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뒷담화 : 남을 헐뜯는 행위 또는 그러한 말
뒷담화를 잘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하는 이는 없지만, 뒷담화를 하지 않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나는 뒷담화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남을 헐뜯고 이간질하는 부류의 뒷담화는 질색이다.
하지만 욕먹을 짓을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면, 그건 때로 상식이며, 해소이며,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시집살이를 견뎌낸 내 어머니가, 동네 아주머니들과 시어머니에 대한 뒷담화를 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홧병으로 쓰러지셨을지도 모른다.
"아유, 난 뒷담화 하는거 딱 질색이야"
이렇게 말하면서 한 쪽 귀는 쫑긋 세워지는게 인간의 본능 아닌가.
내가 앞으로 소개할 12명의 이야기 역시 누군가를 단순히 헐뜯기 위한 것이 아니다. 43년 동안 살아오며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 느낀 고마움, 마주친 악의, 놓쳐버린 시절인연, 그리고 스스로 무너진 욕망의 흔적들이 담겨 있다. 나는 그저 ‘뒤에서 말한 이야기’라는 의미로 ‘뒷담화’라는 단어를 빌렸을 뿐이다.
물론, 대부분은 누가 봐도 욕 먹을 만한 사람들이긴 하다.
“뒷담화는 그 자체로 나쁘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 글을 굳이 읽지 않아도 좋다.
다만 나는 말하고 싶다. 뒷담화를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뒷담화를 하지 않는 사람은 본 적 없다고 말이다. 그 말을 부정하는 순간, 당신의 주변 사람들 대부분도 부정하게 될지 모른다.
나 역시 오랫동안 뒷담화의 주인공이었기에 그것이 얼마나 당사자에게 잔인한 상처가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기에 찌라시 수준의 헐뜯고 사라지는 그런 자극적인 이야기를 내 손으로 쓰고싶지도 않다.
대학생 시절, 소수의 친구를 제외한 다수의 학생들이 나를 뒤에서 모함하고, 천하의 쓰레기쯤으로 몰아갔던 일이 있었는데, 소위 '인싸'와의 갈등이 촉발한 참극이었다. 그 1년은 정신이 피폐해질 정도로 힘들었지만 나를 강철 멘탈로 만들었고, 지금은 누군가가 뒤에서 하는 나의 이야기를 오히려 재미로 소비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나가는 사람의 뒷통수에 대고 욕하는 건 분명 잘못이다. 하지만 분명한 잘못을 한 사람을 향해 뒤에서 한 마디쯤 하는 것이 죄악이 될까? 어떤 이는 그것마저 잘못이라 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완벽하게 도덕적인 사람이 아니다. 나에게 뒷담화는, 남을 헐뜯는 이야기의 범주를 넘어서 '뒤에서 나누는 모든 이야기'를 뜻한다.
연예인 이야기처럼 흥미로운 것도 없겠지만, 꽤나 믿을법한 사람에게 들은 연예계 가십조차 이 책에선 철저하게 배제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내가 직접 보고, 겪고, 느낀 이야기들이다. 그렇게 모인 이야기들을 펼쳐놓고 보니, 12간지의 성격에 절묘하게 겹쳐졌다.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평소에는 한없이 게으르지만 흥미를 느끼면 미치게 몰입하는 나를, 내 오랜 기억 속 잠들어 있었던 이야기들이 깨웠다. 내가 나를 깨우다? 마치 웹툰 속 주인공 이야기같은데?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조회수를 높이기 위함이 아닌 오롯이 나의 흥미를 위한 연재가 될 것 같다.
이제, 열두 동물의 얼굴을 하고 있는 열두 사람의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때로는 자극적이고, 때로는 인간적인.
그러나 단 한 줄도, 내 눈과 귀로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