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네 가지의 사람
- 김 중 근
우리는 살면서 저마다의 빛깔로 세상을 아름다운 색으로, 아니면 더러운 색으로 칠하며 살게 된다. 때론 잊혀진 사람으로, 때론 잊을 수 없는 사람으로, 때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으로, 때론 내게 절대 필요한 사람으로 그 빛깔이 각양각색이다.
잊혀진 사람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같이 왔다가 본인이 생각한 대로 마음대로 행동하고, 마음에 혼란과 상처를 남기곤 훌쩍 떠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약삭 빠른 인간형이다. 한때 누군가의 곁에서 따뜻한 숨결로 머물렀으나, 세월의 바람 속에 서서히 흐릿해진 그림자와 같은 사람이다. 그들은 사라졌지만, 그 자취는 흙 속의 씨앗처럼 기억의 밑바닥에서 조용히 숨을 쉬면서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또한 나에게 위해를 가한 사람은 기억조차 하기 싫다. 어쩌다 생각을 떠올리면 몸에서 부들부들 전율이 생긴다. 차라리 마음에서 지워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다. 마치 해가 뜨면 거치는 안개같이 안개 빛깔 부류의 사람이다.
한편 마음 속에 자리한 사람이 촛불같이 환한 심지를 켜고 앉아있어서, 잊을 수 없는 분이 있다. 스쳐 지나가는 그런 만남이 아니라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 드릴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그 분들로 부터 편안함을 느끼고 인생의 기쁨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들은 마음 속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슬픔이든 사랑이든, 그들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가 인생의 결을 바꾸어 놓는다. 아무리 멀리 떠나도, 그 기억은 어둠 속에서도 별 빛처럼 환하게 빛을 비춰주듯 우리의 길을 비춰준다. 파랑 색은 희망이듯 파란 색의 빛을 주는 부류의 사람이다.
선생님이 한분 계신데 매년 이맘 즈음이면, 전화로 안부를 묻곤 하신다. 망백(望百)의 연세를 바라보는 분이다. 당신 건강보다는 제자의 건강을 더 염려하신다. 고교 시절 우리 집 생활이 그리 넉넉지 못한 집안 형편을 살펴서, 학생들 몰래 나에게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주시기도 하셨다. 사회에 공헌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주시던 분이다. 잊지못할 나의 선생님이시다. 때론 어려움도 많아서 불면에 빠져있던 시절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시던 분....생각하면 할수록 지워지지않고 가슴에 오래 남아계시다.
그러나 늘 내 주위에 서성이지만, 있으나 없으나 뇌리에 남아있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내겐 불필요한 사람이다. 마음을 담은 미소는 오간데 없다. 마네킹같이 냉소적인 웃음과 형식적인 인사치례만 오고 갈 뿐이므로, 마음을 실어서 이웃의 정을 정말 나누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누구에게도 중심이 되지 못하고, 스스로도 자신을 외면한 채 떠도는 존재. 그러나 어쩌면 그들은 주위의 ‘빈 자리’를 채우는 조용한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보잘 것없이 존재 없는 사람으로 보여도, 그들의 무게가 세상을 균형 잡히게 하는 존재일지도 모른 다는 생각을 해본다.중심이 되지 못할 회색빛 부류의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절대 필요한 사람이 있다. 하늘과 구름, 산과 나무, 바다와 물고기가 서로 떨어지면 살 수 없듯이 늘 함께 있어야 빛이 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빛처럼 다가와 삶을 일으킨다. 곁에 있으면 마음이 단단해지고, 그들의 한마디가 길이 된다. 서로를 너무 아끼고 귀하게 여기며 존중함으로 서로가 절대적인 존재다. 서로를 위하는 일이라면 모든 것을 양보한다. 그야말로 목숨바쳐 온 세상을 잃어버린다해도 마다하지 않을 사람이다. 서로가 가까이하면 할수록 피빛의 빨간 새 싹이 돋아 의기투합한다. 굽이굽이 돌아 가는 길이 가시밭과 험하고 먼 길일지라도 서로가 길이 되어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사람으로 남는 사람이다. 늘 함께 고통과 행복의 길을 같이 한다. 동반자와 같은 사람들이다. 수술실에서 빨강 색과 녹색이 함께 동반해야 수술 할 수 있듯이, 그들은 녹색과 빨강 빛이 어울어진 색의 빛깔이다.
우리는 과연 잊혀진 사람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람으로 살려고 노력했는지.....또한 큰 의미가 없는 사람에서 꼭 필요한 사람으로 남아있으려고 노력했는지....무지개 빛깔과 같이 인생은 이 네 가지 얼굴을 모두 만나야 비로소 완전해진다.
잊히고, 잊지 못하고, 버려지고, 필요로 하며 그 안에서 인간은 비로소 인간다워진다. 그러므로 남은 날, 무지개 색 빛의 필요한 사람으로 내 마음 붙들고 희망이 넘치는 사람으로 살겠다!...
2025년 10월 추석 명절 연휴 끝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