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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

by 장발그놈

기어박스 안에서는 수많은 톱니바퀴들이 바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서로를 밀고 당기며,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안에서, 단 하나만이 움직이지 않고 멈춰 있었다.

기름칠이 덜 된 것도 아니었고, 부러진 곳도 없었다.

그저, 가만히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다른 톱니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잖아?"

"얘 때문에 전체 흐름이 끊기잖아."

"저렇게 멈춰 있으면 녹슬어버릴 텐데...


작은 불만들은 점점 커져갔고 비난의 목소리가 기어박스 안을 가득채웠다.

결국, 그 톱니는 기어박스에서 쫓겨났다.

누구도 붙잡지 않았고, 누군가는 오히려 시원하다는 듯 돌아갔다.

기어박스는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계속해서 돌아갔다.


내던져진 톱니는 자신을 원망하며 쓸모 있는 일을 찾아 방황했다.

어디선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거라 믿었고,

어떤 장치의 일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크기도 모양도 애매해서 맞는 자리를 찾지 못했다.

어느새 몸에는 먼지가 쌓였고, 빛은 점점 흐려졌다.


그러다 지쳐 바닥에 쓰러진 그때,

한 아이가 다가와 톱니를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작은 손가락이 먼지를 털고, 밝은 눈이 반짝이며 말했다.

"어? 이 톱니 예쁘다. 반짝반짝해! 우리 집에 가져가서 내 보물 상자 맨 앞에 둬야지!"


아이는 들뜬 목소리로 톱니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열 손가락을 다 펼치고도 모자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며 셌다.

그렇게 아이는 작은 보물을 손에 들고 길을 걸어갔다.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었던 톱니는,

그 순간 처음으로 따뜻한 품에 안겼다는 걸 느꼈다.




그 기어박스의 나머지 톱니들이 어떻게 되었을까?

정비할 때 잠깐 후진해야 했는데, 그가 빠진 자리는 이어지지 않아 헛돌기만 하였다.

결국, 맞물리지 못한 톱니들은 전부 버려졌고, 기어박스는 통째로 교체되었다고 한다.




세상은 멈춘 톱니 하나를 버렸지만,

버려진 톱니는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지만,

어느 날보다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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