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흉터? 그렇게 말고 꿈이 지나간 자리는 어떨까
상처는 그냥 내버려 두면
그저 그렇게 나아지는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 흉터가 되고,
흉한 모습은 감추기만 하면 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여름에도 긴팔을 입었다.
뜨거운 햇살 속에서도,
팔을, 다리를,
보여주지 않으려 애썼다.
누가 물어볼까 봐.
누가 들여다볼까 봐.
그러다 정말로,
아무도 관심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너무 오래 숨겨버린 뒤였다.
사실 생각보다, 우리는 타인에게 관심이 많다.
하지만 정작, 타인들은 우리에게 거의 관심이 없다.
인터넷에 떠도는 유명인들은
무슨 옷을 입었는지,
어느 브랜드를 썼는지,
어디에 기부했고, 어떤 말실수를 했는지까지
하나하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반면, 지금 이 순간
지하철에 맨발로 앉아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도, “괜찮으세요?”라는 말조차 묻지 않는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겐 무관심이,
도움이 필요 없어 보이는 사람에겐 지나친 관심이 쏟아진다.
정작 말을 걸어야 할 사람은
항상 조용한 쪽에 있었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상처를 감추는 법만 배운다.
그냥저냥 인생을 보냈다.
별일 없이, 무심하게.
정신을 차려보니 꽤 많은 시간이 지나 있었지만,
나는 이 고민을 해결하지 못한 채
속이 빈 강정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타인에게 ‘배려’라는 걸
처음으로 느껴본 순간이 있었다.
일을 하다가
목에 얇게 긁힌 자국이 생겼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도
대수롭지 않게 넘긴,
아주 작은 상처였다.
잠깐 짬을 내어 커피를 사러 들렀는데,
주문을 하고
커피를 받으러 갔을 때였다.
카운터에 서 있던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목에 상처... 어쩌다 다치신 거예요?”
당황했다. 완벽한 타인인 그 사람이,
오히려 가까이 있는 동료들보다
먼저, 물어봐 준 것이다.
그냥 일하다가 다친 거라고
어버버거리며 얼버무렸다.
그걸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직원분은 “잠깐만요” 하더니
카운터 안쪽에서 뭔가를 꺼내왔다.
연고와 면봉, 그리고 작은 밴드 한 장.
“이거요, 쓰시고 연고는 다시 가져와주세요.
그대로 두면 흉 질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상처에,
어느 누구도 묻지 않았던 자리였는데
그 사람은 지나가듯 다정하게
그 자리에 손을 얹었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연고를 바르던 손이 멈췄다.
한동안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요... 왜 물어보셨어요? 상처 말이에요.”
그 사람은 잠시 웃더니, 정말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그냥요. 상처엔 항상 이야기가 있잖아요.
누군가는 일하다가 부주의하게 다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꿈을 이루다가 다치기도 하더라고요.”
그날 이후로 나는,
상처는 숨기는 게 아니라
가끔은 보여줘도 괜찮은 거구나 싶었다.
나보다 강한 누군가가
그 상처를 배려하고, 다정하게 안아줄 수 있도록.
그러니까, 그냥
별일 아닌 듯
그 자리에 두어도 되는 거구나.
이제는
누군가의 흉터나 화상 자국을
어떻게 물어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 상처, 혹시...
꿈이 지나간 자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