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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어요

배려

by 장발그놈

“제가 누구인지 모르겠어요.”


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순간의 정적 뒤,

여기저기서 말이 흘러나왔다.


“어휴, 가련하기도 하지...”

“구청 같은 데 가서 신원 조회해봐야 하는 거 아냐?”

“근데 옷은 멀쩡하네? 가난한 집 애는 아닌 것 같은데...”


사람들은 제각각의 판단을 던지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불쌍함, 의심, 관심, 평가, 그리고 약간의 흥미.

시선들은 모두 겉모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단지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진심으로 좋아하고 싫어하는게 뭔지,

어떤 일을 할 때 마음이 두근거리고,

어떤 상황에서 쉽게 지쳐버리는지,

잘하는 것은 무엇이고,

못하는 건 무엇인지...


아이의 말은 자기 자신을 찾고자 하는 외침이었으나,

사람들은 단지 드러나는 모습에서 단정지으려 했다.

깔끔한 옷, 나이, 표정, 말투.

그 표면에 드러난 정보들로 아이의 '정체'를 정의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뒤편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누군가가 있었다.


주름진 손, 푸근한 웃음,

낡은 체크무늬 스카프를 두른 한 할머니.

그녀는 조용히 아이 앞에 무릎을 꿇고,

말없이 아이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었다.


"그 말... 꺼내기까지 오래 참았지? 고생했구나.”


사람들의 말 속에선 들을 수 없었던,

단 하나의 진심.


“모른다는 걸 너무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단다.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어.

자신이 누구인지,

차근차근히 알아보는게 인생이란다.”


어느 한 순간,

한 사람의 배려 깊은 시선이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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