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

호랑이의 꿈

by 장발그놈

100일.

그 시간만 버티면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말.

곰과 호랑이는 그 말 하나를 믿고 어두운 동굴로 들어섰다.

쑥과 마늘, 그리고 고요한 어둠.

조건은 단순했지만 잔혹했다.


호랑이는 육식동물이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핏덩이와 고기를 씹으며 자라난 포식자였다.

쑥은 그에게 먹을 수 없는 풀떼기였고, 마늘은 그저 혀를 태우는 독극물이었다.

“나는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 되고 싶다.”


그는 인간이 되고 싶었다. 숲의 지배자가 아니라, 사람들 속에서 웃고 걷고 싶었다.

누군가의 동료가 되고, 가족이 되고, 이름을 가지고 싶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이를 악물며 쑥을 씹었다.

고통스럽고 불쾌한 그 푸른 맛조차, 자신의 희망을 위해 인내했다.


곰은 말이 없었다.

그는 비교적 덜 괴로웠다. 나뭇잎, 열매, 풀뿌리도 먹어본 적 있는 입맛.

쑥의 씁쓸함과 마늘의 매운맛에 얼굴을 찌푸리긴 했지만 그에게 그것은 불가능이 아닌 참을 수 있는 일상이었다.


그래서 곰은 호랑이를 관찰할 여유가 있었다.

곁의 호랑이가 얼마나 진지하게 인간을 갈망하는지, 얼마나 독하게 참고 견디는지를...

곰은 알고 있었다.

평소라면 자신은 호랑이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호랑이가 제정신이고 힘이 온전할 땐, 곰은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두려워했던 상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곰은 매일 쑥과 마늘을 먹으며 계산했다.

호랑이의 몸이 야위어가는 속도,

힘이 빠지는 순서,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밤의 횟수...


20일째 되는 밤,

곰은 동굴 속 깊은 곳에서 잠들어 있는 호랑이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호랑이는 그날, 너무나 지쳐 있었다.

그러나 그 입가엔, 언젠가 사람들 틈에 설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은 미소가 살짝 떠 있었다.

고통 속에서도 그는 아직 꿈을 꾸고 있었다.


곰은 손에 돌을 쥐었다.

“너는 정말 인간이 되고 싶었구나.”

그리고 조용히, 아무 소리 없이 돌을 내리쳤다.


그날 이후 80일이 지났다.

곰은 인간이 되어 동굴을 나왔다.

신은 물었다.

“호랑이는 어찌 되었느냐?”


웅녀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20일쯤... 나갔어요. 끝내 이겨내지 못했죠.”


신은 그녀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흔들림 하나 없었다.

마치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듯.


잠시 침묵 후, 신은 조용히 말했다.

“그게... 네가 인간이 되었다는 거지.”


웅녀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동굴 깊숙한 곳,

그곳에는 아직도 하얀 뼈가 누워 있다.

몸은 사라졌지만,

그가 꾼 꿈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