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고르고 골라
일만자를 떠올리고
이천자를 그려내며
이백자를 새긴다
남긴다기보다
버리고 또 버린 끝에
겨우 붙잡는다
닿기 위해
덜어내고
깎아내고
깎여나가고
끝내 남는 건
말이 아니라
마디만 남은
앙상한 가지
쥐고 있던 것들은
쥐고 있을수록
더 빠르게 새어나가
손바닥 사이로
흘러내린다
남기려 할수록
사그러들고
붙잡으려 할수록
바스라든다
그럼에도
보내고자 한다
그럼에도
닿게 하고 싶다
마음은
끝내 다다르지 못했고
남은 건
전달되지 못한 채
거칠게 드러난
의도뿐
형태만 남은
미완성
아직
쓰였다고 말할 수 없는
덩어리
그마저도
지나가버린 뒤에야
꺼내드는
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