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 만남, 보석 같은 인연 찾아
[ 만남 1/ 만남 2/ 만남 3/ 만남 4/ 만남 5/ 만남 6 ]
[ 만남 1 ]
부질없이 움츠러들던 겨우내
제풀에 시든 혹한 끝자락
봄기운 살짝 내비치는 이월 말경에
아무개의 주선으로 인연 있었지
아직도 감도는 쌀쌀한 바람
재채기 두어 번 하고도 담담함은
스물아홉 된 사내의 긴장감 탓일까?
은근한 기대로 나선 행보
불빛 간판 ‘킴-스’ 2층 계단
왜 이리 가까운 듯 멀까?
다소곳이 앉아 있는 계집아이
눈이 작아 흠인데 쌍꺼풀져 괜찮고
고혹적인 매력은 없을지라도
눈여겨볼수록 이쁘장해 좋구나
첫인사 불편해 오누이로
계면쩍게 지내다 공감대 느껴
우리 만남은 오붓이 시작되었지
[ 만남 2 ]
첫 출근에다 생활 적응으로
한 주간을 쫓기듯이 바삐 지내고
돌이켜 생각하니 약속 있었다
주말 퇴근 서둘러 가보니 없어
숨바꼭질 놀이를 해 본다
갸름한 몸매에 밉상 아닌 작은 눈
가물가물 아른거릴 뿐
기억나지 않아 애석한 마음이다
어렴풋이 더듬어 반갑게 만나
대공원으로 휘파람 불며
진솔하게 도란도란 재잘거리었지
웃길 소재로 이야기 펼치면
듣기만 하다 살짝 눈웃음지었다
그렇게 하루가 성큼 가고
헤어짐이 무척이나 아쉬워서
기약으로 안녕이라 했다
[ 만남 3 ]
꽃샘이 산산해도 사늘한지 모르고
내키는 대로 쏘다닐 때마다
그저 좋아 웃음 지었을 뿐
여태껏 손 한번 맞잡지 못했다
일주일 전 약속이 벌써 오늘이고
춥다며 넌지시 감싼 손이
처음이라 어색하지만
은근히 전해오는 맛이 찌릿하다
야릇하게 다가오는 믿음 속에다
우리의 귀한 시간 스크랩하자
그리하여 보고 싶어지면
떠올려지는 대로 그려내어 보자
나는 생긋 웃는 네 눈에서
이제 막 구워낸 빵처럼
구수하게 풍기어나오는 진실을
고스란히 감싸 안아 보련다
[ 만남 4 ]
계집애 눈웃음이 보고 싶어서
시간제한 없이 전화질하고
만나면 좋아서 마냥 노닥거리며
서울 거리 무수히 돌아다녔다
가끔은 아무 맛집에 들러
김치나 된장찌개에 밥 비벼 먹고
잘 간다는 화양리 ‘청개구리’
칼질에 차 한 잔 분위기 있었다
‘주막’ 칵테일에 취기 돌아
지극 정성으로 돌보기도 하면서
우리 만남은 어제보다 오늘
사랑으로 좀 더 무르익어 갔다
[ 만남 5 ]
언제부턴가 진이라 했다
하루가 멀다며 전화를 걸고
퇴근길 재촉해 만나면
성내동-관악로 줄기차게 다녔고
종로나 석촌호수가 거닐었다
앵두 결 네 입술에 머무는
꾀꼬리 같은 노랫가락
가만 귀 기울여 볼 때마다
웃음으로 받아주는 눈동자엔
순애의 진실이 있었다
그러하여 입맞춤의 시도에
망설이다 거절하는 너
자연스럽게 마음 여는 그날이
조금씩 시나브로 오기를
무구한 사랑으로 고대한다
[ 만남 6 ]
해지는 삼월의 한강 변 둔치
잔디밭 앉아 한잔 술 거뜬히 비우면
미소 띤 얼굴이 불그스레 물들고
쌍쌍이 드러누운 그림자
저녁노을과 더불어 입맞춤한다
유람선 황혼 맞이에 대교 등불 켜지고
우리 마음에도 빛이 밝아온다
살며시 손잡고 지그시 눈 감으면
선연히 그려지는 해맑은 웃음에다
마냥 어여쁜 진이 참 좋다
강물은 어둠으로 유유히 흐르고
우리의 애틋함은 전신으로 퍼지니
깊은 시각의 이슬도 거뜬하다
이 밤 지새우고 싶지만 그럴 순 없고
서로의 약속은 고이 지키자
그러하더라도 아쉬움은 남으리니
어느 이름 모를 가로등 아래에서
달콤하고도 감미로운 포옹
가벼이 살짝 아낌없이 나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