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라는 감정, 믿을 수 있나요?

웃는다는게 꼭 행복해서는 아니더라

by 보월

“요즘, 행복하세요?”

요즘.
요즘이란 말을 참 자주 쓰게 된다.
그만큼 하루하루가 비슷하다는 뜻이겠지.
아니면, 지금 내 기분을 정확히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요즘’이라는 단어에 마음을 숨기는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상하게,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요즘, 행복하세요?”

누군가에게 묻고 있지만, 사실은 나한테 하는 질문이다.
대답을 듣는 순간보다, 질문을 꺼낸 내 표정을 더 자주 떠올리게 된다.


나는 웃음에 해펐다.
어색해도 웃고,
할 말이 없어도 웃었다.

그러다 보니,
진심으로 웃는 순간과,
그냥 웃는 순간의 경계가 흐려졌다.

그래,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말을 믿고 싶었다.
그래서 웃음에 집착했다.

그런데,
어느 마라톤을 끝내고 돌아오던 날이었다.
지친 몸으로 아무 말 없이 돌아오는 길,
의미도 없이 헛웃음만 흘리던 나에게
카풀해주던 형님이 조용히 한마디 하셨다.

“밝은 사람과 밝으려고 애쓰는 사람의 차이는,
억지 웃음인 것 같아요.”

그 순간,
무언가 가슴 한쪽이 쿡 하고 눌린 듯했다.


그래서 그냥 물었다.
툭.
“행복이… 뭘까요?”

말끝을 망설이지도 않고,
그 사람도 툭, 대답했다.

“내가 곁에 있고 싶었던 사람들과, 허비한 시간.”

허비라.
낭비라.

어쩐지, 참 낭만적이더라.
그 사람은.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났다.
아— 그렇구나.
행복은 어떤 '결과'가 아니라,
함께 있고 싶은 사람과
허비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구나.

그렇게 흘려보낸 순간이,
뒤늦게 나를 위로하는 거였다.

웃는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지만,
가끔은, 그런 허비가 진짜였단 걸—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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