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에 먼지가 쌓였을 때
오랜만에 대청소를 했다.
집안에 쌓인 먼지들이 유독 선명하게 보이는 날이었다.
창틀, 책장, 그리고 잘 열지 않는 서랍 안까지.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며 미뤄둔 작은 흔적들이 어느새 눈에 띌 만큼 쌓여 있었다.
사람의 따뜻한 손길이 닿지 않은 곳마다 켜켜이 자리 잡은 먼지들이 마치 내 마음 깊은 곳에 미뤄둔 감정의 찌꺼기들처럼 느껴졌다.
언제 이렇게 쌓였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차마 말하지 못한 먼지들이 집 안 구석구석에 희끗하게 내려앉아 한 올 한 올 엉켜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속도 어쩌면 이렇지 않을까.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했던 감정들,
꺼내보기 두려워 덮어두었던 기억들,
그리고 차마 정리하지 못한 미련들까지.
모두 돌돌 뭉쳐져 어딘가 차갑게 방치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곧잘 지저분해지고 먼지가 쌓이지만 나는 언제든지 청소될 수 있는 집이 부러웠다. 마음에도 이처럼 창문이 달려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언제든지 달칵- 열어서 뽀얗게 내려앉은 회색빛 감정들은 후 불어주고, 깨끗한 공기로 환기시켜 맑은 바람도 쐬어주고 싶었다.
엎질러져 굳어버린 실수들은 뽀득뽀득 문질러 잘 닦아주고, 뾰족하게 날 선 기억들은 모두 먼지떨이로 탈탈 털어버리면서.
그리고 마침내 텅 비어버린 자리에는,
그 공허한 빈자리에는 행복한 웃음과 추억들로만 낙낙하게 채워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는 모든 것을 잠시 닫아두고 싶어진다. 탁하고 숨 막히는 내면의 소용돌이만으로도 벅찬데, 행여 지나가던 누군가 어질러진 마음을 들여다볼까 봐 겁나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마음의 창문이 더욱 간절해진다.
먼지 쌓인 마음이 충분히 가라앉아 잔잔해진 뒤에 비로소 활짝 열 수만 있다면. 그러면 시리고 기워진 내 마음에 들어섰다가 내 곁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치는 일도 없을 텐데.
어느새 청소가 끝나가고, 이마에 더운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활짝 열린 창문 틈으로 시원한 바람이 가벼이 흩날렸고, 깨끗한 방 안에는 새롭고 청명한 기운이 가득 부유하고 있었다.
청소를 하다 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안개가 걷힌듯한 기분이 든다. 어쩌면 나는 단순히 집 안을 청소한 것이 아닌, 몸과 함께 움직이는 마음까지 쓸고 닦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오래된 방 안에 신선한 바람을 들이듯, 마음도 활짝 열어본다. 필요 없는 기억들은 과감히 쓰레기봉지에 넣어 꽉 묶어버리고, 소중한 추억들은 조금 더 잘 보이는 곳으로 들어 옮기며.
대청소는 결국 공간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정리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가끔은 이렇게 먼지를 털어내고, 마음을 환기시켜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