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이야기
연극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언제나 타인의 시선을 갈구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화려한 옷차림이나 과장된 말투, 들떠있는 태도, 과도한 SNS 활동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모습 뒤에는 단순히 주목을 받고 싶다는 욕망을 넘어선, 훨씬 깊고 근본적인 불안이 숨어 있다. 바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두려움이다. 이 두려움은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정서적 동인이다. 타인의 관심이 이들의 존재 의미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안은 그들의 대인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된다. 타인에게 매혹적인 인상을 주는 데 능숙하지만, 동시에 관계가 안정되면 흥미를 잃거나 불안이 고개를 든다. 안정은 그들에게 편안함이 아니라, 더 이상 뜨거운 관심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위협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더 강렬한 자극을 요구하며, 때로는 갈등이나 극적인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예 : 친구의 애인에게 접근하는 것).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불안은 깊은 곳에서 그들을 옥죈다. 겉으로는 자신감 넘치는 듯 보이지만, 무의식 속에서는 끊임없이 “내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야”라는 두려움과 싸운다. 그래서 타인의 반응에 과도하게 민감하며, 작은 무관심이나 비난도 자신이 철저히 버려졌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이는 곧 자기 존재의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결국 그들의 삶은 타인의 시선에 둘러싸인 연극 무대가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과장과 연출 뒤에 남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공허함이다. 잠시 주목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깊고 안정된 사랑이 아니라 피상적인 관심에 불과하다. 그래서 연극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무대를 찾고, 과장된 행동을 반복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그들을 더 고립시키고, 정작 원하는 애착과 사랑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결국 그들의 삶은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사랑에 도달하지 못하는 역설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이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들의 불안을 똑바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 관심을 받지 못해도, 사랑받지 못해도 자신이 무가치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통찰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이성적 깨달음으로는 불가능하다. 오직 누군가와의 진정한 관계 속에서, 꾸며내지 않은 자기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심리상담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담관계는 그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그 결과 꾸며내지 않은 자신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된다.
연극성 성격장애의 본질인 ‘관심 받고 싶어 하는 성향’은 어린 시절부터 내면 깊이 새겨진 결핍, “나는 사랑받지 못한다”는 두려움이 만들어낸 자기 보호적 무대 연출이다. 일종의 방어기제인 것이다. 그 화려한 무대 뒤에는 사랑받을 수 있을만한 존재인지 두려워하는 아이가 숨어 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진정으로 마주하고 싶은 것은, 요란한 박수갈채가 아니라 조용하고 안정적인, 꾸밈없는 사랑이다.