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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일기.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

by 방구석도인

피곤함과 귀찮음으로 인해 한동안 방치해 두었던 십 년 일기를 다시 시작했다. 십 년 일기란 예를 들어, 2025년 3월 23일의 일기, 2026년 3월 23일의 일기, 2027년 3월 23일의 일기 이런 식으로 십 년 치가 한눈에 보이도록 양 페이지에 기록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어제 십 년 일기를 꺼내 금요일 밤에 적지 못한 일기를 적었다.


"퇴근 후, 자동차 전구를 갈고 자동차 검사에 패스했다. J에게 첫 과외를 받았다. 집에 와서 먹다 남은 치킨과 생맥주를 마셨다. 과자 폭식 했다."라고 적었다. 바로 위칸에 2021년도의 3월 21일 일기가 있길래 읽어 보았다가 소름이 돋았다.


"종일 집에 머물며 책을 읽다. 치맥을 먹은 후, 차를 마셨다. 평일에는 술을 마시지 않을 거다."라고 2021년 3월 21일 칸에 적혀 있었다. 3년 전의 3월 21일에도 나는 치킨에 맥주를 마시며 술을 마시지 않을 거라는 다짐을 하고 있었다.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2025년의 3월 21일의 나도 치킨에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어쩌면 날짜와 음식 메뉴까지 똑같은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닌 것 같다. 십 년 후의 나도 지금처럼 치킨에 맥주를 마시고 있을까?


물론 사람이 늘 변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한결같을 필요도 없다. 상황에 따라 한결같이 혹은 새로운 모습으로 그때그때 맞추어 살면 된다. 변화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신이 절실하게 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한다. 4년 전에는 무엇을 했는가?


생각해 보면 4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크게 다르지 않다. 생활 습관이나 식습관, 옷 스타일, 체중, 헤어 스타일, 사소한 습관이나 버릇까지 변화가 거의 없다. 그리고 지금의 이 모습이 4년 뒤의 내 모습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십 년 일기가 아니었다면 깨닫지 못했을 통찰이다. 아무 생각 없이 습관대로 살다가는 십 년 후에도 지금과 같으리라.


그냥 지금처럼 살아라.


이 말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라면 지금처럼 살지 않아야 한다. 나쁜 습관에 끌려 다니지 않도록 정신 단단히 차려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십 년의 기간을 두고 나를 객관해 해 볼 수 있는 십 년 일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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