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오일에 스민 따뜻한 위로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는 기운이 없고 유난히 축 처지는 날 생각나는 음식이다.
특별히 화려하지도 않고, 그릇에 담긴 모습조차 소박하다. 매끄러운 면발 위로 올리브 오일이 은은하게 빛나고, 얇게 썰린 마늘 조각이 팬 위에서 자유롭게 흩어져있다. 비록 재료는 단출하지만, 그 안에 담긴 맛은 깊고 묵직한 음식.
그날, 내 마음은 지친 면발처럼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요란한 소스가 얹힌 무언가를 기대하기엔 피곤한 하루였다. 그때 알리오올리오를 만들기로 했다. 재료를 꺼내고, 마늘을 얇게 썰어 팬에 넣자 기름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따뜻한 향기를 내뿜었다. 마치 누군가 다정하게 “괜찮아, 천천히 해도 돼”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면을 삶아 팬에 옮겨 담고, 면수를 조금 부어 휘저으면 요리는 끝난다.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엔 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마늘이 구워지며 풍기는 달짝지근한 향기, 올리브 오일의 반질반질한 생기하며, 살짝 들어간 소금과 후추의 조화는 매번 내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했다. 복잡하고 화려하지 않아도, 사소한 일상에 충실한 순간이 존재한다는 것.
한입 먹을 때마다 기름이 코팅된 면발이 부드럽게 입안에서 회오리치며 바쁜 생각들을 빨아들였다. 그 기름지고 소박한 맛은 “괜찮다”는 위로를 전해왔다. 마치 삶의 조각들이 항상 복잡할 필요는 없음을, 그저 가끔은 간단한 것들에 기대도 괜찮음을 속삭이는 것 같았다.
알리오올리오는 그런 요리다. 화려한 토핑도, 복잡한 과정도 없다. 하지만 그 자체로 충분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도 그럴 때가 많다. 특별한 무언가를 욱여넣지 않아도, 소소한 순간들이 모여 마음을 풍요롭게 채우곤 한다.
나에게 알리오올리오란, 무겁게 가라앉아있던 의욕을 끊임없이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가벼운 요리다. 올리브 오일 한 방울, 마늘 한 조각에 녹아 있는 소박함이 작은 길이 되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졸졸 스며들었다. 평범함 속의 특별함이란, 아마도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