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은
아무렇지 않았다
숨이
편해진 것 같았다
가벼워졌다고
믿고 싶었다
집에 들어와
불을 켰다
방은 그대로였다
의자도
책상도
어제와 다르지 않았다
책상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펜 하나
열어 둔 노트
대충 밀어 넣어 둔
종이들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책상
하지만
그 위에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함께 앉아 있던 저녁들
아무 말 없이
펜을 굴리던 밤들
종이 위에 내려앉던
웃음과 침묵
정리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있었다
고개를 돌렸다
며칠이 지나고
몇 주가 지나고
책상 위에는
먼지가 쌓였다
얇은 먼지
조용히
내려앉는 먼지
닦지 않았다
손끝이 닿으면
깨어날 것 같았다
책상은
그대로 두었다
시간이
그 위에서
멈춰 있는 것처럼
다시
책상 앞에 섰다
먼지는
생각보다 두꺼웠다
잠깐
손을 멈췄다
천천히
책 위의 먼지를 털고
종이를 모아 정리하고
펜을 닫아
서랍에 넣었다
먼지가
공중으로 흩어졌다가
조용히
내려앉았다
책상 위는
금세 깨끗해졌다
작게
숨을 내쉬었다
서랍을 열었다
지우개 하나
오래된 영수증
굳어버린 볼펜
그리고
사진 한 장
두 사람이
웃고 있었다
한참
그 사진을 바라보았다
사진을 찢었다
한 번
두 번
몇 번 더
웃던 얼굴이
조각이 되었다
그것들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방은
조용했다
사람들 속으로
몇 번이나
걸어 들어갔다
웃음이 있는 자리
술잔이 부딪히는 자리
따뜻한 말들이
흘러다니는 자리
하지만
돌아오는 길마다
금이 간 자리는
그대로였다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쓰레기통을
털어 버리려다
종이 한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
찢어진 사진
한 조각
웃고 있는
입만
남아 있었다
조각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한참을 바라보고는
아주 천천히
다시
쓰레기통에
내려놓았다
그 이후
서두르지 않았다
금이 난 자리 위에
조금씩 시간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금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 위에 쌓이는 시간은
조금씩
굳어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