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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그리고 재탄생

by 장발그놈

한 바위가 우뚝 서 있었다.

어느 날, 산새 한 마리가 날아와 바위 위에 앉아 말했다.


"저기 사람들이 널 부수러 오고 있어.

다른 친구들은 모두 땅속 깊이 숨어버렸는데,

넌 왜 미련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니?"


바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도 사람들이 날 부수러 온다는 건 알고 있었어,

하지만 난 도망치지 않을꺼야.

사람들이 날 망치질하고 쪼개면 나는 자갈이 될 거고,

자갈은 시간이 지나 모래가 되겠지.

그렇지만 내 모습이 바뀐다고 내가 사라지는건 아니야.

자갈이 되고, 모래가 되면 나는 세상에 이롭게 쓰일 꺼야.

강을 메우고, 길을 만들고, 필요한 곳에 존재하게 될 거야."


산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하지만... 땅속에 숨은 네 친구들은 아무것도 잃지 않잖아.

그들은 그대로 안전하게 남아 있을 텐데,

왜 굳이 스스로 부숴지는 길을 택하려는 거야?"


바위는 산새를 향해 굳게 말했다.


"땅속에 숨어 변치 않은 채 남는다는 건,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할 거야.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흘러가는데,

영원히 땅 속에 숨어 있으면 나는 무슨 가치가 있을까?

난... 내 존재를 세상에 남기고 싶어.

내 겉모습이 변하고 수만, 아니 수십만 조각으로 나눠진다고해도,

내 본질은 남아 세상에 도움이 될 거라 믿어."


이야기를 듣던 산새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사람들이 커다란 망치 를 들고 바위 앞에 도착했다.


"시작하자!"


사람들의 외침과 함께 망치질 소리가 울려퍼졌다.

바위는 조금식 쪼개졌고, 단단했던 몸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위는 아프다거나 슬프다거나 하지 않았다.

단지 묵묵하게 자신에게 행해진 일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나는 사라지는게 아니야.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세상 어딘가에 남아 있을 거야."


그렇게 바위는 조각나 자갈이 되었고, 자갈은 점점 작아져 모래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 자갈과 모래를 사용해 집을 짓고, 길을 만들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갔다.


땅 속의 바위들은 여전히 어둠 속에 묻혀 있었지만,

세상 위의 바위는 새로운 모습으로 끊임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망치질이 멈춘 뒤, 산새는 다시 그 자리로 날아왔다.

이제 바위는 없었다. 그자리에 남은 건 부서진 조각들뿐이었다.

산새는 조용히 그 조각들을 내려보다가 중얼거렸다.


"이곳에 바위는 없지만, 사라진 건 아니야... 더 넓은 곳에 퍼졌을 뿐이야."산새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어느 골목길 담벼락의 벽돌 사이,

먼 도시의 길을 이루는 기반,

기찻길 아래에서 묵묵히 기차를 받쳐주는...

모두가 바위였던 조각들이다.

이제는 다른 이름과 모습으로 세상 곳곳에 살아가고 있다.


산새는 조용히 날갯짓을 하며 다시 하늘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더 멀리,

더 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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