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눈이 없었다.
그 아이는 ‘본다’는 것을, 손가락으로 하고 있었다.
책을 읽을 땐, 조심스레 종이를 쓰다듬었고,
누군가의 얼굴을 볼 땐, 부드럽게 뺨을 더듬었다.
그 손끝에서 세상의 결이 전해졌고,
그 결 속에 담긴 마음까지도 읽어냈다.
어른들은 말했다.
“이 아이는 볼 수가 없으니 불쌍하구나.”
하지만 그 아이는 웃으며 말했다.
“왜요? 저는 잘 보고 있어요. 아주 자세히요.”
어느 날, 아이는 시장 구석에서 이상한 물건에 손을 가져다댔다.
작고 투박한 쇳덩이.
누구는 고장 난 문고리 같다고 했고,
누구는 망가진 기계 부품이라며 무심히 지나쳤다.
하지만 아이는 그 물건을 손끝으로 천천히 읽었다.
차갑고, 묵직하며, 한쪽엔 작게 각인된 무늬가 있었다.
“이건 열쇠예요.”
사람들은 웃었다.
“무슨 열쇠야, 그건 쓰잘데기 없는 녹슨 쇳덩이일 뿐이야.”
하지만 아이는 그 물건을 조심스레 품고,
혼자서 오래된 동굴을 향해 걸었다.
바위에 가려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던 입구.
그 안엔, 단단히 잠긴 작은 문 하나가 있었다.
아이의 손이 자물쇠를 더듬었고,
쇳덩이는 조심스럽게 그 틈에 맞춰졌다.
찰칵.
문이 열렸다.
누구의 눈에도 아무것도 없는 듯 보였지만 아이에겐 달랐다.
적막한 어둠, 부드러운 흙바닥, 어디선가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오직 혼자일 수 있는 고요한 공간.
아이는 그 안으로 들어가 조심스레 앉았다.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익숙한 공간처럼 벽에 등을 기대고...
어둠 속에서 아이는 작게 속삭였다.
“여기는 내 보물이예요. 아무도 알 수 없는 나만의 눈으로 찾은 보물."
아이의 손이 천천히 올라가 공중을 향해 펴졌다.
.
.
.
“이건 눈이에요. 빠르지는 않지만 난 더 자세히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