 활짝
분연히 열어젖히고서
창천으로 날아오른 삶의 심장이
고동(鼓動)을 일렁이게 한다
작은 별이 모여서 은하계를 이루고
좁은 시야 속으로 파고드는
시간과 공간 사이에 우주(宇宙)
또 다른 우주
날갯짓하며 유유히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